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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인 메시지 뮤지컬처럼 구현…마돈나 '마담 엑스' 투어

송고시간2019-10-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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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의 여왕' 신작 14집이 주요 레퍼토리…파두 등 이국적인 풍미도

환갑 나이 무색한 역동적인 퍼포먼스…몇차례 객석 파고들어

마돈나 정규 14집 '마담 엑스' 커버
마돈나 정규 14집 '마담 엑스' 커버

[멜론 캡처]

(뉴욕=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뉴욕에서 마돈나가 공연하고 있어요."

3년 전 다시 뉴요커가 된 '포크록 전설' 한대수(71)가 미국 뉴욕 록펠러센터 라디오시티 앞을 함께 걷다가 귀띔했다. "대략 30년 전쯤 공연을 봤는데, 파격적인 퍼포먼스가 아직 기억에 남죠. 마돈나는 그냥 록스타예요. 크하하~."

지난 6월 정규 14집 '마담 엑스'(Madame X)를 발표한 마돈나(61)는 지난달부터 동명 투어 중이다. 내년 3월까지 미국과 유럽 등지를 도는 일정이다. 다행히 티켓 사이트 비비드시트에는 좌석이 남아있었다.

마돈나의 뉴욕 공연이 열린 브루클린의 BAM 하워드 길먼 오페라 하우스는 2천여석 규모. 마돈나가 5천석 미만 극장 공연을 하는 일이 처음은 아니나, 소극장이나 다름없는 곳에서 '팝의 여왕'을 볼 기회였다. 게다가 환갑이 넘은 마돈나는 관객 '리액션'이 좋기로 소문 난 한국에서 단 한 차례도 내한 공연을 연 적이 없다.

비가 가늘게 뿌리던 지난 3일(현지시간) 하워드 길먼 오페라 하우스. 공연장 밖에는 마돈나 공연을 알리는 포스터 한 장 붙어있지 않았다. 마돈나 코스프레를 하거나, '마담 엑스' 티셔츠를 입은 팬이 하나둘 늘자 현장감이 살아났다.

티켓 사이트에 공지된 시작 시각은 오후 8시 30분이었다. '마돈나 룰'에 따라 2시간씩 늦춰진다는 정보를 들었지만 설마…. 극장 경호원은 "밤 10시 30분 시작"이라고 무심하게 답했다.

따로 문자나 이메일 공지가 없는 점도 놀라웠지만, 평일 공연장을 찾은 관객 누구도 항의하지 않는 게 더 신선했다. 관객들은 인근 펍으로 떠나거나, 로비에 마련된 주류 판매대에서 스탠딩으로 술잔을 기울였다.

주최 측은 입장하는 관객 휴대전화를 케이스에 '밀봉'하고 가방은 보관소에 맡기도록 했다. 로비에서부터 어떤 사진도 찍을 수 없었다. 콘텐츠 저작권 보호는 물론 온전히 공연을 즐기란 의미인 듯했다. 로비에서는 티셔츠, 모자, 안대 등 마돈나 MD(팬상품)가 불티나게 팔렸다.

마돈나 '마담 엑스' 투어 뉴욕 공연장
마돈나 '마담 엑스' 투어 뉴욕 공연장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지난 3일 마돈나의 '마담 엑스' 투어 공연이 열린 미국 뉴욕 브루클린의 BAM 하워드 길먼 오페라 하우스.

◇ 불편한 미국 사회 문제 노래…딸들도 등장

예고한 시간보다 30분 늦은, 밤 11시 마돈나가 무대에 올랐다. 그의 등장을 고대한 객석에선 휘파람과 환호가 크게 터져 나왔다. 설렘을 이기지 못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춤추는 관객들도 있었다.

공연은 '타닥타닥!' 타자기를 치는 소리가 공간을 휘감으며 시작됐다. 미국 작가 제임스 볼드윈의 인용 문구가 영상에 떠올랐다. 공연을 리드할 메시지였다.

"예술은 모든 안전이 환상이란 걸 증명하기 위해 있다(Art is here to prove that all safety is an illusion)…예술가들이 평화를 어지럽히러 왔다(Artists are here to disturb the peace)."

혁명전쟁 의상을 입은 마돈나는 진압용 방패로 무장한 경찰과 대치하고, 구멍이 뚫려 그을린 성조기 영상을 배경으로 비장하게 노래했다. 총기 규제에 소극적인 기득권 세력 등을 비판한 '갓 컨트롤'(Got Control)이었다. '여왕'의 제스처는 물론, 총알을 피하려는 듯 몸을 구부리는 댄서들 동작 하나가 메시지를 내포한 메타포였다.

첫 무대만으로 몰입도를 확 높인 마돈나는 'X'를 그린 안대를 하고서 계단에 앉아 노래했다. 프랑스를 구하고도 마녀로 몰려 화형당한 잔 다르크 삶에서 영감받은 노래 '다크 발레'(Dark Ballet). 그는 피아노 위로 올라가 성호를 긋고, 댄서들은 바닥을 기며 춤을 췄다. 대성당, 사제들의 몽타주가 영상에 교차했다. 경찰은 끝내 그를 불구덩이로 데려갔다.

