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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in제주] '고무줄' 관광객 통계…"작년 내국관광객 187만명 부풀려져"

송고시간2019-10-2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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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통계 개선에도 신뢰성 문제…제주도 "빅데이터 활용 정확도 높이겠다"

전문가 "정확한 관광통계로 문제 진단 후 현실에 맞는 관광정책 수립해야"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제주를 방문한 입도 관광객에 대한 통계는 제주의 관광 현실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올바른 관광정책을 수립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데이터다.

비행기에서 내리는 제주관광객
비행기에서 내리는 제주관광객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러나 60년 가까이 관련 통계를 집계해 발표하는 과정에서 통계 결과의 신뢰성에 대한 문제가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고 현실과 거리가 있는 제주 관광통계를 두고 '고무줄 통계'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관광객 통계 어제와 오늘

제주 방문 관광객 통계는 1960년대 초반부터 이뤄졌다.

공식 집계를 시작한 1962년 연간 제주 방문 관광객은 1만4천여명이었고, 1966년 10만명을 넘어선 데 이어 1977년 50만명, 1983년 100만명, 2005년 500만명을 돌파했다.

연간 관광객은 2013년 1천만명을 돌파한 뒤 지난 2016년 1천585만명으로 정점을 찍었다.

이런 관광통계 기록을 보면 60년 가까이 흐르는 동안 제주의 관광산업이 눈부시게 발전했음을 알 수 있다.

제주 관광산업의 가장 기초적인 자료로 활용된 관광객 통계는 어떤 방식으로 이뤄졌을까.

초기 관광객 통계는 제주지역 주요 관광지를 찾는 방문객의 수를 합산해 지역 전체의 관광객 수를 산정하는 방법이 쓰였다.

이 방법은 관광객이 제주의 여러 관광지를 둘러볼 경우 중복으로 집계될 수 있는 등 신뢰하기 어려웠다.

그러다가 '섬'이라는 지리적 특성을 활용해 제주의 관광객 수를 계산하기에 이른다.

하늘길과 바닷길을 통해야만 제주를 방문할 수 있는 만큼 항공기와 선박을 이용하는 관광객 수를 알아내기만 하면 됐다.

제주 관광객 1천만 시대 선포
제주 관광객 1천만 시대 선포

[연합뉴스 자료사진]

관광객 통계를 산출하는 제주도관광협회는 성수기와 비수기 시즌 항공기와 선박의 평균 관광객 비율을 산정한 조사결과를 토대로 1989년부터 전체 탑승객 중 해당 관광객 비율을 적용해 계산하는 방법으로 관광객 통계를 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당시 관광객 비율을 산정한 방법 역시 대부분 경험적 추정 또는 목측(눈으로 보아 어림잡아 헤아림) 등 비과학적으로 이뤄져 한계가 있었다.

특히 적은 수의 조사원으로 눈셈조사를 통해 개별관광·수학여행·신혼여행·단체관광·골프관광객 등 여행형태별 통계를 매일 산출해내야 하다 보니 곱게 차려입은 젊은 남녀가 다정하게 나오는 모습이나 골프가방수로 신혼여행객과 골프관광객을 알아맞히는 등 웃지 못할 조사 관행이 이어졌다.

또 조사과정에서 관광객 수를 높이기 위해 일부 도민이나 군인 등을 관광객 집계에 포함시키는 등 관광객 통계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해마다 관광객은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음에도 정작 관광업계의 체감경기는 개선되지 않아 이러한 주장에 힘이 실렸다.

결국 제주도는 관광객 통계 개선에 나섰다.

10여년이 지난 2003년부터 성수기와 비성수기의 관광객 비율을 적용하던 기존 방식에서 항공기 이용객의 월별 관광객 비율을 산정해 적용하는 방식으로 바뀌어 보다 정확도를 높였다.

또 제주와 타지역을 운항하는 10여개 선박의 전산매표 시스템에 의해 집계된 관광객 통계를 이용했다.

외국인 관광객의 경우 법무부 출입국 관리소 통계자료를 받아 국적별로 집계하게 됐다.

외국인 관광객 싣고 제주 찾은 크루즈
외국인 관광객 싣고 제주 찾은 크루즈

[연합뉴스 자료사진]

◇ 개선돼도 못믿을 관광객 통계

관광객 통계 방법이 개선됐지만 신뢰도에 대한 의문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지난 2007년의 경우 제주공항의 국내선 이용객수가 전년 대비 10만명 가량 줄어들었음에도, 국내선을 이용해 제주를 찾은 관광객은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집계돼 논란이 일었다.

당시 제주공항 국내선을 이용해 제주에 도착한 전체 승객은 도민과 관광객을 포함해 547만3천여 명으로 전년도인 2006년 557만4천여 명에 비해 10만1천여명 감소했다.

전체 탑승객 수 자체가 줄어들었기 때문에 월별 관광객 비율을 적용하게 되면 제주를 방문한 관광객 수 역시 전년보다 줄어들어야 했다.

