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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액티브] 서연중 학생들이 시각장애인 선생님에게서 배운 것

송고시간2019-11-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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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주보배 인턴기자 = "인사 소리가 우렁차죠? 아이들이 '몇 학년 몇 반 누구입니다'하고 인사하는 게 서연중학교에선 자연스러운 풍경이에요."

지난 7일 오후 1시께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 있는 서연중학교. 역사 교사 류창동(29)씨가 지나갈 때마다 우렁찬 인사가 들렸다. 인사 뒤에는 "몇 학년 몇 반 누구예요"라며 반과 이름을 소개하는 말이 따라왔다. 학생들이 시각장애인인 류씨에게 자신이 누군지 알리는 인사법이었다.

류씨는 올해 초 임용고시를 통과한 뒤 첫 학교로 서연중에 부임했다. 지난 3월부터 학생 10명이 속한 동아리 '점자 알고 점자 나누기'를 운영하고 있다. 알록달록한 단풍나무로 둘러싸인 서연중학교에서 류 교사와 '점자 알고 점자 나누기'에서 활동 중인 이도연(이하 16세), 정예림, 최연우양을 만났다.

점자로 짧은 편지를 쓰는 류창동 교사(왼쪽부터)와 정예림, 이도연, 최연우양.
점자로 짧은 편지를 쓰는 류창동 교사(왼쪽부터)와 정예림, 이도연, 최연우양.

[촬영 주보배]

"역사 선생님이 동아리에서마저 역사를 가르치면 식상하잖아요. 또 학교에서 점자에 능통한 사람은 저뿐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점자에 관련된 활동을 동아리에서 지도하게 됐어요."

학생들은 2주에 한 번, 1시간30분씩 이뤄지는 동아리 활동을 약 9개월간 하면서 점자를 읽고 표현할 수 있게 됐다. 세 학생 모두 점자로 짧은 편지도 쓴다.

이양은 동아리 활동을 통해 손으로 글자를 인식하는 점자를 알게 됐다.

"동아리에서 점자가 읽을 때와 표현할 때 방향이 다르다는 것을 배웠어요. 점자는 읽을 때와 찍을 때 좌우가 반전되거든요. 처음에는 헷갈렸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익숙해졌어요."

서연중학교 보건실 문 옆에 붙은 점자 스티커.
서연중학교 보건실 문 옆에 붙은 점자 스티커.

[촬영 주보배]

류 교사와 학생들은 보건실, 소회의실 등에 공간의 용도가 적힌 점자 스티커를 제작해 학교 곳곳에 붙이기도 했다. 정양은 동아리 활동 중 가장 뿌듯했던 활동으로 점자 이름표를 붙인 일을 꼽았다.

"나중에 우리 학교에 또 다른 시각 장애인 친구나 선생님께서 올 수 있다는 생각에 점자 이름표를 붙였어요. 친구들과 수다를 떨다가 나온 아이디어였는데 실현돼서 뿌듯했죠."

류창동 교사가 받은 스승의 날 기념 점자 롤링 페이퍼.
류창동 교사가 받은 스승의 날 기념 점자 롤링 페이퍼.

[류창동 교사 제공]

지난 5월 스승의 날을 전후해 류씨에게는 특별한 선물이 도착했다. '점자 알고 점자 나누기'에서 점자를 익힌 정양과 최양이 스승의 날을 맞아 3학년 7반 학생들이 쓴 롤링 페이퍼 편지를 점자로 바꿔서 전해준 것.

"총 21명의 7반 아이들이 쓴 롤링 페이퍼 내용을 두 학생이 반씩 나눠서 점자로 찍어 저에게 전해줬어요. 롤링 페이퍼 내용을 점자로 바꾸는 작업이 사흘 정도 걸렸대요. 아이들의 마음이 따뜻해서 큰 감동으로 다가왔어요."

'점자 알고 점자 나누기'에서는 점자만 배우는게 아니다. 학생들이 두 명씩 짝을 이뤄 한 명은 안대를 쓰고, 다른 한 명은 안내자 역할을 맡아 학교를 돌아보는 체험도 했다. 시각장애인의 삶에 공감하기 위해서다.

최 양은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다른 이와 더불어 사는 법'을 배우고 있다.

"체험 활동을 하면서 시각 장애인과 함께 걸을 때 제 팔꿈치를 잡도록 한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동아리에서 평소에 배울 기회가 적은 점자를 배우고, 평소엔 잘 생각하지 않았던 시각 장애인의 삶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어요."

류씨는 "'점자 알고 점자 나누기' 활동이 '장애 공감 교육'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개선'이란 말은 무언가를 '뜯어고친다'는 뜻이 강조된 말로 느껴져요.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잘못돼 있다는 것을 전제하죠. 하지만 장애인에 대한 편견은 잘 몰라서 생긴 경우도 많거든요. 동아리 활동이 아이들이 시각 장애인의 삶을 있는 그대로 접하고 그들과 소통하는 법을 익히는 '공감 교육' 시간이 되길 바라요."

jootreasur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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