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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16명 살인혐의 北주민, '북한이탈주민' 인정불가?

송고시간2019-11-08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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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사법관할권 적용엔 '귀순' 전제돼야"…탈북민 인정 요건 불충족 판단

일각선 "보호대상서 배제하더라도 국적 주고 南서 처벌했어야"

질의에 답하는 김연철 통일부 장관
질의에 답하는 김연철 통일부 장관

(서울=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8일 오전 비경제부처 부별 심사를 진행하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19.11.8 kjhpress@yna.co.kr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이지안 인턴기자 = 선상에서 동료 선원 16명을 살인한 혐의를 받는 북한 주민 2명을 정부가 지난 7일 추방 형식으로 북송한 데 대해 여러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보수 성향 유튜브 채널에서는 '헌법상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귀순의사를 밝힌 만큼 강제송환해서는 안될 일이었다'는 등의 주장이 나왔다.

1차적 쟁점은 살인 혐의를 받는 북한 주민들의 '국적' 및 '법적 지위'를 둘러싼 부분이다.

이는 우리 사법체계하에서 이들을 살인죄로 처벌할 수는 없었느냐는 질문과 연결된다.

헌법은 대한민국 영토를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규정함으로써 북한을 포함하고 있다. 또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북한이탈주민법)'은 '북한이탈주민'을 '군사분계선 이북지역(북한)에 주소, 직계가족, 배우자, 직장 등을 두고 있는 사람으로서 북한을 벗어난 후 외국 국적을 취득하지 아니한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다.

잔혹한 범죄를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는 점과는 별개로, 추방된 2명은 법률상 '북한이탈주민'으로 간주할 조건은 갖춘 듯 보인다. 법에 따르면 정부가 특정인을 '북한이탈주민'으로 판단하면 통일부 산하 북한이탈주민 대책협의회에서 정착지원 등 보호 조치를 할지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그러나 이번에 추방한 2명에 대해 정부는 아예 북한이탈주민법의 적용 대상으로 간주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은한 통일부 부대변인은 8일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 주민은 헌법상의 잠재적 국민에 해당한다"고 유권해석을 내리면서도 이번에 추방한 2명에 대해 "탈북민은 북한이탈주민법상의 일정한 요건과 절차를 이미 거친 명백한 우리 국민으로서 이번 사례(추방된 2명의 사례)와는 전혀 별개의 문제"라고 말했다. 추방된 2명은 북한이탈주민법을 적용받을 요건과 절차를 거치지 못했다는 취지였다.

김 부대변인은 또 "이들에게 현실적인 사법관할권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우리 국민으로 수용하는, 통칭 귀순이라고 하는 절차와 여건이 전제되어야 한다"며 "이번 추방과 관련해서 정부는 관련 매뉴얼 및 북한이탈주민법상의 수용절차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았으며 즉, 귀순 의사가 불인정되었다"고 말했다.

이어 "조사 과정에서 분명히 이들이 귀순 의사를 밝힌 바는 있다"면서도 "발언의 일관성이라든가 정황을 종합한 결과, 순수한 귀순 과정의 의사라고 보기보다는 범죄 후 도주 목적으로 보는 것이 합당하다는 판단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8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들이 귀순 의사를 분명히 표현했나'라는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의원의 질문에 "죽더라도 돌아가겠다는 진술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통일부 장관과 부대변인 말을 종합하면, 추방된 사람이 일시적으로 귀순 의사를 밝히긴 했지만 '진정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되며, 북한으로 돌아가겠다는 의사도 분명히 했다는 얘기다.

북한이탈주민법 제3조는 '이 법은 대한민국의 보호를 받으려는 의사를 표시한 북한이탈주민에 대하여 적용한다'고 돼 있다. 결국 추방된 이들이 보호받으려는 의사(귀순의사)를 한때 표하긴 했지만 법 적용의 요건을 충족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북한이탈주민법은 보호 대상자로 정하지 않을 수 있는 사유의 하나로 '살인 등 중대한 비정치적범죄자'를 규정하고 있지만 보호 대상자 지정 여부를 따지기 전에 추방된 2명은 북한이탈주민법의 적용 대상 자체가 되지 않는다는 게 정부의 인식인 셈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이견도 존재한다.

탈북자 문제에 정통한 한 대북 전문가는 "정부가 북한이탈주민법상의 보호대상으로 결정하는 문제와, 그 사람에게 대한민국 국적을 부여하는 문제는 서로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범죄를 저지르고 북한을 탈출한 사람에 대해서도 국적은 부여하되, 그를 북한이탈주민법상 보호대상으로 지정하지 않은 전례가 있다고 이 전문가는 소개했다.

'잠재적 대한민국 국민'인 북한 주민이 북한을 이탈해 한국땅에 들어온 만큼 죄를 지었더라도 일단 국적을 부여한 뒤 사법 관할권을 직접 행사해 처벌할지 등에 대한 범정부적 의사결정 과정이 있었어야 했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이번 사건이 남북관계의 특수성과, 관련 법규정의 미비점을 드러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헌법상 영토조항은 상징성에 불과한 조항이라 실효적인 의미가 없다"며 "법률상으로 따져봐도 남북 사이에 범죄인 인도조약과 같은 근거가 없기 때문에 이번 사안은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북한주민 송환 규탄하는 시민단체
북한주민 송환 규탄하는 시민단체

(서울=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8일 오후 서울 정부서울청사에서 한국자유민주정치회의 관계자 등이 지난 2일 동해에서 나포된 북한 주민 2명의 송환에 대해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19.11.8
ondol@yna.co.kr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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