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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임박한 지소미아 종료일…필요하다면 일시 연기방안도 고려해야

송고시간2019-11-08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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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일본의 일방적 경제보복이 초래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의 시행 시기가 보름 앞으로 다가왔다. 한국 정부가 지난 8월 23일 지소미아 종료 입장을 담은 공문을 일본에 보냈고 이로부터 90일이 경과한 11월 23일 0시를 기해 협정이 효력을 잃는다. 지소미아 없는 한미일 안보협력 체제의 부정적 파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이는 가운데 외견상 분주하게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는 주체는 3각 안보체제를 주도하는 미국이다. 한일 양국이 당사자들이긴 하지만 상황 악화의 책임을 상대국 정부에 물으며 정면 대치하는 상황이어서 접점을 쉽게 찾을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안보상 한국을 믿을 수 없다며 수출규제를 가한 일본과 민감한 군사정보를 공유할 수 없기에 일본이 수출규제를 먼저 풀라는 입장이고, 일본은 두 가지 사안은 완전히 별개라는 태도에서 조금도 물러서지 않는다. 이런 꽉 막힌 상황 탓에 미국의 역할이 부각됐고 실제로 미국이 어떻게든 지소미아를 유지하려고 바삐 움직이는 형국이다.

미국 정부는 우리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 직후부터 대놓고 우려와 실망을 표출해 왔고, 종료가 임박하자 타결을 유도하려는 '압박' 행보에 더욱 힘을 주고 있다. 공식적으로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데이비드 스틸웰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금주 방한해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 및 외교부, 국방부 장관과 잇따라 만나 지소미아 종료 결정 재고를 강력히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랜들 슈라이버 국방부 차관보, 마크 내퍼 국무부 부차관보도 일본 매체들과의 잇단 인터뷰에서 지소미아 유지를 촉구하며 스틸웰 차관보 방한 전에 분위기를 띄운 바 있다. "한일 관계의 긴장은 중국, 북한에 이익을 줄 뿐이다","지소미아를 유지토록 설득하고 싶다" 등이 그들의 발언이다. 미국 국방부는 마크 에스퍼 장관이 15일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SCM) 참석차 내주 방한하는 소식을 전하며 지소미아 유지를 바란다고 거듭 압박했다. 미국이 일본의 원인 제공 행위를 살피기보다는 '협정 종료'라는 상황에 치중하는 듯해 우려스럽기도 하지만, 균형 있는 중재 노력이라면 새로운 국면을 터주는 계기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한일 간 갈등 상황이 첨예하다 보니 지소미아 종료전 불과 보름 남은기간에 접점을 찾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그래서 해법을 찾을 때까지 종료일을 몇 개월 만이라도 일단 뒤로 미뤄 시간을 벌어보자는 '연기론'이 일각에서 제기된다. 일단 협정을 종료하고 해법이 마련되면 다시 체결할 수도 있겠지만, 아예 종료가 되면 해법 찾기의 동력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소미아 종료일은 한일 양국의 합의에 따라 미룰 수 있고 어떤 형식이든 관련 합의문만 만들면 된다는 견해가 있다. 문제는 종료 시행을 뒤로 늦추는 결정을 끌어낼 명분이 우리 정부에 생겨야 하는데 현재로선 이게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일본 정부가 조금이나마 전향적인 자세로 전환해 일부 성의 있는 조처를 한다면 도움이 되겠지만 아베 신조 총리 정부가 보여온 고집스럽게 일관된 태도를 보면 이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미국 고위 관료들의 행보와 그들의 중재 활동에 관심이 쏠린다. 한미일 정부 당국자들의 언급대로 지소미아 유지가 3국 모두에 절대적으로 중요한 이익이라면 시한을 미루는 합의가 그리 어렵지 않아야 한다. 아무래도 당사국들보다는 중간자 격인 미국에 이를 추동할 여지가 더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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