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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 향토극단] 가족 통해 사회상 비추는 극단 '세소래'

송고시간2019-10-19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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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창단·2014년부터 창작극 공연…울산 대표로 자리매김

극단 색깔 만드는 데 노력…"제대로 된 소극장 갖추는게 중요"

연극 '흔들린다'
연극 '흔들린다'

[극단 세소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울산=연합뉴스) 김용태 기자 = "연극이 우리 사회상을 통찰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울산에서 활동하는 극단 세소래의 박태환 대표가 연극을 통해 관객에게 전달하려는 메시지다.

세소래는 1980년대 울산에서 활동하던 극단 '태화'의 후신으로 1989년 창단됐다.

박 대표도 당시 신입 단원으로 연극에 첫발을 내딛었다.

극단 이름인 '세소래'는 무언가를 담을 수 있는 용기(그릇)라는 의미를 지닌 고어에서 따 왔다.

많은 사람과 여러 장르가 연극이라는 예술을 위해 하나로 어우러지자는 의미에서다.

세소래는 창단 공연으로 페터 한트케의 희곡 '관객모독'을 무대에 올리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꾸준한 정기 공연과 연극제 참가 등을 통해 문화 불모지나 다름 없는 울산의 대표 극단으로 존재감을 키웠다.

박 대표는 2000년부터 극단을 이끌고 있다.

이 극단은 2010∼2015년 북구 문화예술회관 상주예술단체가 돼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선정한 최우수 사례로 소개됐고, 여세를 몰아 2018년부터는 중구 문화의전당 상주예술단체로 활동 중이다.

초창기는 번역극이나 기성 작가 작품을 주로 무대에 올렸지만, 2014년부터 박 대표가 쓴 작품을 공연하면서 차츰 창작 극단으로 변신했다.

매년 초연 작품 1개와 레퍼토리 작품 3개를 정기 공연하고 있다.

그동안 무대에 올린 레퍼토리 작품으로는 '아무것도 하지 마라', '흔들린다', '갑옷', '결단코, 사랑' 등이 있다.

'아무것도 하지 마라'는 아버지의 군인 연금에 의존해 살던 가족이 아버지의 실종과 죽음을 맞닥뜨리면서 겪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2015년 울산연극제에서 단체 대상 등 6개 부문을 수상했고, 같은 해 전국 연극제 단체 은상과 우수 연기상을 받았다.

연극 '흔들린다'
연극 '흔들린다'

[세소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흔들린다'는 소통 부재와 세대 단절로 인해 한 가족이 해체되는 과정을 다뤘다.

이 작품 역시 2017년 울산연극제 단체 대상 등 4개 부문을 수상한 데 이어 대한민국 연극제 단체 은상과 신인 연기상을 받았다.

'갑옷'은 딸을 살해해 30년형을 선고받은 살인범이 석방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 한 치매 환자의 이야기를 다뤘다.

가족 동반 자살을 소재로 다룬 '결단코, 사랑'은 죽음을 원하는 한 여인의 곁에 나타난 영(靈)이 죽음을 방해하고 삶에 개입하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박 대표는 "세상을 살면서 느낀 점과 관심 있는 사회상 등을 묶어 이야기를 만들었다"며 "주로 가족을 테마로 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관객들이 연극을 통해 함께 웃고 울면서 우리 시대의 자화상을 고민하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세소래는 공연을 통해 자신만의 색깔을 만드는 데도 집중하고 있다.

박 대표는 "배우와 스태프가 함께 작업하면서 만들어내는 앙상블과 색깔이 관객에게 재밌게 다가서는 부분이라고 판단했다"며 "이 과정이 쉽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극단의 색깔로 자리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같은 목표를 위해 다른 극단 소속이나 객원 배우를 거의 쓰지 않고, 연극과 연기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는 단원으로만 무대를 꾸민다.

그렇다 보니 한정된 수의 단원과 성별에 맞춰 희곡을 써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

그는 "이렇게 만들어진 우리만의 스타일로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어느 정도 성과를 내고 있다"고 자평했다.

연극 '갑옷'
연극 '갑옷'

[세소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여느 지역 극단과 마찬가지로 세소래 역시 경제적인 어려움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 때문에 단원 중에는 전업 배우도 있지만, 절반은 예술 강사나 지역 축제 사무국장 등 다른 직업도 겸하고 있다.

박 대표는 지역 극단이 활성화되려면 제대로 된 소극장이 가장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관객과 가깝게 만날 수 있는, 제대로 된 소극장이 들어서 공연 인프라가 향상되면 지역 극단도 한단계 발전하는 계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yongt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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