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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쏭달쏭 바다세상](36) 심상찮은 생김새에도 오독오독 씹는 맛은 일품

송고시간2019-11-03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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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캐 생식기 닮아 붙은 이름 개불…한자로는 해음경(海陰莖)

지렁이처럼 갯벌 속에 구멍 뚫어 살며 정화작용에 기여

회로 먹지만 곱창처럼 석쇠에 굽거나 볶아도 맛있어…고혈압에 효과

경남 남해군 손도 인근에서 잡은 개불
경남 남해군 손도 인근에서 잡은 개불

[경남 남해군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지]

(부산=연합뉴스) 김재홍 기자 = 내륙에 사는 사람들이 해안가 어물전을 구경하다가 깜짝 놀라는 해산물이 하나 있다.

이름부터 심상치 않은 개불. 생김새도 특이하다.

왕지렁이 같기도 하고, 얼핏 보면 동물 창자와 닮아 첫인상은 몹시 징그럽게 느껴질 수도 있다.

개불이라는 이름은 외형이 수캐 생식기처럼 생겼다 해서 붙었다.

조선 순조 때 문신 김려는 '우해이어보'에 개불을 '해음경'(海陰莖)이라 쓰기도 했다.

중국에서는 겉모습이 창자를 닮았다고 해서 '하이장'(海腸)이라 부른다.

개불
개불

[촬영 이종백·재판매 및 DB 금지]

개불은 몸길이 10∼30㎝ 정도로 주둥이는 짧은 원통형이다.

몸통은 주로 붉은색이 도는 유백색으로 꼬리 항문 부근은 털이 9∼13개 에워싸고 있다.

예전에는 지렁이와 같은 환형동물로 분류했지만, 외관으로 봤을 때 몸에 마디가 없어서 지금은 의충동물로 분류된다.

우리나라 주요 서식지는 남해안이다.

갯벌에 U자형 굴을 뚫고 다니며 사는데, 이 구멍으로 해수와 공기가 순환하면서 갯벌이 정화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해양생태계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이를 두고 개불을 '바다의 지렁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암컷과 수컷이 구분되며, 수정은 암컷 몸 밖에서 이뤄진다.

산란은 수온이 내려가는 12월, 수온이 올라가는 3∼4월에 진행된다.

제철은 1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겨울철이다.

개불은 여름철에 갯벌 1m 아래 구멍을 파고 틀어박혀 있다가 수온이 차가워지는 겨울철이 되면 올라온다.

제철 맞은 남해 손도 개불잡이
제철 맞은 남해 손도 개불잡이

[경남 남해군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경남 남해군 앞바다 등에서 이뤄지는 개불잡이는 배의 한쪽 편에 물보(물돛)를 설치하고 반대편으로 갈고리를 내리면서 시작한다.

이어 조류를 따라 소가 쟁기를 끌 듯 배가 옆으로 천천히 이동하고, 이때 반대편 갈고리에는 모래층 속에 사는 개불이 걸려 올라오게 된다.

개불은 단백질이 풍부하고 혈전을 용해하는 성분도 포함돼 있어 고혈압 환자나 숙취 해소에 효과가 있다.

하나의 원통 모양으로 된 조직 때문에 오독오독 씹는 맛도 일품이다.

콜라젠 함량이 높고 달짝지근한 맛이 나서 생선회나 조개류와는 차원이 다른 독특한 풍미가 있다.

신선한 것은 회로 먹는다. 먹기 좋은 크기로 작게 썰어도 꿈틀거린다.

곱창 요리처럼 석쇠에 포일을 씌우고 양념을 해서 먹기도 한다. 꼬치로 굽거나 볶기도 한다.

작게 썬 개불
작게 썬 개불

[촬영 임상현·재판매 및 DB 금지]

살아있는 개불을 손질하는 것을 처음 보면 충격적일 수도 있다.

몸통을 자르면 검붉은 피와 내장 등이 엄청나게 쏟아져 나오고 두께 1∼2㎜ 정도의 표피만 남는다.

손질할 때 피와 내장 등이 조금이라도 남아있으면 맛이 매우 비려지므로 꼼꼼하게 제거해 주고 표피만 먹을 수 있게 잘 헹궈야 한다.

pitbul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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