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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문제 걱정마세요"…'상담 학위' 따는 경찰관들

송고시간2019-11-15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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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실사이버대 청소년코칭상담학과에 올해 145명 입학

여성청소년과 근무 등에 이점…자격증 따면 승진 때 유리

(수원=연합뉴스) 최종호 기자 = "교수님이 이번 주까지 제출하라고 한 게 뭐였지?"

"청소년 심리 척도 분석에 관한 리포트지. 다 했어?"

숭실사이버대학교
숭실사이버대학교

[연합뉴스 자료사진]

20대 대학생들의 대화 같지만 불혹의 나이를 넘긴 경기도의 한 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이 퇴근하면서 나눈 대화이다.

이들은 올해 초 숭실사이버대학교 청소년코칭상담학과에 입학한 '재학생'들로 업무시간 외에 짬을 내 컴퓨터나 휴대전화로 인터넷 강의를 듣고 있다.

지난 2015년 문을 연 이 학교 청소년코칭상담학과에는 최근 경찰관들이 대거 몰리고 있다.

올해 1학기에만 120명, 2학기에도 25명이 입학해 주경야독하고 있다.

이처럼 다수의 현직 경찰관들이 한 학교에서 같은 강의를 듣는 경우는 드물다.

이들이 이렇게 한데 모여 같은 공부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최근 청소년들의 탈선과 비행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른 데 있다.

이 학과는 청소년 문제를 해결하고 청소년들이 건강한 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청소년지도전문가, 상담전문가, 코칭전문가 육성을 위해 지도·상담·코칭 교육과 취업을 연계한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때문에 이 학과에 입학한 대부분의 경찰관은 이곳에서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뒤 학교전담경찰관으로 활동하거나 경찰 내 여성청소년과라는 필드에서 배운 지식을 활용해 청소년 문제 해결에 힘을 보태겠다는 목표가 있다.

경기광주경찰서 김용석 경위도 같은 목표로 지난해 이 학과에 입학했다.

대학학사 학위가 있어 3학년으로 학사편입한 그는 1학기에 6과목, 과목당 14차례의 강의를 빠지지 않고 들어 어느덧 4학년 2학기, 졸업반이 됐다.

매주 홈페이지에 업로드되는 1시간30분 정도 분량의 강의를 시간과 상관없이 2주 안에 수강해야만 출석이 인정되는데 직업 특성상 이를 꾸준히 한다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김 경위는 "사실 청소년 문제는 쉽게 생각했었는데 공부를 해보니 쉽게 접근할 문제가 아니고 굉장히 섬세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우리 때는 이랬다는 식으로 생각하면 안 되고 이 시대 청소년들의 입장, 감정적으로 불안한 그들의 입장에서 접근하는 게 청소년 문제 해결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학교전담경찰관(PG)
학교전담경찰관(PG)

[연합뉴스TV 제공]

이 학과가 특히 경찰관들에게 인기인 또 다른 이유는 산업체전형으로 입학할 경우 학비 지원을 받을 수 있고 졸업 후 청소년지도사·상담사 등 국가자격증을 취득하면 승진 심사에서 가산점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에 이 학과에 재학 중인 경찰관들이 서로 학업 노하우를 공유하기 위해 만든 인터넷 카페에는 입학과 관련된 동료 경찰관들의 문의가 꾸준히 늘고 있다.

올해 1학기에 입학한 대구서부경찰서 강용신 경정은 "먼저 입학한 경찰관의 소개로 공부를 시작했다"며 "업무와 학업을 병행하는 게 쉽지 않지만, 청소년들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지도, 육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은 가볍다"고 말했다.

이 학과 손진희 교수는 "청소년 문제와 관련해 최일선 현장에서 즉각적으로 개입하는 것이 경찰인 만큼 이분들이 청소년에 대해 체계적인 관점을 가질 수 있도록, 청소년전문가로서의 역량을 함양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해경 학과장은 "청소년 문제가 심각해지는 반면 상담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현 실정에서 일선 경찰관들이 청소년전문가가 되는 게 가장 효율적이고 시의적절한 문제 해결 방법"이라고 말했다.

zorb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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