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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습생 순경ㆍ은행원 '환상의 콤비'…보이스피싱 중간책 덜미

송고시간2019-11-14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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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TV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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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권선미 기자 = "이거 누가 준 돈이에요?"

지난 11일 오후 1시 50분께 서울 서초구의 한 은행. 40대 남성 A씨가 창구에서 막 1천300만원을 인출하려 하자 한 젊은 남성이 가로막으며 물었다.

A씨는 "의료비를 내려고 찾은 돈이고, 입금자는 지인"이라고 대답했지만 이 남성은 "이 돈은 의료비가 아닌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피해금액 아니냐"고 추궁했다.

A씨는 당황해하며 "아니다"라고 했지만 남성의 추궁이 이어졌다. 결국 A씨는 5분 만에 "사실은 윗선 지시를 받고 보이스피싱 피해자의 송금액을 찾으려던 중"이라고 실토했다.

14일 경찰에 따르면 보이스피싱 중간책의 자백을 받아낸 이 남성은 중앙경찰학교에서 교육받다 서울 서초경찰서 서초2파출소에 배치돼 실습 중인 김모(30) 순경이었다.

김 순경은 A씨를 보이스피싱 피혐의자로 경찰서까지 임의동행해 검거했고, 경찰은 A씨를 사기방조 혐의로 입건했다.

A씨 검거는 은행 직원의 눈썰미와 김 순경의 적극성이 이뤄낸 '찰떡궁합'이 결정적이었다.

은행에서 한꺼번에 많은 액수의 현금을 찾아가면 창구 직원들이 "현금을 어디에 쓸 거냐" 등 고객에게 질문하는데, A씨는 이때 머뭇거리며 "그냥 필요해서"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이를 수상히 여긴 은행 직원이 "보이스피싱이 의심된다. 사복으로 와서 은행 창구 주변에서 대기해달라"고 경찰에 신고했다.

김 순경은 상관 지시를 받아 사복으로 갈아입고 현장으로 출동했다. 사복 차림의 김 순경은 A씨에게 접근했고, 함께 출동한 다른 경찰관 4명은 은행 출입문 등 도주로를 차단했다.

경찰 관계자는 "김 순경이 실습 기간 다양한 사건을 다루면서 뛰어난 기량을 보여 혼자 사복 차림으로 현장에 보냈는데 본인의 기지로 중간책 자백까지 받아냈다"라고 말했다.

김 순경은 "보이스피싱 피해가 잦고, 매년 피해액이 증가한다고 배워 과감하게 수사하고 검거해야 한다는 의식이 있었다"며 "범인을 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었다"고 했다.

김 순경은 오는 12월 27일 중앙경찰학교를 졸업하고 해당 파출소에 정식 배치될 예정이다.

서초서는 범인 검거에 기여한 은행 직원에게는 서장 명의 표창장을 전달했다.

fortu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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