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수능을 망칠 수능 없지" 한파 쫓아낸 후배들 응원 열기
송고시간2019-11-14 08:23
(서울=연합뉴스) 사건팀 =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4일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로 뚝 떨어져 수능 한파가 몰아쳤다. 그러나 수능 고사장은 후배들의 응원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날 서울의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2.2도까지 내려갔다.
아침 일찍부터 고사장을 찾은 부지런한 수험생들은 후드를 눌러 쓰고 두꺼운 담요를 손에 드는 등 한파에 단단히 대비했다.
고사장에 도착할 때만 해도 긴장감이 역력하던 수험생들의 얼굴은 후배들의 응원을 받은 뒤에는 환한 웃음으로 가득 찼다.
용산구 용산고 앞은 오전 6시를 갓 넘긴 시각부터 경복고, 배문고, 중앙고 등에서 찾아온 응원단의 우렁찬 북소리가 울려 퍼졌다.
응원단은 자기 학교 선배들이 고사장으로 들어갈 때마다 "수능 대박!", "선배님 힘내세요!" 등의 구호를 경쟁적으로 외쳤다. 학교마다 목소리 경쟁을 벌여 열기가 점점 더 뜨거워졌다.
'수능을 망칠 수능 없지', 'BTS(Best Teachers and Students) 일동' 등 재기 넘치는 현수막도 응원의 재미를 더했다.
경복고 2학년생 장모(17) 군은 "좋은 자리를 맡으려고 친구들 12명과 함께 새벽 4시에 이 자리에 나왔다"며 "나도 수능이 1년 남았다는 생각에 떨리지만, 내년에도 우리 후배들이 오늘처럼 응원해줄 거라고 믿는다"며 응원을 이어갔다.
추위 속에 응원하는 학생들의 입에서는 하얀 입김이 나왔다.
고사장 주변 편의점에서는 핫팩이 동나기도 했다.
종로구 경복고 앞에서는 롱패딩과 후드, 목도리, 장갑 등으로 '완전무장'한 응원단 100여명이 진을 쳤다.
털장갑을 끼고 선배들을 기다리던 용산고 1학년생 문모(16)군은 "춥지만 후배로서 조금이라도 기운을 복돋아줘야 한다고 생각해 고사장에 나왔다. 핫팩이라도 가져올 걸 그랬다"고 말했다.
이들은 "춥다, 추워"라며 발을 동동 구르면서도 선배들이 지나갈 때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열렬한 응원전을 펼쳤다.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 고사장 앞에서는 보성여고, 덕성여고, 상명대부속여고의 응원단이 추위에 얼굴이 빨개진 줄도 모르고 뜨거운 응원을 펼쳤다.
학교별 응원단이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간발의 차이로 좋은 자리를 차지하지 못한 응원단은 도롯가까지 진을 치기도 했다.
보성여고 1학년생인 권모(16)양은 "많이 춥다. 생각보다 조금 더 추워서 괜히 나왔나 조금 후회가 든다"면서도 "그래도 선배들에게 힘을 주고 싶다"며 응원을 이어갔다.
이날 이화여대 사범대부속고등학교 고사장 앞에는 색다른 응원단이 모이기도 했다. 만학 수험생들이 많은 일성여중고 출신 응원단이다.
손팻말에는 "엄마도 대학간다", "여보 등록금 준비해"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60살에 수능을 보게 된 김태현씨는 "내 일생 최고의 날이다"라며 "중국에서 일하고 있는 아들, 미국에서 박사 공부를 마친 아들이 내 공부를 후원해줬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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