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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차밭에 등장한 '기린 허수아비'…"코끼리 떼 쫓는 데 특효"

송고시간2019-11-01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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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식지 잃은 코끼리들 농장 침입 사례 빈번…전문가 "효과 오래가진 않을 것"

인도 아삼주의 차(茶) 농장에 코끼리 떼를 쫓아내기 위해 기린 모형이 설치돼있다.
인도 아삼주의 차(茶) 농장에 코끼리 떼를 쫓아내기 위해 기린 모형이 설치돼있다.

[인도 '힌두스탄 타임스' 캡처]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인도 차(茶) 농장 주인이 시도 때도 없이 농장을 침범해 작물을 망쳐놓는 코끼리를 쫓아내려고 실물 크기의 기린 모형을 설치해 효과를 톡톡히 봤다고 영국 일간 더타임스가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홍차 재배지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도 아삼주에서 차농장을 운영하는 우트팔 고스와미는 최근 농장에 섬유 유리로 만든 기린 모형 세 개를 세우자 코끼리들이 접근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인도에선 인간의 개발로 인해 서식지를 잃은 코끼리들이 사람들과 접촉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인도에서 코끼리 개체 수가 인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주인 아삼주에서는 코끼리들이 무리 지어 차 농장으로 들이닥쳐 작물을 짓밟는 일이 빈번하다.

농장주들은 코끼리 떼를 내쫓기 위해 농장 주변에 전기 울타리를 치고 고춧가루를 뿌리는 등 갖은 노력을 해왔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자신 역시 최소 주 2회 찾아오는 '불청객' 코끼리 떼로 인해 엄청난 양의 작물을 잃었다는 고스와미는 코끼리들이 기린 모형을 보자 비로소 속도를 줄이고, "당혹스러운" 모습으로 돌아섰다고 전했다.

그는 "한 무리에 최소 50마리가 있었는데, 다들 정말 당황한 것 같았다"라며, "(기린 모형이) 지금까지 두 무리에게 효과가 있었으니 이것이야말로 내가 찾던 해결책인 것 같다"고 기뻐했다.

야생동물 전문가들은 코끼리의 이 같은 행동에 대한 이유를 확신할 수 없다면서도, 아마도 기린의 큰 키와 연관이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인도 야생동물보호협회의 산딥 테와리는 "인도에는 기린이 서식하지 않는다"고 일깨우면서 "코끼리의 몸집이 크긴 하지만, 긴 목과 키를 지닌 기린도 상당히 인상적이긴 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한 동물이 위협적일 가능성이 있는 또 다른 동물이 자신이 가려는 곳에 있는 것을 보면, 신경을 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코끼리들이 당장은 기린의 큰 키에 겁을 먹었을 수 있으나, 시간이 지나면 기린 모형도 쓸모없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좋은 시도지만, 기린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걸 코끼리들이 알아차리면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올 테고, 결국 (위험하지 않다는 점을) 깨달을 것이다. 그들은 멍청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더타임스에 따르면 코끼리와 인간 간 접촉으로 2010년 이후 아삼주에서만 800명의 사람과 250마리의 코끼리가 숨졌다.

이 와중에 코끼리들을 몰아내는 대신 이들과의 공생을 추구하는 농장도 생기고 있다.

텐징 보도사(28)는 자신의 농장 근처에 전기 울타리를 설치하는 대신 대나무를 심었다. 서식지를 잃어 방황하는 코끼리들이 마음 놓고 먹을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그의 농장은 야생동물 보호단체 '야생동물 친화적 기업 네트워크'(WFEN)로부터 세계 유일의 코끼리 친화적 차 농장으로 인증받았다.

yo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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