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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더스] 신간 - 미중 패권전쟁은 없다 외

송고시간2019-11-04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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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 미중 패권전쟁은 없다
신간 - 미중 패권전쟁은 없다

한광수 지음 / 한겨레출판 / 364쪽 / 18,000원

◇미중, 절대 안 싸운다

2018년 7월 시작된 미중 무역전쟁이 세계 경제를 혼돈에 빠트렸지만 미국과 중국은 절대 등을 돌릴 수 없는 관계라고 역설하는 책.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하자 이를 초강대국 간의 패권싸움으로 보며 '미국에 붙을 것인가, 중국에 붙을 것인가' 같은 양극단의 담론이 확산됐다. 하지만 인천대 동북아국제통상학부 교수를 역임하고 사단법인 미래동아시아연구소를 운영하며 한중관계 연구에 매진해온 저자는 이런 관점에 큰 오류가 있다고 지적한다.

양국 모두 대결에만 초점을 맞춰 이익을 놓치는 나라가 절대 아니라며, 미중 관계 70년을 통해 대립할수록 더 긴밀해진 관계를 파헤친다. 이에 따르면 20세기 이래 미국과의 공존을 꿈꾸지 않은 중국 지도자는 없었다는 게 저자의 시각이다.

마오쩌둥은 루스벨트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미국과 손잡고 민주중국 건설에 나서고 싶다"고 밝혔으며, 영어 공부를 통해 서구식 세계관에 친숙해지려 애썼다. 그 결과 닉슨 대통령을 만나 미중 화해를 성사시킨 장본인이 마오쩌둥이다.

뒤이어 덩샤오핑은 사회주의 체제의 비효율을 개혁하고, 사회주의 국가들이 도미노처럼 쓰러질 때 "중국이 살 길은 시장경제"라고 외치며 중국을 개혁·개방으로 인도했다.

그밖에도 장쩌민, 후진타오, 시진핑으로 이어지는 중국 지도자들이 미국과의 협력이라는 선대의 뜻을 어떻게 해석하고 독창적으로 적용했는지 당대 핵심 인물들을 통해 생동감 있게 전한다.

이 모든 과정을 저자는 "협력이 주축, 대립은 부산물"이라고 요약한다. 격렬했던 대립 후엔 전보다 강화된 미중 관계가 구축됐다는 뜻이다. 실제로 미중은 끊임없이 갈등하면서도 수많은 대화채널을 형성해 미중 현안은 물론, 글로벌 화두까지 다뤘다.

이런 면에서 미중 무역전쟁 역시 대화를 통해 갈등을 조율하고 결국은 타협하는 미중 관계의 역사적 패턴을 벗어나지 않는다고 설득력 있게 전달한다.

양국의 부침에 휘둘리지 않는 한국의 생존 전략은 무엇일까. 저자는 양국 정부와 시장에 동시에 접근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대중국 외교를 강화하고, 이의 필요성을 미국에 설득해야 한다는 얘기다.

남북 경제협력과 통일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분단이야말로 한국이 미중 관계의 부침에 따라 급격한 변화를 겪을 수밖에 없는 근본 원인이라고 진단하기 때문이다. 남북·북미 관계 정상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야말로 미중 관계에서 한국의 전략적·경제적 선택지를 늘려줄 것이라는 관점이다.

신간 - '을'의 눈물
신간 - '을'의 눈물

이철환 지음 / 새빛 / 252쪽 / 15,000원

◇'갑질' 왜 끊임없이 반복될까

우리 사회에 만연한 '갑질'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경고하는 책. 갑질의 종류와 폐해, 역사적·사회적 배경, 가해자·피해자 유형, 해결방안 등을 담았다.

갑질이란 신분, 직위 등에서 상대적으로 우월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 그렇지 못한 상대방에게 무례한 언행을 하거나 인격적 모독을 저지르는 행위다. 이러한 우월적 지위의 남용에서 언어폭력은 기본이고, 구타, 성희롱, 성폭력, 인사 불이익, 따돌림, 경제적 착취, 불공정 거래 등 다양한 행태가 빚어진다.

실제로 직원을 무자비하게 때리는 기업 회장, 10여 년간 코치의 폭력에 시달려온 운동선수, 고상한 줄만 알았던 예술인들의 배움을 내세운 파렴치한 일탈 등 마치 자정 능력이 사라진 것처럼 각계각층에서 곪아 터진 갑질의 실상이 드러나고 있다.

그때마다 여론의 질타가 거센데도 갑질은 왜 끊이지 않고 반복되는 것일까. 저자가 생각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갑질을 하는 사람이 자신의 행위를 전혀 성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의 배경에는 그동안의 사회 관행에 비춰볼 때 전혀 문제가 안 된다고 보는 안일한 사고방식이 있다.

