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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주의 미술 대모 윤석남을 만들어준 벗들의 얼굴

송고시간2019-11-08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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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I미술관서 7일부터 개인전 '벗들의 초상을 그리다'

(서울=연합뉴스) = OCI미술관에서 7일 개막한 개인전 '벗들의 초상을 그리다' 전시장에 선 윤석남 작가.

(서울=연합뉴스) = OCI미술관에서 7일 개막한 개인전 '벗들의 초상을 그리다' 전시장에 선 윤석남 작가.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한국 여성주의 미술 대모, 페미니스트 1세대 작가 등으로 불리는 윤석남(80)은 약 10년 전 느닷없이 한국화를 배워 초상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한국화, 초상화 모두 별다른 관심이 없던 분야였다. 그러나 우연히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본 조선시대 화가 공재 윤두서의 자화상이 그의 작품 인생을 바꿔놓았다.

작가 표현에 따르면 윤두서 자화상과의 만남은 그날 그를 거의 울게 했고, 그냥 그 자리에 얼어붙게 한 혁명적인 사건이었다.

7일 종로구 수송동 OCI미술관에서 개막한 개인전 '벗들의 초상을 그리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지금도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그 자화상을 보는 순간 큰 충격을 받았다"라며 "모든 것을 버리고 다시 공부하자는 생각이 들었고 한국화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다음 달 21일까지인 이번 전시에서는 그렇게 그리기 시작한 초상화 22점과 자화상 50여점을 선보인다.

초상화 모델이 된 22명은 오늘날 작가가 존재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 단순한 친구가 아니라 작가의 그림에 음으로 양으로 도움을 준 사람들이다.

미술계 동료 외에 시인 김영옥, 가수 한영애, 김이경 작가 등 다양한 문화예술계 인물들과 작가의 오랜 친구, 미술 담당 기자, 작가가 그림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집안 살림을 도와준 이까지 다양하다.

작가는 각 초상화 옆에 그들과의 인연을 소개하며 안부를 묻고 고마움을 표하는 글도 직접 썼다.

그림 주인공들의 또 다른 특징은 모두 여성이라는 점이다.

작가에게 도움을 준 이들이 여성이기도 했고, 작가가 예전부터 여성의 삶에 집중해온 것도 이유다.

작가는 "윤두서 초상화를 본 후 자료를 찾아보니 옛 초상화에서 여성을 찾기 어려웠다"며 "내가 관심을 가진 여성의 삶을 조명해보자고 생각했고, 앞으로도 계속 여성 초상화를 그리고 싶다"고 말했다.

윤석남은 한국 붓으로 그리는 전통 민화 기법을 사용하면서도 색감과 구도 등에 있어서는 자신만의 색깔을 뚜렷하게 드러낸다. 이번 전시에는 초상화와 자화상 외에 '허난설헌', '신가족', '소리' 신작 설치 작품 3점도 선보인다.

작가는 80대에 접어들었지만 에너지가 넘쳤다.

그는 "초상화로 꼭 하고 싶은 게 있다"며 "일본강점기 때 저항했던 여성 100인의 초상을 그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초상화는 상대방의 삶을 보고 순간을 포착해서 형상화하는 매력이 있는데 그분들도 한 사람 한 사람 역사가 있지 않겠나"라며 "제대로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100인의 삶을 그려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윤석남은 앞으로 약 1년은 붓을 놓을 계획이다.

"그림 그리면 그림만 생각하게 돼 책을 읽고 연구할 시간이 없어요. 1년간은 그림을 그리지 않고 그들의 삶에 대한 연구만 해보려 합니다."

윤석남 '벗들의 초상을 그리다' 전시 전경
윤석남 '벗들의 초상을 그리다' 전시 전경

[OCI미술관 제공]

doub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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