그러나 공항을 통해 입도한 내국인과 외국인 관광객은 총 464만5천명으로, 전년도 461만8천명 보다 2만7천여명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러한 결과는 새로 조사한 월별 관광객 비율을 2007년부터 적용했기 때문에 발생했다.

항공기를 통해 들어오는 월별 관광객 비율의 경우 해마다 산출해 새로 적용해야 하지만, 도와 제주관광협회는 비용문제 등 이유로 매번 용역을 맡기기 어렵기 때문에 한번 조사한 관광객 비율을 3∼5년간 계속 적용해왔다.

이러다 보니 새로 조사한 월별 관광객 비율이 상향 조정돼 관광객 통계에 적용하게 되면 그 시점을 전후해 이런 사례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북적이는 제주공항
북적이는 제주공항

[연합뉴스 자료사진]

최근 제주도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도 이와 비슷한 지적이 나왔다.

수년전 조사된 월별 관광객 비율을 현재까지 그대로 적용하면서 관광객 통계 오류가 발생한 것이다.

제주도의회 문화관광체육의원회 이승아 의원은 지난 16일 제주도와 제주도관광협회를 대상으로 한 행정사무감사에서 "급변하는 관광환경 변화에도 불구하고 2014년도 조사된 제주방문 내국인 관광객 비율을 2018년에도 계속해서 적용하다보니 지난해 내국관광객이 187만명이나 부풀려 보도됐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도와 관광협회는 2017년도와 2018년도에 1억5천만원의 예산을 들여 관광통계방법 개선 연구용역을 통해 새로운 월별 관광객 비율을 산출했음에도 이후 관광객 통계를 내는 과정에 이 결과를 적용하지 않았다.

새로운 결과치를 적용했을 때 내국인 관광객은 물론 전체 입도 관광객 수가 크게 감소하는 결과를 초래하게돼 이를 숨기려 했다는 것이다.

그는 또 월별 관광객 비율을 산출하는 관광 통계 방법 개선을 위한 연구용역의 조사주기와 적용연도, 예산 등이 제각각으로 이뤄져 조사의 일관성이 유지되지 못해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제주도 측은 "통계 조사기법과 표본의 차이로 인해 (과거와 최근 조사결과 사이에) 그 편차가 심하게 나타난 것 같다"며 "앞으로 빅데이터를 활용해 통계 분석의 정확도를 높여나가겠다"고 답변했다.

관광객으로 북적이는 제주 성산일출봉
관광객으로 북적이는 제주 성산일출봉

[연합뉴스 자료사진]

◇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통계 필요

제주의 관광객 집계 방식은 자동차 차량 통행량 조사나 주요 관광지 방문객 수를 합산하는 방식을 쓰는 다른 지자체와 비교할 때 정확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섬'이라는 지리적 이점상 더욱 정확하고 체계적이고 투명한 통계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음에도 그러지 못해 비판을 받는다.

관광객 통계는 제주의 관광 현실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관광산업이 도에 미치는 영향 평가, 관광정책 수립, 관광홍보와 마케팅 방법 개선 등에 가장 기초적인 자료로 활용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최근 급변하는 관광객의 성향과 관광산업의 동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면 해당 통계는 자료로서 가치가 없다.

수년 전에 조사된 월별 관광객 비율을 토대로 현재의 관광객 통계를 낸다는 것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지 않다.

당일 현장에서 조사한 결과가 실시간으로 중앙 서버에 전송돼 일별, 월별, 연도별 정확한 통계 결과가 나와야 한다.

비행기 안에서 태블릿 PC 등에 탑재된 전자조사표(CAPI)를 이용해 조사대상자와 일대일 면접 조사를 하는 방식, 발권 단계에서부터 조사하는 방식 등을 생각해볼 수 있다.

제주 한라산과 바다
제주 한라산과 바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또 제주도 관광통계 규정을 수립, 관광통계의 생산·관리·보급 등에 대해 종합적이고 체계적이고 투명한 절차과정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외에도 호텔과 렌터카업체, 여행사, 골프장 등 회원사의 권익 추구를 목적으로 한 제주도관광협회가 관광통계를 도맡아 집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제주도의회의 지적도 오래전부터 이어져 오고 있다.

제주관광공사와 같은 공적 기관이 전문적으로 관광통계를 다뤄야 한다는 주장이다.

문성종 제주한라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문제는 관광객 통계의 변형을 두려워하고 있다. 새롭고 더 정확한 방식을 적용했을 때 제주 입도 관광객 통계가 줄어들 경우 대내외적으로 미칠 파장을 (제주도와 관광업 종사자들이) 염려하는 것 같다"며 "보다 정확한 관광정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관광통계의 오류를 하루빨리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사람들의 관심은 제주 관광객 1천만명 돌파, 1천500만명 돌파 등 통계 그 자체에 있는 것 같다"며 "병을 치료할 때도 정확한 진단과 처방이 중요하듯 정확한 관광객 통계를 갖고 제주 관광의 문제를 진단한 뒤 제주 현실에 맞는 관광정책을 마련하고 관광객들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bj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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