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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쏭달쏭 바다세상](38) 왕성함의 상징, 어부에겐 쓸모없어 '만만한 게 00 거시기'

송고시간2019-11-17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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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꾼들이 최상의 안주라 부르는 홍탁삼합의 주인공 '홍어'

몸통 발효 과정서 독특한 맛 선사…'홍어앳국' 남도 별미

생식기 2개…뱃사람들, 조업 방해 잡으면 가장 먼저 잘라버려

홍어
홍어

[국립수산과학원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부산=연합뉴스) 김재홍 기자 = 삭힌 음식의 대명사인 홍어는 가오릿과에 속하는 바닷물고기다.

우리나라, 대만, 일본, 중국 동쪽 바다 등 북서 태평양 연안에 분포하는 연골어류다.

생김새, 맛, 먹는 방법 등이 일반적인 물고기와 아주 다르고, 생식 방법이 특이해 예부터 사람들 입에 많이 오르내렸다.

몸길이는 1.5m까지 자라며 입이 뾰족하고 머리 앞부분 각도가 90도다.

꼬리 등 쪽에는 가시가 있는데 수컷은 3줄, 암컷은 5줄로 이뤄져 있다.

배는 희고 등은 갈색에 옅은 반점이 많다.

중앙 부근에 검은색 눈 모양 반점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홍어 사랑이 남다른 우리나라에서 홍어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이 코끝을 톡 쏘는 맛이다.

홍어는 국을 끓이거나 찜을 하는 등 여러 가지로 조리를 하지만, 푹 삭힌 홍어를 막걸리를 곁들여 먹는 홍탁(洪濁)이 가장 유명하다.

생선은 죽은 이후 시간이 지날수록 부패해 독성물질이 생겨나지만, 홍어는 심해어류 특성상 삼투압조절에 필요한 요소(尿素)와 TMAO라는 물질이 체내에 많다.

홍어를 발효시키면 요소는 암모니아로, TMAO는 TMA로 각각 변한다.

이 두 물질이 코끝을 톡 쏘는 맛을 내게 한다.

홍탁삼합
홍탁삼합

[전남 목포시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홍어 요리의 진수는 홍탁삼합(洪濁三合)이다.

잘 익은 김치에 푹 삭힌 홍어와 비곗살이 붙은 돼지고기를 얹어 새우젓과 함께 보쌈처럼 먹으면 알싸한 냄새가 입안에서 코로 터져 나오면서 눈물이 솟는다.

이때 막걸리 한 사발을 들이키면 속이 후련해지기 때문에 술꾼들이 최상의 안주로 꼽는다.

일부일처제로 생활하는 홍어는 암컷이 수컷보다 몸집이 크고 맛도 좋다.

수컷은 교미 때 2개의 대롱 모양 생식기를 통해 정액을 암컷 몸속에 집어넣는다.

수컷 생식기는 몸 밖으로 툭 튀어나와 있는 데다 가시도 있어서 암컷 몸 안에 들어 있으면 빼기 어렵다.

뱃사람들은 이 생식기가 조업에 방해되고, 손을 다칠 수도 있는 데다 아무런 쓸모가 없어 잡으면 가장 먼저 생식기를 칼로 없애버린다.

이런 조업 형태 때문에 만만한 사람을 홍어 생식기에 빗대 '만만한 게 홍어 거시기'라는 속담이 생겼다는 설도 있다.

전남 흑산 홍어
전남 흑산 홍어

[전남 신안군수협 흑산지점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정약전의 자산어보를 보면 홍어는 음란함의 상징으로 기록돼 있다.

암컷이 낚싯바늘을 물고 발버둥 칠 때 수컷이 이에 붙어서 교미를 하게 되면 암수 다 같이 끌려오는 경우가 있다.

정약전은 이를 두고 '암컷은 낚시에 걸려 죽고 수컷은 간음 때문에 죽는데 이는 음(淫)을 탐하는 자의 본보기다'고 적었다.

홍어 꼬리에 있는 독에 관한 재미있는 기록도 있다.

마녀 키르케는 자기 눈앞에서 사랑의 작태를 하는 남자가 있으면 홍어 꼬리로 찔러 독살했다고 한다.

이익의 성호사설에도 '홍어 꼬리를 나무에 꽂아두면 그 나무가 시든다'는 내용이 있다.

홍어는 연골어류인 만큼 뼈가 연해서 버릴 것이 하나도 없는데 이른 봄보리 싹과 함께 홍어 내장을 넣어 끓인 '홍어앳국'은 코끝을 쏘는 매운맛과 시원한 맛이 일품인 남도 별미로 꼽힌다.

전남 흑산도 항구 홍어
전남 흑산도 항구 홍어

[촬영 형민우·재판매 및 DB 금지]

pitbul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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