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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 향토극단] 지역 전통 연희를 연극으로 승화…파주 극단 '예성'

송고시간2019-10-19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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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대학로서 창단…2009년 파주로 옮겨 지역극단으로 '우뚝'

마당극과 역사인물전에 주력…'지방 시립극단 활성화' 바람

(파주=연합뉴스) 노승혁 기자 = "극단 '예성'의 연극에는 파주와 파주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극단 예성은 현재 파주의 대표 극단이지만 그 출발지는 서울 대학로다. 박재운(57) 대표와 친구, 후배 등 13명이 주축이 돼 1989년 1월 서울 대학로에 창단했다.

경북 청도가 고향인 박 대표는 안양예고와 서울예전에서 연극을 공부한 정통파다.

극단 예성 박재운 대표
극단 예성 박재운 대표

(파주=연합뉴스) 노승혁 기자 = 경기도 파주시를 기반으로 둔 극단 예성 박재운(57) 대표가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9.10.19
nsh@yna.co.kr

원래 서울 마포의 동도공고에 입학했지만, 연극에 푹 빠져 2학년이 되면서 안양예고로 편입했다.

대학도 연극학과가 있는 서울예전에 들어갔다.

시골에 계신 연로한 부모님이 힘들게 마련해준 학비로 한 학기를 다니고 입대를 했다가 제대 후 친구들과 대학로에서 극단 생활을 자연스럽게 했다.

수년간 극단 생활을 하면서 유독 후배들이 잘 따랐다는 박 대표는 "1989년 1월 덜컥 극단을 만들게 됐다"며 "이왕 하는 거 잘 해보자는 생각에 '예성(禮成)무대'라는 극단이름을 짓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시 '연우 무대'가 지금으로 치면 'SM 기획'과 같은 수준의 잘나가는 극단이었다"면서 "당시 극단 명칭에는 무대가 꼭 들어갔다"고 전했다.

예성은 창단 후 한동안 주로 번역극이나 기성 작가가 쓴 희곡들을 무대에 올렸다.

예성의 활동에 변화가 생긴 것은 1994년 여름 박 대표가 일본 최남단 오키나와현(沖繩縣)에서 열린 '키지무나 페스타'(오키나와 국제아동청소년연극제)에 초청받은 게 계기가 됐다.

연극제를 찾은 박 대표는 "각 나라에서 출품한 연극을 전부 보면서 그들만의 색깔이 분명했다"면서 "내가 만들면 그들의 흉내는 낼 수 있겠지만, 내 색깔은 낼 수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때부터 직접 희곡을 쓰기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이듬해 연극 '오동동'을 만들어 배우 민경진 등이 널리 알려졌다.

그는 1996년 대학로에서 일산으로 무대를 옮겼다.

연극의 저변 확대와 창작 활동에 더욱 집중하기 위해 극단을 옮기고 소극장 '탈마당'도 열었다.

하지만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로 일산에서 운영하던 소극장을 접어야 했고, 2000년 다시 대학로에 들어가 친구와 동업으로 '리듬 공간'이란 소극장을 열어 6년간 운영했다.

나름 극단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하자 2006년부터 3년 동안 재단법인 부천문화재단 상주극단에서도 활동했다.

상주극단 계약이 끝날 무렵 대학로로 다시 가려 했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았다.

연극계가 점점 힘을 잃어가고 있었고, 극단들이 많이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이에 그는 새 활동무대를 파주로 정했다. 당시 파주에 시민회관이 새롭게 조성된 데다 서울과도 가까웠기 때문이다. 그는 아예 파주에 터를 잡을 요량으로 이사까지 했다.

경제적 여유가 없어 소극장은 갖지 못했다. 대신 시민회관과 새로 지은 동주민센터의 대강당, 학교 강당을 예성의 무대로 삼았다.

극단 단원은 13명으로, 모두 전업 연극인이다.

이 때문에 단원들은 연습 시간을 제외한 시간에 아르바이트 등을 해야 하는 고충이 있다.

박 대표는 "극단을 마치 '연극 동호회' 수준으로 보는 시각도 종종 있어 단원들을 속상하게 한다"고 말했다.

그는 파주에서 대한민국 전통 연희를 바탕으로 마당극과 역사인물전에 주력하며 연극예술의 창달 발전을 목적으로 연극 협회도 만들었다.

박 대표는 "파주에서 생활을 하다 보니 역사적으로 훌륭한 인물들이 참 많았다"면서 "'율곡 이이' 선생을 다룬 마당극, 정극, 뮤지컬을 창작했고, '방촌 황희'선생을 조명한 판놀음 방촌전을 선보였다"고 소개했다.

극단 예성이 제작한 '율곡 이이' 뮤지컬
극단 예성이 제작한 '율곡 이이' 뮤지컬

[극단 예성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어 "2014년부터는 전국 최초로 트로트 마당극을 선보이고 있다"면서 "마당극 중 나오는 음악은 전부 트로트를 사용하는데 관객의 반응이 정말 폭발적"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트로트 마당극은 배우들이 정말 피나는 노력과 연습을 한다"면서 "기존 연극계에 있는 선·후배들도 너무 신선하다는 평을 해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가 파주에서 10년 동안 활동하며 제작한 작품은 40편, 공연은 120여회에 이른다.

'방방곡곡 문화공감'이란 프로그램으로 중고등학교를 찾아 공연을 했다. 특히 올해 처음 시도한 음악극은 제4회 '대한민국연극제 인(in) 서울' 네트워킹 페스티벌 공연작으로 뽑혀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예성은 앞으로도 파주의 향토색이 짙은 창작 연극을 선보일 예정이다.

그가 꼽은 희망 사항은 파주 출신의 윤관 장군을 모델로 한 연극이나 뮤지컬 등의 제작과 후진 양성이다.

박 대표는 "윤관 장군을 모델로 한 연극이나 뮤지컬은 전투 장면 등으로 기존 극장보다 규모와 스케일이 커야 하므로 꼭 제작해보고 싶다"며 "천천히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 연극계에 젊은 친구들이 없어 정말 아쉽다"면서 "요즘도 가끔 협회로 연극을 배우고 싶다는 전화가 오는데 대부분의 희망자가 40∼50대분들"이라고 전했다.

특히 "내년부터 임진각에서 지역을 상징하고 대표하는 연극을 상설 공연할 예정"이라며 "지역에 기반을 둔 지속 가능한 창작 콘텐츠 발굴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박 대표는 "지역 문화예술단체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조금 더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예술단 조례를 보면 합창단이 70~80%, 예술단이 25% 내외로, 시립극단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n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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