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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지소미아 종료 불가피하다면 과잉반응 말고 차분히 대처해야

송고시간2019-11-21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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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가 피하기 어려운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종료 시한 하루 전인 21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어 "주요 관계국과 긴밀한 협의를 지속하기로 했고, 다양한 상황 대비 방안도 논의했다"고 밝혔다. 종료가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내부 입장을 정리했으나, 일본의 태도 변화를 끌어내기 위해 막판까지 노력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극적 돌파구가 생기지 않는다면 2016년 11월 23일 체결된 지 3년 만에 일단 마침표를 찍게 되는 것이다. 안보상 신뢰할 수 없다는 이유로 수출규제를 강행한 일본이 원인을 제공한 사태이긴 하지만, 한미일 3각 안보협력의 주요 틀 중 하나가 실효(失效)하는 것은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결자해지'해야 할 일본이 완고하게 한국에 책임을 돌리는 태도는 매우 유감스럽다. 과거 침략사에 대한 진솔한 반성을 외면하고 이웃 피해국에 대치의 각을 세우는 우경화 노선으로는 선린 우호 관계를 맺기 어렵다. 아베 신조 총리가 일본 역사상 최장수 총리 기록을 세운 배경에 이런 노선이 자리한다면 더욱 위험스럽다. 아베 정부가 대외적으로도 평가를 받으려면 이웃 국가와의 관계에서 진정성 있는 태도를 가져야 할 것이다. 22~23일 일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 회의는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 우리 정부도 끝까지 최선의 노력을 다하길 바란다.

지소미아는 탄생 때부터 말이 많았던 협정이다. 노태우 정부 때인 1989년 논의가 시작됐고,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2년 성사 직전까지 갔으나 '밀실 추진' 논란으로 무산됐다. 이후 2016년 북한의 핵실험 등 잇단 무력시위로 한미일 안보 공조 필요성이 크게 부각하면서 협정이 성사됐다. 하지만 당시 충분한 숙의 과정 없이 서둘러 체결이 추진되면서 "졸속 협상", "매국 협상"이라는 거센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효용성에 대해 엇갈린 평가가 나오는 등 논란이 있지만, 한미일 안보 협력 체제에서 갖는 의미가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래서 미국이 "북한과 중국에 이로운 일"이라면서 대놓고 불만과 우려를 쏟아내며 지속해서 '협정 유지'를 압박해 왔다. 이 과정에서 미국이 원인 제공국인 일본보다는 한국에 더 집중해 압박을 가한 것은 유감이다. 이는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지소미아 카드를 활용한다는 비판과도 맥이 닿는다. 미국 상원 외교위원장은 지소미아 종료 철회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발의했다고 한다. 반면 일본 측의 일방적인 경제보복 조치를 지적하는 미국 조야의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는다. 당분간 지속할 한일 갈등 국면에서 미국이 한쪽으로 기울었다고 의심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과의 대화에서 마지막 순간까지 지소미아 종료를 피하는 노력을 하겠다며 종료되더라도 일본과의 안보 협력은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종료가 불가피하다면 안보에 영향이 없도록 하겠다는 뜻과 함께 끝까지 해결 모색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발신한 것이다. 하지만 일본의 입장은 요지부동이다. 고노 다로 방위상은 종료를 하루 앞두고 중의원에 출석해 "한국의 현명한 대응"을 거듭 요구했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지소미아가 없어도 큰 문제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는 등 나름 '출구 전략'을 찾는 모양새다. 한국 내 일각에서 지소미아가 없으면 안보 체제에 큰 구멍이 생기고 한미 동맹에 균열이 생긴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과는 대조적이다. 지소미아 종료는 우리가 원치는 않았지만 불가피한 선택이었는데도, 3년밖에 안 된 협정이 없으면 당장 큰일 날 것처럼 동요하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의 파행이 당장 주한미군 철수나 감축으로 이어질 것처럼 과잉 반응하는 모습도 이와 궤를 같이한다. 외교안보 현안은 각론에 매몰되면 해법을 찾기 어려운 고차 방정식이다. 일희일비하지 말고 치밀한 전략으로 주권과 국익 지키기를 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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