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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동원역사관 찾은 이옥선 할머니 "바라는 건 일본의 사죄"

송고시간2019-10-18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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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감고도 찾을 줄 알았는데…" 고향 부산 달라진 모습에 격세지감

소녀상 쓰다듬는 이옥선 할머니
소녀상 쓰다듬는 이옥선 할머니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옥선(92) 할머니가 18일 부산 남구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을 방문해 소녀상을 쓰다듬고 있다. ready@yna.co.kr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바라는 것은 일본 사죄밖에 없습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옥선(92) 할머니가 18일 부산 남구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에서 열린 '할머니의 내일' 행사를 둘러본 뒤 이렇게 말했다.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에서 생활하는 할머니는 고향인 부산을 2박 3일간 방문하며 첫 일정으로 이곳을 찾았다.

할머니의 내일 행사는 위안부 피해자들의 삶을 다룬 각종 자료를 전시하는 행사다.

지난 7월 2일 광주를 시작으로 이달 28일까지 구리, 서울, 청주, 부산, 대전 등지에서 순회 전시 중이다.

할머니는 고령으로 최근 오랜 시간 걷지 못하게 되자 휠체어를 타고 역사관 내부를 둘러봤다.

입구에 놓인 방명록에는 자신의 이름을 손으로 정성스레 써넣기도 했다.

할머니는 전시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 사진을 보며 한명, 한명 이름을 불렀다.

이미 고인이 된 친구들을 보며 어디서 찍었던 사진인지 기억을 하나둘 떠올렸다.

전시장 둘러보는 이옥선 할머니
전시장 둘러보는 이옥선 할머니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옥선(92) 할머니가 18일 부산 남구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을 방문해 휠체어를 타고 '할머니의 내일' 전시를 둘러보고 있다. ready@yna.co.kr

전시장 내 소녀상 모형을 보자 한참을 머물며 발을 어루만지기도 했다.

할머니는 "이렇게 어린 나이에 갔으니…"라며 "여러분이 하는 일이 고맙다"며 취재진을 향해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전시를 둘러본 소감이 묻자 "반갑지요. 우리 역사가 여기 다 있으니까"라면서 "일본에 바라는 것은 사죄하라는 거에요. 우리는 공식 사죄와 법정 배상을 요구합니다"라고 말했다.

할머니는 소녀상 옆에서 자신의 인생사도 담담하게 풀어냈다.

이 할머니는 1927년 부산 보수동에서 태어나 15살 때인 1942년 일본군에 의해 중국 연길의 위안소로 끌려가 피해를 봤다고 전했다.

해방 후에도 중국에서 생활하다가 2000년 고국으로 돌아왔다.

이 할머니는 "부모 형제 다 고향에 있고, 중국에 혼자 끌려갔다. 해방이 되도 오갈 데가 없지 밥 빌어먹고 살다가 남자 만나서 살림을 하며 고생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할머니는 2006년 1월 나눔의 집에 입소했다.

방명록에 이름 쓰는 이옥선 할머니
방명록에 이름 쓰는 이옥선 할머니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옥선(92) 할머니가 18일 부산 남구 국립일제강제동원역사관을 방문해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ready@yna.co.kr

현재 나눔에 집에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 여섯 분이 남아있다.

할머니가 고향에 방문한 것은 2003년 이후 16년 만이다.

할머니는 달라진 고향 모습에 격세지감을 표했다.

이 할머니는 "부산역에만 데려다주면 (고향집을) 눈감고도 찾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눈을 뜨고도 못 찾겠다"면서 "참 바뀌었다. 개벽이 됐다"고 한탄했다.

할머니는 이날 휴식을 취한 뒤 내일 부산 보수동을 방문할 예정이다. 초량동에 있는 소녀상을 방문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rea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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