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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남북축구 중계도 대북제재 때문에 불발됐다?

송고시간2019-11-0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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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신문 칼럼 등에서 주장제기…중계권료 자체는 제재대상 아냐

대북송금 제약에 현금지급 복잡한 건 사실이나 방법 없진 않아

10월15일 평양에서 무관중.무중계로 치러진 축구 월드컵 예선 남북전
10월15일 평양에서 무관중.무중계로 치러진 축구 월드컵 예선 남북전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대북제재 때문에 남북 축구중계도 못보나?

지난달 15일 평양에서 열린 2022년 카타르 월드컵축구 예선 남북 대결의 중계방송이 무산된 것은 유엔 대북 제재 때문이라는 주장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10월 21일 문화체육관광부에 대한 국회 문체위 국정감사에서 한 의원은 중계권 계약 관련 액수가 거의 합의됐으나 유엔 제재 때문에 현금으로 줄 수 없어서 결국 중계방송이 무산됐다고 말했다.

이런 지적의 연장선상에서 한 북한 전문가는 10월 23일자 일간지 칼럼에서 "축구 (중계 불발 및 무관중 개최) 사건이 중계권료 지급이 대북제재 위반이었기 때문에 발생했다고 한다면 지금 제재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물을 수 밖에 없다"고 썼다.

한국의 방송사가 북한 측 에이전시(대행사)와 협상을 벌인 끝에 계약을 하고, 계약금까지 내고도 결국 중계가 불발된 것은 공개된 팩트다. 그 주된 원인은 남북관계 악화 속에서 북한이 보인 비협조적인 태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었는데, 다소 '결'이 다른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대북제재가 원인이었다는 주장이 사실이라면 핵·미사일 개발에 따른 제재가 북한에 고통을 줄 뿐 아니라, 국내 축구팬들에게까지 '민폐'를 끼친다는 이야기가 되기에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일단 중계권 협상을 담당한 방송사와 정부 관계자, 해당 주장을 한 의원으로부터는 이런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내용을 들을 수 없었다.

북한 측을 대행한 일본 에이전시와 협상한 KBS는 연합뉴스의 확인요청에 "KBS 등 지상파 3사는 일본 대행사와 계약했을 뿐 유엔제재에 대해서는 아는 바 없다"고 말했다. 일본 대행사와 협상하는 과정에서 제재 문제는 거론되지 않았다는 말이었다.

정부의 대북제재 소관 담당자들도 중계권료 지급의 제재 위반 여부에 대한 내부 검토를 의뢰받은 바 없으며, 유엔 제재 때문에 중계를 못했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제재로 인한 중계 무산'을 최초 주장한 의원은 주장의 근거를 묻는 연합뉴스의 질의에 "출처를 밝힐 수 없다"고 의원실 관계자를 통해 답했다.

전문가들의 말에 따르면 축구 중계권료 자체는 남북 방송사 공동제작 형식의 중계가 아닌 한 대북제재 대상이라고 규정하기 어렵다.

대북제재와 남북교류 문제에 정통한 전문가의 말에 따르면 중계권료는 상대의 서비스에 대한 '대가 지급'이기 때문에 단순히 경기 영상을 보내주는데 대한 대가 제공이라면 그것 자체가 유엔 안보리 결의상 금지 사항은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현실적으로 중계권료를 북한에 전달하는 문제로 들어가면 복잡한 과정이 필요한 측면은 있다.

익명을 요구한 대북제재 전문가는 "북한과의 은행 간 거래가 안보리 결의와 미국의 대북제재 등으로 인해 제한돼 있기 때문에 현금으로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전문가는 "모든 종류의 대북 대량 현금(bulk cash) 지급이 금지된 것은 아니다"며 "수령 주체가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에 관련돼 있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제를 최초 제기한 의원은 '제재로 인해 현금으로 줄 수 없었다'고 했지만, 축구 중계료 제공이 대북제재에 저촉되는지 여부에 대해 정부를 통해 유엔 측의 유권해석을 받아볼 여지가 있었고, 설사 제재 위반 소지가 있었더라도 축구경기라는 민간 교류 행사에 대한 것인 만큼 제재 예외 적용을 신청할 수 있는 사안이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다만 북측을 대행한 일본 에이전트가 중계권료를 북한에 보낼 수 있는 확실한 방안을 경기 전에 확보하는 것이 여의치 않아서 결과적으로 중계가 무산됐을 개연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어 보인다. 그렇더라도 대북제재 때문에 북한 내 축구 경기를 생중계로 볼 길이 막혀 있는 건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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