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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를 통해 들여다본 전후 미국…'아이리시맨'

송고시간2019-11-15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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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스코세이지 감독과 로버트 드 니로, 알 파치노의 만남

'아이리시맨'
'아이리시맨'

[넷플릭스 제공]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새 영화 '아이리시맨'은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대부'(1972)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1984)를 떠올리게 하는 마피아 영화다.

찰스 브랜튼의 책 '아이 허드 유 페인트 하우시스'(I Heard You Paint Houses)를 원작으로 해 미국의 대표적인 장기 미제 사건인 지미 호파 실종사건을 다뤘다. 지미 호파는 1940~1950년대 미국에서 막강한 권력을 누렸던 국제 트럭 운전자 조합 '팀스터스'의 수장이었던 인물이다. 원작과 영화는 프랭크 시런이라는 청부살인업자의 눈으로 지미 호파 실종 사건, 나아가 당시 마피아 조직의 내부 사정과 전후 미국 사회를 깊숙이 들여다본다.

'아이리시맨'
'아이리시맨'

[넷플릭스 제공]

무엇보다 이 영화는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과 로버트 드 니로가 24년 만에 뭉쳤고 알 파치노가 합류하며 쟁쟁한 캐스팅을 완성해 화제가 됐다. '성난 황소'(1980), '좋은 친구들'(1990) 등을 스코세이지 감독과 함께 했던 조 페시까지 출연한다.

요양원에서 지내고 있는 82세 노인 프랭크 시런(로버트 드 니로 분)은 1975년 마피아 보스 러셀 버팔리노(조 페시)와 함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자동차를 타고 길을 떠나던 때를 회상하기 시작한다.

'아이리시맨'
'아이리시맨'

[넷플릭스 제공]

그는 2차대전에 참전했다 퇴역한 군인인 자신이 어떻게 '페인트공'(Paint Houses, 살인 청부를 뜻하는 마피아 은어)이 됐는지부터 설명한다. 트럭 운전사이던 프랭크는 운반하던 고기를 빼돌리다 회사로부터 고소를 당하고, 자신을 변호하던 변호사의 사촌이자 필라델피아의 '큰 손' 마피아인 러셀을 만나면서 지하 세계에 입문하게 된다.

어느 날 러셀의 소개로 트럭 노조 위원장 지미 호파(알 파치노)를 만나게 되고, 그를 도우며 일종의 우정을 쌓아간다. 마피아와 지미 호파는 흑막에서 미국 정치와 사회에 개입하며 조직적 범죄를 저지르고, 케네디가 대통령이 되자 호파는 기소돼 감옥에 들어가게 된다.

가석방으로 출소한 호파는 자신의 노조 위원장 자리를 되찾고자 하고, 이것이 마피아들의 심기를 건드리기 시작한다.

'아이리시맨'
'아이리시맨'

[넷플릭스 제공]

영화는 프랭크의 눈으로 지미 호파 사건의 배경과 전개 그리고 결말을 따라간다. 195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훑으며 그가 어떻게 '페인트공'이 됐는지, 어떻게 마피아와 함께 하게 됐는지, 어떤 식으로 지미 호파와 우정을 쌓아가는지를 보여준다. 지미 호파 실종 사건의 결말을 아는 관객의 관심은 프랭크가 지미 호파의 실종사건에 어떤 식으로 연관됐을지에 자연스럽게 쏠린다.

마피아 그리고 그들과 결탁한 노조 측 인물, 정치인들의 관계에 관한 이야기는 덤이다. 마피아가 어떻게 노조, 정부와 연관됐으며 거대 사업에 침투해 조직적 범죄와 공공연한 부패를 저질렀는지를 찬찬히 설명한다.

'아이리시맨'의 마피아들은 '대부'에서만큼 멋있게 묘사되지 않는다. 오히려 일종의 블랙 코미디 같은 느낌까지 들며 이미 끝나버린 마피아들의 시대를 넘겨다본다. 마피아가 한 명씩 등장할 때마다 이들의 밑에는 '1980년 차에서 머리에 총을 맞고 사망' 등과 같은 자막이 달린다.

이런저런 이유로 동료들은 모두 세상을 떠나고 결국 프랭크만이 남아 과거를 회상한다. 그러나 그는 지미 호파 사건의 진실을 끝까지 밝히지 않는다. 그런 그의 모습에서는 쓸쓸함과 허망함만이 보일 뿐이다.

로버트 드니로, 알 파치노, 조 페시 등 이름만으로도 엄청난 존재감을 내뿜는 거장들이 모이니 이들의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부실 정도다. 다만 70대가 넘어버린 배우들이 현재 나이보다 20~30년 더 젊은 모습을 표현해야 했기 때문에 컴퓨터 그래픽을 통한 '디에이징' 기술을 활용했다. 기술도 기술이지만, 노년의 배우들이 내뿜는 에너지는 젊은이 못지않다.

'아이리시맨'
'아이리시맨'

[넷플릭스 제공]

209분이라는 상영 시간이 가장 큰 장벽이다. 하지만 대사로 가득 찬 209분인데도 영화가 지루하지 않게 느껴지는 가장 큰 이유는 이 연기 거장들 덕분이다.

가장 특이하다고 할 만한 점은 이 영화가 넷플릭스 영화라는 점이다. 오는 20일에 일부 극장에서 개봉하고 27일에는 넷플릭스에 공개된다. 디에이징 등 시각효과 때문에 늘어나는 제작비를 기존 제작사인 파라마운트 픽처스가 감당하지 못하자 여기에 넷플릭스가 뛰어들었다는 후문이다.

최근 스코세이지 감독이 마블 영화를 비판하며 "할리우드 비즈니스와 새로운 예술적 시도를 추구하는 영화감독의 긴장감이 사라졌다. 영화 제작을 꿈꾸는 이들에게 이런 상황은 잔인하다"고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글이 생각나는 대목이기도 하다.

내년 아카데미 작품상의 강력한 후보로 거론된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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