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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스틸웰, 北 연말시한 제시에 "인위적 데드라인 설정 안돼"(종합)

송고시간2019-11-08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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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일본 기자회견 발언…北 연말시한 설정에 첫 공개 반응

"北 미사일 시험 용인한 적 없어"…대화·압박 병행 확인하며 '인내의 외교'

北 미사일 시험 '레드라인 어디냐' 질문에 "모호성 남겨두는 게 나아"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데이비드 스틸웰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북한이 비핵화 협상과 관련, 올해 연말을 '새로운 계산법'의 시한으로 제시한 데 대해 데드라인을 인위적으로 설정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북한이 지난달 초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재개된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의 결렬을 선언한 뒤 미국을 향해 "연말까지 좀 더 숙고해 보라"고 권고한 데 대한 첫 공개적 반응으로, 북한의 협상 테이블 복귀를 촉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달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 결렬 발표하는 북한 김명길
지난달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 결렬 발표하는 북한 김명길

[AP/교도=연합뉴스 자료사진]

스틸웰 차관보는 또 미국이 북한의 탄도미사일 시험을 용인하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하며 대북 압박과 대화를 병행하는 강온 기조를 재확인했다.

미 국무부는 스틸웰 차관보가 미일 정부 관계자와 전문가의 정책 포럼인 '제6차 후지산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일본을 방문 중이던 지난달 26일 도쿄에서 가진 기자회견 녹취록을 열흘가량 지난 6일(현지시간) 배포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스틸웰 차관보는 "북한이 스스로 더 안정적인 안보 환경을 협상하기 위해 미국을 테이블로 끌어내길 원한다면, 북한은 현재 이 능력을 갖추고 있는데 그것을 이용해야지, 인위적 데드라인 같은 것을 설정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것은 과거에 그들에게 효과가 있었던 전술이 아니다"라며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와 함께 그들의 안보 우려에 대처할 방법을 이해하기 위해 우리와 다른 국가들과 지속적 대화(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스틸웰 차관보는 "북한은 한 가지 일을 많이 한다. 그것은 엄포인데 맞나요?"라고 한 뒤 1994년 북한의 '서울 불바다' 발언을 상기시킨 후 "그들이 한다고 말해놓고 결코 완수하지 않았던 일들을 생각해보라"고 말했다.

또 "이 문제, 핵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그들에게 이익"이라며 "우리가 전에도 얘기했듯이 핵무기와 운반 수단을 가지는 것은 그들을 덜 안전하게 만드는 것"이라는 비슷한 취지의 말을 세 차례 반복했다.

스틸웰 차관보는 북한이 미사일 시험에서 넘어선 안 될 선인 '레드라인'이 어디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모호함이 도움이 된다"며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잇단 단거리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를 문제 없다는 식으로 반응함으로써 북한의 추가 도발에 대한 추측을 낳는다는 일본 기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미국이 레드라인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적은 없지만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비춰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장거리 미사일과 핵실험을 설정해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기도 했다.

지난달 북한,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지난달 북한,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시험발사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연합뉴스 자료사진]

스틸웰 차관보는 "모든 이들은 우리가 어느 지점에서 단호한 행동을 취할지 알고 싶어 한다"면서도 "일단 당신이 레드라인을 확인하면 스스로 궁지로 몰아넣는다. 이제 당신은 행동할 공간이 없게 된다"고 말했다.

또 "이것(북핵)은 실제로 군사적 문제가 아니라 훨씬 더 광범위한 정치적 문제"라며 "이런 문제에서 레드라인을 긋는 것은 실제로 안보 문제가 더 나빠지게 만든다", "그 모호성을 남겨두는 게 더 낫다"고 말했다.

그는 "이것(모호성)은 분명 우리 동맹에 좌절감을 주는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이는 협상하고 행동할 공간을 주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한 뒤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관여 정책 이후 과거 협상보다 훨씬 더 멀리 나갔다고 평가했다.

스틸웰 차관보는 한 기자가 '트럼프 대통령이 단거리 미사일 시험은 괜찮다'라고 했다고 언급하자 "역사적 사실로 뒷받침된다고 생각지 않는다"고 반박한 뒤 "북한과 초기 협상 결과 중 하나는 핵실험, 단·중·장거리 미사일 시험 등 유엔 안보리 결의안 위반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을 북한이 명심하게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을 더 압박할 것이냐는 질문에 "우리는 계속 압박을 추가해야 한다"면서 "그러나 많은 부분은 북한의 협상 태도에 달려 있다"며 강온 병행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과거 북한과 협상에서 승리하고 해결했다고 주장한 뒤 오히려 더 나쁜 행동을 유발한 몇몇 사례를 겪었다고 말한 뒤 "인내심이 필요하다"며 '인내의 외교'를 거론했다.

스틸웰 차관보는 문재인 정부의 태도가 중국, 북한에 기운 것 같다는 일본 기자의 질문에 한국 정부가 중국의 경제적 압력에도 불구하고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를 배치했다며 동맹으로서 많은 긍정적 일을 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모든 결정이 우리 안보에 기여한다고 생각하는 어떤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 뒤 "그러나 그들은 동맹이고 또한 주권 국가다. 우리는 그들에게 공간을 줘야 한다"며 "우리는 안으로 들어가 바꾸려고 시작하지 않는다. 우리는 협상과 민주적 절차를 통해 이런 일들을 성취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스틸웰 차관보는 한일 군사정보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문제와 관련, 미국의 촉진, 권장 역할과 함께 한일 양국의 진지한 대화와 창의적 해법 필요성을 누차 강조하는 과정에서 지난달 2일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 발사 당시 상황을 사례로 들기도 했다.

그는 "(당시) 한국 측이 지소미아를 활용했다고 인정했다"며 "우리가 이런(정보공유) 능력을 갖춘 것은 모든 (세) 나라의 이익을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당시 한국이 지소미아에 근거해 일본에 정보공유를 요청했다는 언론 보도를 거론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스틸웰 차관보의 녹취록은 간담회 개최 후 열흘 넘게 지난 시점에 배포된 것이어서 관심을 모았다.

지소미아 종료 시점이 점점 다가오고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본격화하는 와중에 미국측 주요 인사의 방한이 빈번해지는가 하면, 한미 관계 관련 발언이나 자료 배포도 최근 들어 부쩍 늘어난 모양새다.

미국은 중국이 주도한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이 타결된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3(한중일) 정상회의 기간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강조하는 각종 자료를 배포하는 물량 공세에 나서는 등 중국을 견제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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