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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기행] 국가등록문화재에서 맛보는 제천시락국

송고시간2019-12-10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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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연합뉴스) 성연재 기자 = 충북 제천역 옆에는 깔끔한 맛을 자랑하는 시래기 국밥 전문점이 있다. 몇천원만 내면 고풍스러운 국가등록문화재 건물 안에서 맛난 시래기 국밥을 먹는 행운을 누릴 수 있는 곳이다.

끓고 있는 시락국 [사진/성연재 기자]

끓고 있는 시락국 [사진/성연재 기자]

제천역 인근의 '제천시락국'이 깔끔하다는 소문을 듣고 찾았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마침 '시래기 작업 때문에 문을 닫았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음식기행 취재는 의외로 어려운 점이 많다. 미리 취재 의사를 타진하면 십중팔구는 광고하라는 영업인 줄 안 업주들이 거절하곤 한다.

하는 수 없이 다른 식당으로 발걸음을 옮겼는데, 이마저도 잘 안됐고 다른 취재 건이 있어 충주로 서둘러 발걸음을 옮겨야만 했다.

일본식 기와를 얹은 제천시락국 건물 [사진/성연재 기자]

일본식 기와를 얹은 제천시락국 건물 [사진/성연재 기자]

◇ 대한통운과 깊은 인연

다음 날 충주에서 제천으로 돌아오니 식당 문이 열려 있었다.

외형은 오래된 석조건물 위에 지붕은 우진각지붕에 일식 기와를 이었다. 일제 말기인 1941년 완공된 이 건물은 대한통운 충북 제천영업소로 쓰였다.

전통기법으로 지어진 이 건물은 2008년 국가등록문화재 56호로 지정됐다.

식당 문 앞에는 '국가등록문화재'라는 동판이 붙어 있다.

대한민국근대문화유산임을 알리는 동판 [사진/성연재 기자]

대한민국근대문화유산임을 알리는 동판 [사진/성연재 기자]

201.65㎡ 규모로, 넓은 실내 공간을 가진 식당은 예전에는 철도 소화물 사업 종사자들의 사무소와 숙소로 쓰였다고 한다.

대한통운에서 일하던 주인은 6년 전 퇴직과 동시에 출장소를 인수하면서 이 건물을 임대해 시락국을 팔기 시작했다.

시락국은 시래깃국의 경상도식 방언이다. 그렇다고 국만 나오는 것은 아니고, 밥이 함께 나오는 시래기 국밥이다.

경상도와 인연이 없는 주인이 시락국이라는 이름을 쓴 것은 좀 더 정감있게 느껴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시락국 [사진/성연재 기자]

김이 모락모락 나는 시락국 [사진/성연재 기자]

◇ 깔끔한 시래기 국밥

시래기는 보통 무청을 말린 것을 말하며, 우거지는 배춧잎을 말린 것이다. 시래기는 비타민과 미네랄, 철분, 칼슘과 식이섬유가 풍부한 웰빙 식품이다.

무엇보다 다이어트에 좋다. 시래깃국은 시래기를 넣어 끓인 토장국이다.

전국적으로 가장 유명한 시래깃국은 경남 통영 서호시장에 있다. 통영의 시락국은 바닷장어로 육수를 내지만, 제천의 시래깃국은 가자미와 황태머리, 황태껍질 등 9∼11가지 재료로 맛을 낸다.

주인은 처음부터 시래기 국밥 한 가지만 팔아오다가 올해부터는 '시래기밥'도 팔기 시작했다.

1인분에 6천원인 시래기 국밥은 일단 국물이 깔끔했다. 구수하고 진한 맛의 보통 시래깃국과는 결이 달랐다. 구수하지만 맑고 청명한 느낌이라고 할까.

시래기국밥(아래)과 시래기밥 [사진/성연재 기자]

시래기국밥(아래)과 시래기밥 [사진/성연재 기자]

어떻게 해서 이런 맛이 나는지 물었더니 주인은 일반 무가 아니라 단무지 시래기를 썼기 때문이라고 한다.

올해 처음 내놓은 시래기밥은 시래기를 넣어 한 밥으로, 참깻가루가 뿌려져 있다.

시래기밥은 고소한 참깻가루 위에 이 집에서 직접 담근 장아찌를 얹어 비볐더니 맛이 훨씬 살아났다. 물론 함께 나오는 시래깃국도 맛볼 수 있다.

그래서 시래기밥은 시래기 국밥보다 1천원이 비싸다.

매달린 시래기 [사진/성연재 기자]

매달린 시래기 [사진/성연재 기자]

◇ 최소 세 차례 얼었다가 녹아야 제맛 내

시래기는 최소 3번 얼었다 녹기를 해야 제맛이 난다고 했다.

그는 인근 제천의 백운면에 있는 단무지 작목반에 의뢰해 밭뙈기로 단무지청을 구매한다.

문제는 단무지청을 싣고 온 뒤의 작업이다. 다듬고 말리는 작업이 의외로 손이 많이 간다. 단무지청은 일반 무청보다 크고 두꺼워 작업에 힘이 많이 든다고 한다.
무청은 단무지청보다 얇고 부드럽다.

단무지청은 보통 여러 단을 묶어서 걸어놓는데, 봄바람이 불면서 서로 부딪혀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 최근에 큰맘 먹고 냉동고를 마련했다. 봄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3월 이후에는 냉동고로 옮겨 보관한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 맛보는 것은 1년 전에 말리기 시작한 시래기다. 지금 작업을 하는 시래기는 내년에나 맛볼 수 있다.

3년간 숙성시킨 장아찌 [사진/성연재 기자]

3년간 숙성시킨 장아찌 [사진/성연재 기자]

◇ 장아찌도 매력 '듬뿍'

이 집에서 빠뜨리지 않고 맛봐야 할 것은 장아찌다. 장아찌는 각종 과일과 야채를 혼합해 묵혀 만든 것으로, 독특한 풍미를 자랑한다.

인근 과수원에서 낙과 등을 헐값에 사들여 각종 채소와 함께 3년을 묵힌다.

그만큼 그윽한 맛이 인상적이다. 주재료는 돼지감자와 야콘, 우엉, 마늘, 무, 고추 등 다양하다. 장아찌는 따로 포장판매를 하며 냉동 시래깃국도 포장판매가 된다.

※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19년 12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polpo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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