마돈나 정규 14집 '마담 엑스' 디럭스 앨범 커버
마돈나 정규 14집 '마담 엑스' 디럭스 앨범 커버

[멜론 캡처]

이번 투어는 14집 수록곡들이 주요 레퍼토리다. 총기 규제, 성 소수자(LGBT) 등 사회적인 메시지를 다채롭게 짚은 앨범이자, 포르투갈 전통 음악 파두(fado)와 라틴팝 등 이국적인 풍미가 교차한 신작이다.

앨범 타이틀인 '마담 엑스'는 그가 19살에 미국의 전설적인 무용가 마사 그레이엄에게서 수업받을 때 붙은 별칭. 마돈나는 NBC '투데이'와 인터뷰에서 "마담 엑스의 시작부터 이야기를 다시 만들어내고 싶었다"고 소개했다.

그에 따르면 마담 엑스는 전 세계를 다니고, 정체성을 바꾸고, 자유를 위해 일하고, 어두운 곳에 빛을 가져오는 비밀 요원(스파이)이다. 댄서이자, 교수, 주부, 학생, 어머니, 아이, 매춘부 등 신분이 바뀐다.

마돈나는 매 무대를 마치 브로드웨이 뮤지컬처럼 완성하며 다양한 역할로 등장했다. 움직이는 계단, 미디어 아트를 활용한 화려한 영상을 배경으로 이질감 없이 캐릭터 전이를 했다. 낙태권 등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주장하고, 성소자와 빈민·아이 등 사회적 약자를 껴안는 대변인이 됐다. 파두 클럽의 가수, 금발에 트렌치코트와 선글라스를 착용한 '보그'(Vogue) 걸로도 변신했다.

마돈나는 세트 리스트 사이 다른 문화를 탐구한 자신의 현재도 꺼내놓았다. 축구하는 아들의 미래를 위해 포르투갈 리스본으로 이주해 살면서 느낀 외로움을 얘기하고는 이국적인 사운드로 전환했다. '바투카'(Batuka)에선 노예무역 거점이던 섬나라 카보베르데 출신 여성 바투크 뮤지션들이 등장했다. 파두에 뿌리를 둔 '킬러스 후 아 파팅'(Killers Who Are Partying) 때는 '파두 전설' 셀레스테 로드리게스 손자인 가스파르 바렐라(16)가 기타 연주를 더했다.

입양한 남매 4명까지 여섯 자녀를 둔 그는 딸들과도 무대를 꾸몄다. 여왕은 장녀가 춤추는 스크린을 배경으로 1998년 발라드 '프로즌(Frozen)을 감동적으로 들려줬고, 입양한 쌍둥이 스텔라와 에스터 등 어린 딸들과 흥겨운 무대도 연출했다.

마돈나 뉴욕 공연장
마돈나 뉴욕 공연장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지난 3일 마돈나의 '마담 엑스' 투어 공연이 열린 미국 뉴욕 브루클린의 BAM 하워드 길먼 오페라 하우스.

지난 36년간 '팝의 아이콘'으로 군림한 마돈나는 환갑이란 숫자가 무색하게 역동적이고 당당했다. 움직이는 원형 틀에서 몸을 거꾸로 회전하거나, 다리를 번쩍 들어 꼬는 등 섹시한 퍼포먼스나 도발적인 의상엔 괴리가 없었다.

반대 목소리에 부딪히면서도 꾸준히 사회적 쟁점을 피력하던 메시지는 한층 강화했다. 14집곡으로 채우면서도 과거곡은 '파파 돈트 프리치'(Papa Don't Preach), '아메리칸 라이프'(American Life), '라이크 어 프레이어'(Like a Prayer) 등 문제의식을 표출한 곡들로 통일감 있게 골랐다.

물론, 그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을 이용한 성적인 농담을 하고, 자신의 폴라로이드 사진을 즉석 판매하는 유머러스한 장면도 연출했다. 객석으로 내려가 오클라호마에서 왔다는 첫줄 관객 옆에 앉아 그의 맥주를 한모금 마시며 대화하는 친밀한 모습도 보였다.

이 공연을 두 번 본 뉴욕시립대학교 방송학과 정영헌 교수는 "첨단 미디어 아트가 실현된 뮤지컬 같은 무대였다"며 "불편한 미국 사회 문제가 무대에서 디지털 아트 이미지로 구현돼 풍성한 대화처럼 관객에 전달됐다"고 평했다.

여왕이 고른 끝 곡은 14집의 '아이 라이즈'(I Rise)였다. 지난해 미국 한 고등학교에서 일어난 총기 난사 사건 생존자의 격정적인 연설로 시작하는 곡으로, 비극에도 일어나겠다는 메시지가 담겼다. '마담 엑스'의 마지막 임무였다.

마돈나는 투사처럼 노래하며 와이셔츠를 입은 남성 댄서들과 절도 있게 객석으로 파고들었다. 그리곤 출구를 향해 행진하며 퇴장했다.

'예, 위 고너 겟 업/ 예스, 위 캔, 위 캔 겟 잇 투게더'(Yeah, we gonna get up/ Yes, we can, we can get it together·그래 일어설 거야/ 그래 할 수 있어, 함께 할 수 있어)

공연장 발코니석에선 성 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이 휘날렸다.

mi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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