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랑부리백로, 1박2일 1천215㎞ 날아 대만 갔다
송고시간2019-11-11 09:47
국립문화재연구소, 위치추적기로 두 마리 월동지 이동 경로 확인
"평균 시속 50여㎞…한 마리는 대만 거쳐 필리핀으로"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천연기념물 제361호로 지정된 철새 노랑부리백로 두 마리가 한반도 서남해안에서 먹이를 취한 뒤 평균 시속 50여㎞로 날아 겨울나기 장소인 대만과 필리핀에 각각 안착한 사실이 확인됐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지난 5월 전남 영광군 칠산도에서 출생한 노랑부리백로 두 마리에 부착한 위치추적장치를 통해 확인한 월동 이동 경로를 11일 공개했다.
개체 번호가 'nhc1902'인 노랑부리백로는 지난달 29일 전남 해남 인근 갯벌을 떠나 평균 시속 54㎞로 제주도 상공을 지난 뒤 1천215㎞를 이동해 다음날 대만 북동쪽 신베이(新北)시 해안 습지에 도착했다.
또 다른 노랑부리백로(개체 번호 nhc1904)는 지난달 30일 전북 고창 연안 갯벌에서 출발해 평균 시속 51㎞로 1천477㎞를 날아 다음날 대만 타이난(臺南)에 닿았다. 이어 지난 1일 1천340㎞를 또다시 비행해 2일에 필리핀 산토토마스 강 하구에 이르렀다.
겨울이 되면 노랑부리백로가 따뜻한 남쪽 지방으로 이동한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졌지만, 정확한 이동 경로와 속도가 파악되기는 처음이다.
노랑부리백로 위치 추적에 활용한 기기는 국내에서 개발한 'GPS-이동통신 시스템 기반 야생동물 위치추적기'(WT-300)이다. 태양열 충전 방식을 통해 4시간에 한 번씩 새들의 위치를 알려준다.
노랑부리백로는 세계에 2천600∼3천400마리만 생존했다고 알려져 보호가 필요한 종이다. 몸길이는 약 55㎝이며, 온몸이 흰색이다. 4∼6월이면 맨땅 위에 마른 가지로 둥지를 짓고, 옅은 청록색을 띠는 알을 2∼4개 낳는다.
국내에는 영광 칠산도와 옹진 신도가 천연기념물 노랑부리백로 번식지다. 칠산도 번식지는 해풍과 3만 마리에 달하는 괭이갈매기 번식으로 식물이 고사하고 토사가 유실하는 등 여건이 나빠졌다고 연구소는 전했다.
연구소는 앞으로 '천연기념물 생태지도 서비스'(gis-heritage.go.kr)를 통해 노랑부리백로 이동 경로를 공개할 방침이다.
강정훈 국립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관은 "대만과 필리핀으로 간 노랑부리백로는 아직 어려서 내년에 돌아오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며 "칠산도 번식지와 월동지에 대한 효율적 관리 방안을 수립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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