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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위비협상 80분 만에 자리 뜬 美…"굉장히 거친 협상"(종합)

송고시간2019-11-19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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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시간 예정된 회의 조기 종료…美 먼저 떠나고 양국 대표 성명·회견

美대사, 국회 정보위원장 불러 '방위비 압박' 논란…"트럼프 의식" 분석도

한미 방위비협상 파행속 종료…차기회의 일정 논의도 못해
한미 방위비협상 파행속 종료…차기회의 일정 논의도 못해

(서울=연합뉴스) 최재구 임화영 기자 = 한국과 미국은 19일 내년도 주한미군의 방위비 분담금을 결정하는 제11차 한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 제3차 회의를 열었으나 양측의 입장이 강하게 부딪힌 끝에 다음 회의에 대한 논의도 없이 종료됐다.
사진은 이날 회의 종료 뒤 미국대사관에서 관련 브리핑을 하는 제임스 드하트 미국 측 수석대표 (왼쪽 사진)와 외교부에서 브리핑하는 정은보 한국 측 협상 수석대표(오른쪽 사진). 2019.11.19 jjaeck9@yna.co.kr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내년도 주한미군 분담금을 결정하는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이 협상 초반부터 격한 파열음을 내고 있다.

통상적으로 벌어지는 기싸움 수준을 넘어 장외 신경전 등 이례적인 풍경까지 연출되면서 협상의 앞날에 험로가 펼쳐질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정은보 방위비분담대사와 제임스 드하트 미 국무부 선임보좌관이 각각 이끄는 양국 대표단은 18일부터 이틀간 서울에서 SMA 제3차 회의를 열었으나 제대로 회의를 마무리 짓지 못했다.

특히 19일에는 양측이 마주 앉은 지 약 80분 만에 회의가 끝났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7시간으로 예정됐던 회담이 1시간 남짓만에 종료된 것이다.

이는 미측 대표단이 먼저 일방적으로 회의 종료를 선언한 뒤 협상장을 떠났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통상 회의 마지막에 진행되는 다음 일정을 잡기 위한 논의 과정도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가 조기 종료되자 외교부는 출입기자단에 메시지를 보내 "협상이 예정대로 진행되지 못했다"고 알렸다. 정부 안팎에서는 이러한 미측의 태도를 두고 "무례한 행동"이라는 불쾌감 섞인 반응까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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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T_TZaLE-OFU

양국 대표단은 오후에는 협상 파행에 대한 본격적인 여론전에 나섰다.

드하트 대표가 먼저 주한 미 대사관에서 예정에 없던 브리핑을 통해 "한국팀 제안이 우리 요청에 부응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미 대사관측은 방위비협상 회의가 시작된 오전 10시를 조금 넘긴 시각에 일부 매체에 오후 1시를 전후해 열릴 대사관 행사의 취재를 요청했고, 이 행사는 현장에서야 드하트 대표의 브리핑으로 확인됐다.

이는 미국 협상팀이 사실상 19일 회의가 시작되자마자 협상장을 박차고 나와야겠다고 판단했다는 방증이다. 이틀째 회의에서도 한국이 첫날과 비슷한 입장을 표명하자 의도적으로 '판을 깼다'는 것이다.

드하트 대표의 성명 발표가 있은지 2시간쯤 뒤 정은보 대표도 외교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자청, "원칙적 측면에서 (한미 간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현격한 입장차를 인정했다.

회의 파행을 두고서도 양측은 "회담이 예정대로 진행되지 못했던 것은 미측이 먼저 이석을 했기 때문이다"(정은보), "한국 측에 재고할 시간을 주기 위해 회담 참여시간을 단축했다"(드하트)고 말하며 서로 책임을 미루는 듯한 모양새를 보였다.

1991년부터 28년간 10차례 진행된 SMA 협상 과정에서 한쪽이 협상장을 떠나 회의가 파행되고, 양쪽 수석대표가 각자 일방적인 성명 발표와 기자회견에 나서는 일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통상 SMA 협상 타결 과정에서 회의가 약 10차례 열리고 3, 4차까지는 탐색전과 기싸움이 벌어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이례적이다.

방위비협상 수석대표를 지낸 전직 정부 당국자는 "협상장 안에서는 당연히 격렬하게 싸우지만, 한쪽이 협상장을 먼저 떠나서 회의가 파행되거나 하는 일은 전례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직전 협상에 참여한 정부 인사도 이런 일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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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4hSCdB0p0P4

앞서 이날 오전에는 이혜훈 국회 정보위원장이 지난 7일 주한미대사 관저에서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로부터 노골적인 방위비 압박을 받았다고 주장해 논란을 낳았다.

이 위원장은 tbs 라디오에서 "해리스 대사가 관저로 불러 방위비 분담금 50억 달러를 내라는 요구만 20번 정도 반복했다"면서 "대사는 한국이 그동안 내야 할 돈의 5분의 1밖에 내지 않은 일이 오랫동안 이어져 왔다고 주장했다"고 말했다.

해리스 대사는 지난 6일 윤상현 국회 외교통일위원장과 이종구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도 관저로 초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파열음의 배경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에 대한 강력한 의지가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 이전부터 한국 등을 부자나라로 지칭하며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강조해왔다.

그렇다보니 미국 인사들도 지금까진 상상도하기 힘들정도로 노골적으로 동맹국을 '돈'으로 압박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여주기 차원일 수 있다"면서 "굉장히 거친 협상이 시작된 것으로 본다"고 평했다.

한미는 협상의 연내 타결을 목표로 하지만 다음 회의를 언제 열지도 불확실한 상황이다. 사전에 실무선에서 논의한 제4차 회의 일정도 이번 회의가 파행되면서 매듭을 짓지 못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일단 인내심을 갖고 원칙에 맞춰서 하겠다는 게 우리 입장"이라고 밝혔다.

ai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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