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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 향토극단] 배우 이휘향 배출… 55년 역사의 포항 '은하'

송고시간2019-11-09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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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연극제서 대통령상 등 다수 받아…배우 이휘향 배출

재정·인력 열악…"늘 IMF 위기…제대로 된 작품 만들고파"

극단 은하 백진기 대표
극단 은하 백진기 대표

(포항=연합뉴스) 손대성 기자 = 경북 포항을 대표하는 연극단 '은하' 대표인 백진기씨가 최근 '인디플러스 포항' 앞에서 극단 이력을 설명하고 있다. 2019.11.9

(포항=연합뉴스) 손대성 기자 = 경북 포항은 포스코를 비롯해 철(鐵) 관련 회사가 몰린 철강산업도시다.

철 외에 '포항'이라는 지명에서 언뜻 떠올리는 것이 동해에서 건져 죽도시장과 구룡포항에서 거래하는 수산물, 포항공과대 등 교육·연구기관 정도다.

그러나 포항이 오랜 역사를 지닌 '연극도시'란 점은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다른 지방도시와 마찬가지로 전반적인 문화예술 환경이 척박한 편임에도 연극 분야는 전국 어느 도시에 뒤지지 않는 역사와 전통을 지닌 곳이 포항이다.

대표 극단으로는 5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1964년 12월 김삼일씨 등 KBS포항방송국 성우들을 중심으로 설립한 '은하'를 꼽을 수 있다.

당시 단원들은 연극으로 포항에 문화예술 토양을 마련하겠다는 사명감으로 뛰어들었다고 한다.

관객을 모으는 데 어려움을 느낀 일부 단원이 이탈해 휘청거린 적도 있지만 공연을 거듭하면서 안정을 찾았다.

초기에는 주로 사실주의 작품을 무대에 올리다가 1980년대에 들어 실험적인 작품을 다루는 등 장르와 소재가 다양해졌다.

극단 은하는 1985년 제3회 전국연극제에서 '대지의 딸'이란 작품으로 최우수상(대통령상)을 받았다.

배우 이휘향씨가 이 작품으로 연기상을 받으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이후 산불(1989년), 청계마을의 우화(1994년) 등이 전국연극제 우수상인 문화부장관상을 받는 등 극단은 1990년대까지 전성기를 누렸다.

두 작품은 김삼일씨와 황영란씨(산불), 백진기씨와 황상해씨(청계마을의 우화)에게 각각 연출상과 연기상을 안겨줬다.

그 뒤에도 2000년 연기상(하지희씨·언덕에 서면 보름달이 보인다), 2003년 은상(불의 가면) 등 상복이 이어졌다.

1983년 광주시립극단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포항시립극단이 등장했는데 김삼일씨가 상임연출을 맡는 등 극단 은하와 뗄 수 없는 관계였다.

극단 은하는 2000년대에 들어 일본, 캐나다 등 외국에서 열리는 국제연극제에 참여하며 보폭을 넓혔다.

미소 띤 극단 대표
미소 띤 극단 대표

(포항=연합뉴스) 손대성 기자 = 경북 포항을 대표하는 연극단 '은하' 대표인 백진기씨가 최근 '인디플러스 포항' 앞에서 극단 이력을 설명하면서 미소 짓고 있다. 2019.11.9

김삼일씨 뒤를 이어 1989년 극단 대표를 맡은 백진기(64)씨는 2001년부터 사비를 들여 포항바다국제연극제를 만들었다.

외국 연극단체 초청과 무대 확보 및 설치, 홍보 등은 오롯이 그의 몫이었다.

애초 한두 차례만 할 계획이었지만 어쩌다가 보니 지금까지 해마다 열고 있다고 한다.

4회부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지원을 받기는 해도 외국 극단을 초청하고 무대를 마련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한다.

백씨는 아버지가 식품제조업을 해 살림살이가 넉넉했고 포항 중앙상가에 피자가게나 식당 등을 운영하는 사업가여서 연극계에서 재벌로 소문이 났을 정도였다.

그러나 연극에 빠져 살다가 보니 하나둘 사라지거나 망해 지금은 빈털터리 신세다.

바다연극제 개최에도 매년 사비를 추가로 들이고 소극장 운영과 극단 유지에도 돈이 들어 가다 보니 형편이 넉넉하지 못하다.

30∼40명씩 있던 단원은 가용인원이 10명이 채 안 될 정도로 줄었다.

포항에 연극영화과가 있는 대학이 없어서 단원 공급이 어려운 상황이다.

극단 은하도 2000년대 들어서 전국연극제 수상명단에서 이름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백씨가 홀로 출연하는 '빨간 피터의 고백'을 제외하면 내세울 만한 작품도 없다.

지난해에는 8편을 무대에 올렸지만 올해는 3편을 올리는 데 그쳤다.

극단 대표를 그만두고 싶어도 물려받으려는 사람이 없어 그러지도 못한다.

전국 연극단이 지닌 공통 문제다.

백 대표는 지금까지 홀로 살면서 연극과 결혼했다고 했다.

그의 꿈은 연극으로 돈을 버는 것도 아니고 큰 이름을 알리는 것도 아니며 서울 무대에 진출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연극 한 편 올릴 때 배역 정할 인원이 부족하지 않고 제대로 된 급료를 지급하면서 좋은 극장에서 멋진 작품을 하는 것이 전부다.

백 대표는 "연극은 IMF 외환위기가 따로 없었고 늘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늘 후배에게 귀감이 되는 작품을 만들고 싶을 뿐"이라고 말했다.

극단 은하 백진기 대표
극단 은하 백진기 대표

(포항=연합뉴스) 손대성 기자 = 경북 포항을 대표하는 연극단 '은하' 대표인 백진기씨가 최근 '인디플러스 포항' 앞에서 극단 이력을 설명하고 있다. 2019.11.9

sds1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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