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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채 꼼수'로 비전임교수 사표받아 안돌려줘…법원 "부당해고"

송고시간2019-11-12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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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국립대, 2시간만에 사표 철회 의사에도 "이미 수리" 거짓말

서울행정법원

서울행정법원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대학이 공개채용 절차를 이용해 비전임 교수들로부터 사직원을 받아내는 수법으로 '꼼수 해고'를 했다가 법원으로부터 '부당해고'라는 판단을 받았다.

이 대학은 비전임 교수들이 사직원을 제출한 지 2시간 만에 철회 의사를 밝히자 "사표가 이미 교무과에 넘어가서 수리됐다"고 거짓말까지 했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홍순욱 부장판사)는 비수도권 지역 국립 A대 초빙교수 3명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부당노동행위구제 재심판정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2008∼2011년부터 A대 기초교육원에서 수리영역 강의 초빙교수로 근무하던 이들은 2018년 같은 자리에 대한 공개채용에 불합격하자 A대의 요구에 따라 사직원을 기초교육원 행정실에 제출했다.

이들은 2시간 뒤에 사직원을 돌려받으러 갔으나, 행정실 팀장은 사직원이 이미 교무처 교무과로 수리됐으므로 돌려줄 수 없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는 거짓말이었고, 실제로 사직원이 교무과로 송부돼 수리된 것은 그다음 날이었다.

이들은 A대가 자신들의 근로계약 갱신을 거절한 행위가 부당해고라며 구제신청을 했고, 지방노동위원회가 이를 기각하자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사직원이 수리되기 전에 사직의 의사 표시를 철회했으니 자신들의 근로계약이 합의해지에 의해 종료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자신들이 최초 임용 후 매년 재임용돼 정당한 '갱신 기대권'을 갖고 있었고, A대가 공정성과 합리성이 결여된 공개채용 절차를 통해 자신들을 탈락시킨 것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이러한 원고들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A대는 사직원을 수리할 권한이 기초교육원에도 있으니 원고들이 사직원을 제출한 날 수리가 이뤄졌다고 주장한다"며 "하지만 (여러 사정을 볼 때) 사직원의 수리 권한은 교무과에 있고, 사직원이 교무과에 송부되기 전까지는 (사직원을 낸 교원이) 사직의 의사 표시를 철회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또 "원고들은 각 6∼9차례 재임용됐고, A대는 이번 사례 이전에 초빙교수의 의사에 반해 계약 기간 만료를 이유로 근로계약을 종료시킨 전례가 없다"며 "원고들에게는 근로계약이 갱신될 것이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개채용 절차에 하자가 있었다는 원고측 주장도 재판부는 인정했다.

재판부는 "공개채용에서 합격과 불합격을 가른 결정적 요인인 2단계 평가점수에는 구체적인 배점이나 평가 기준이 없었다"며 "원고들이 최초 채용 이래 계속 90점이 넘는 평가점수로 재임용된 점 등에 비춰볼 때, 이들이 공개채용에서 합리적이고 공정한 방법으로 심사받았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bookmani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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