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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독재자 프랑코 일가 귀금속 경매 매물로 나와

송고시간2019-11-1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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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코 부인 폴로 유품 런던 크리스티 경매 책자에 실려

시가 5억원 상당…독재 피해자 협회, 정부에 진상조사 요구

스페인을 철권통치했던 프란시스코 프랑코의 생전 모습.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스페인을 철권통치했던 프란시스코 프랑코의 생전 모습. [AP=연합뉴스 자료사진]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스페인의 독재자 프란시스코 프랑코(1892∼1975)의 아내가 소유했던 귀금속이 영국에서 경매 매물로 나왔다.

13일(현지시간) 온라인매체 '더 로컬 스페인' 등 스페인 언론에 따르면, 프랑코의 부인 카르멘 폴로의 유품인 다이아몬드와 에메랄드로 된 목걸이와 귀고리 등 보석류가 런던의 크리스티 경매에 최근 매물로 등장했다.

크리스티는 27일 진행될 경매의 안내 책자에 이 보석의 사진과 정보를 게재했으나 '중요한 한 스페인 가문'의 소유라고만 적었을 뿐 폴로의 유품이라는 점을 적시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 귀금속은 애초 폴로가 소유했던 것으로, 그가 사망하면서 딸인 카르멘 프랑코에게 물려준 것이라고 스페인 언론들은 전했다.

카르멘 프랑코(2017년 사망)는 1995년 펠리페 6세 국왕의 누나인 엘레나 공주의 결혼식에서 이 귀금속을 착용한 모습이 언론에 포착됐다.

또한 이번에 경매에 나온 카르멘 프랑코의 귀금속 가운데 에메랄드가 큼지막하게 박힌 목걸이는 프랑코의 손자인 루이스 알폰소 드 브루봉의 부인 마르가리타 바르가스가 2016년의 한 공식 파티 석상에 착용한 적이 있다.

귀금속을 경매에 내놓은 주체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이런 기록을 종합하면 프랑코의 후손일 가능성이 크다.

이번에 나온 귀금속의 시가는 30만∼40만 유로(4억∼5억원 상당)로 추정된다.

프랑코 일가가 소유했던 보석이 경매에 나온 사실이 알려지자 스페인에서는 쿠데타로 민주 정부를 전복하고 내전을 일으켜 30만명의 희생자를 낸 독재자의 후손들이 과욕을 부렸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군인이었던 프랑코는 1936년 총선으로 인민전선 정부가 들어서자 쿠데타와 내전을 일으킨 인물로, 1939년까지 3년간 이어진 내전에서 공화파를 제압하고 독재국가를 수립한 뒤 30년 넘게 스페인을 철권통치했다.

프랑코 독재의 희생자와 그 후손의 모임인 '역사적 기억의 회복을 위한 협회'(ARMH)는 즉각 스페인 정부에 프랑코 가문이 보석을 크리스티 경매에 매물로 내놓은 것에 대해 진상조사를 요구했다.

이들은 이 귀금속이 프랑코가 철권통치를 하는 과정에서 정적이나 민주인사의 소유물을 강제로 몰수한 것이 아닌지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스페인에서 프랑코 가문이 축재한 막대한 부(富)를 어떻게 할 것인지의 문제는 논쟁의 단골 소재였다.

스페인 최대 일간지인 엘파이스에 따르면 프랑코의 손자들이 물려받은 부동산과 예금의 총액은 1억 유로(1천300억원 상당) 내외로 추산된다.

과거사 청산 드라이브를 걸어온 스페인 정부가 이번 귀금속 경매를 계기로 프랑코 가문의 유산 문제를 놓고 본격적으로 행동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사회노동당(중도좌파) 정부는 프랑코 후손과 일부 우파진영의 강한 반발을 누르고 최근 마드리드 인근 국가묘역인 '전몰자의 계곡' 묻혀 있는 프랑코의 유해를 파내 가족 묘역으로 최근 이장했다.

페드로 산체스 총리는 프랑코의 묘지를 이장한 지난달 24일 "존엄, 기억, 정의, 속죄의 위대한 승리"라면서 "이는 스페인 민주주의의 승리이기도 하다"고 선언했다.

yonglae@yna.co.kr

지난달 24일 프랑코의 유해를 실은 헬리콥터가 스페인 '전몰자의 계곡'에서 이륙한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지난달 24일 프랑코의 유해를 실은 헬리콥터가 스페인 '전몰자의 계곡'에서 이륙한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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