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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느닷없는 황대표의 단식, 마지막 정기국회 발목 잡아선 곤란하다

송고시간2019-11-20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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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20일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무기한 단식에 들어갔다. "죽기를 각오하겠다"고까지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GSOMIA) 파기 철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 포기,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안 철회를 요구사항으로 내걸었다. 이번 단식은 그중에서도 신속처리안건, 즉 패스트트랙에 오른 선거법 개정안이 27일, 공수처 설치 등 검찰개혁 법안이 내달 3일 본회의에 부의되는 데 맞선 저항 목적이 큰 것으로 이해된다. 전날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과의 대화에서 국회에 공수처 설치법안 처리를 촉구한 것도, 황 대표가 희망했다는 대통령과의 회동 성사 실패도 영향을 끼쳤을 법하다. 황 대표의 단식 소식에 정국은 급속도로 얼어붙을 조짐이고 지난 4월 있었던 패스트트랙 충돌 우려가 또다시 인다고 한다. 안 그래도 여야 갈등이 첨예한데, 대화와 타협은 더 멀어지고 대결과 비타협은 더 가까워진 것 같아 장탄식만 나온다.

무엇보다 황 대표가 '위험한' 투쟁 방법을 선택한 건 우려스럽고 동시에 유감스럽다. 다른 방도가 없다고 봐서 결기를 드러내려 결정한 것일 테지만 시대착오적이고 퇴행적이다. 목숨을 건 단식은 언론 자유가 짓눌리고 정치가 짓밟히던 독재 정권 시절에 종종 경험한 민주화 투쟁의 절박한 수단이었다. 지금처럼 의회가 자유선거로 뽑힌 국민대표로 짜여 여야가 각기 위임된 권력분점 환경하에 협의하여 사무를 처리하는 온전한 대의민주체제에선 어울리지 않는다. 초당적 의원외교를 위해 미국으로 떠난 더불어민주당, 한국당,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현지에서 3박 5일간 밀도 있는 국회 현안 협의에 나설 거로 기대되는 시점이라 더 그렇다. 황 대표의 투쟁이 원내 지휘봉을 쥔 나경원 원내대표의 협상력에 득이 될지, 독이 될지 장담을 못 하는 만큼 두 사람의 지도력 조화에도 불안한 시선이 쏠릴 수 있다. 원외인 황 대표가 당 쇄신 실책 등에 맞물린 리더십 위기의 돌파구를 단식 투쟁에서 찾는다는 분석도 이런 시선에 닿아 있다.

황 대표는 단식에 앞서 지난 9월에는 삭발도 한 바 있다. 강단 있는 지도자의 면모를 보이려는 태도일 것이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황 대표가 기대함 직한 만큼 이들 수단의 투쟁 목표가 달성될는지 난망하다는 것이다. 당장 같은 당 홍준표 전 대표는 황 대표의 단식에 문 대통령은 코웃음 칠 것이라고 했다. 상대의 변화를 전혀 끌어내지 못할 거라는 비관이다. 이는 홍 전 대표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당내 일정하게 형성된 견해라고 봐야 상식적이다. 대안신당 박지원 의원은 아예 삭발, 의원직 사퇴와 함께 단식을 21세기 정치인이 하지 않아야 할 세 가지로 단정하기도 했다. 그러곤 황 대표가 셋 중 둘의 이행에 돌입했다며 사퇴가 다음 순서라고 비평했다. 모든 정치는 집단행위라는 개념 규정이 있다. '나 홀로'가 아니라 여러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 집단의 힘으로 뭔가를 이루거나 이루려는 것이 정치라는 뜻일 게다. 그러려면 충성도 높은 지지층 외에 다수의 민심을 얻을 수 있는 감동을 동반해야 하지만 황 대표의 선택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황 대표가 해야 할 일은 모든 걸 반대하고 거부하는 장외 원심력 추동이나 선동이 아니다. 그보단 인내심 있는 협상을 통해 조금이라도 더 당의 입장을 반영하는 원내 구심력 지원과 독려여야 하지 않을까 싶다. 한국당은 여당이 일방 독주한다고 비판하지만, 일례로 패스트트랙 법안 추진은 민주당과 다른 3개 정당이 공조한 여야 4당의 합작품임을 잊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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