갑질의 폐해는 당해본 사람인 '을'이 제일 잘 안다. 이들은 갑질의 부당함을 알면서도 저항하지 못하고 당할 수밖에 없는 처지여서 더 서글플 수밖에 없다. 간혹 용기를 쥐어짜 갑질의 부조리를 폭로하지만 세상은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쉽게 잊어버려 또 다른 폭력이 되고 만다. 저항해봤자 아무 소용이 없다는 극단적인 부정에 빠져들면 을은 낙담과 절망의 수렁으로 더 깊이 빠져들기 쉽다.

이런 이들에게 이 책은 한 줄의 동아줄 같은 희망을 준다. 가장 먼저 할 일은 가해자의 무지함을 깨우쳐주는 것이다. 그래야만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갑질의 폐해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결국 우리 사회가 만들고 방치했다는 지점에서 저자의 반성도 뼈아프다. 이런 면에서 갑질이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드러나야 도려낼 수 있다는 게 그 이유다.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됐다. 1장에서는 한국에만 있는 특수한 갑질의 개념과 형태를 설명하며, 갑질의 종류와 폐해, 이를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소개한다. 2장에서는 갑질의 형성 배경을 역사적, 사회적으로 낱낱이 파헤친다.

'갑질에서 자유롭지 못한 사람들'이란 제목을 붙인 3장에서는 뉴스로, 혹은 주변에서 접한 갑질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4장에서는 벼랑 끝에 내몰린 을의 눈물을 직시하며 함께 하는 치유를 권하고, 마지막 5장에서는 저자 나름의 갑질 처방전을 제시한다.

저자는 재정경제부 등에서 30년간 공직 생활을 했고, 금융정보분석원, 한국거래소, 한국금융연구원, 한국무역협회 등에서 근무한 뒤 현재는 단국대학교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갑질의 아픔이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신간-선동의 기술
신간-선동의 기술

최성환 지음 / 인간사랑 / 392쪽 / 23,000원

◇아니면 말고? 무책임한 선전·선동 '그만'

세상을 움직인 사람들은 소통가일까, 선동가일까? 요즘 각종 매체에서 가장 자주 들리는 선전·선동 용어는 '아니면 말고'다. 하지만 이 말은 본래 뜻과 다르게 왜곡됐다는 게 저자의 지적이다.

국어사전 차원의 정확한 뜻은 '싫으면 관두라'지만 무책임하게 상대방을 몰아세우는 대응 방식의 대명사처럼 쓰이고 있다는 것이다.

정확한 근거 없이 일단 상대방을 비난한 뒤 근거가 나타나면 더 몰아세우고, 사실이 아니면 '없던 일로 넘어가자'고 얼버무린다. 이쯤 되면 '밑져야 본전'을 넘어 '못 먹는 감 찔러나 보자'는 심리에서 유래됐다고 할 수 있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은 거의 없으므로 다들 지니고 있을 법한 약점 중 몇 개를 공략해보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하지만 털어도 먼지 한 톨 나오지 않아 기대했던 효과를 얻지 못한다 해도 상대방은 이미 회복하기 힘든 상처를 입었을 수 있다. 참으로 무책임한 어법이자 모욕의 행위에 다름 아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다양한 심리적 선전·선동을 일상에서 활용한다. 이를 통해 때로는 남을 속이지만 거꾸로 자신이 선전·선동에 속아 넘어가기도 한다.

이런 면에서 오늘날 선전·선동 방식은 특정 집단이 거창한 의도를 갖고 하는 게 아니라, 일상에 녹아 있는 대중적이고 독특한 소통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익명의 가상공간에서 특히 심하게 벌어진다.

이 책은 선전·선동 기술을 넘어 이의 활용 방법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보여준다. 다양한 선전·선동 기법과 군중심리, 독재자들의 연설 실력 등을 알려주고, 이에 속지 않는 대처법도 다양하게 일러준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 네이버 '지식인'에서 정신건강 상담의 및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는 저자는 특히 "국가의 지도자가 되고 권력을 얻고 싶다면 그 목적과 수단을 위해 양심마저 버려서는 안 된다"며 이를 지키지 못하는 사람이 너무 많은 요즘 현실을 개탄한다.

한편, 이 책에도 저자가 의도하는 다양한 선전·선동 기법이 교묘하게 숨어 있다. 따라서 주의를 기울이며 읽되, 책에서 제시하는 대처법을 적절히 실천해볼 수 있다.

강윤경 기자 bookwor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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