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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천년 전통 가톨릭국 伊도 변화…종교의식 배제된 결혼 절반넘어

송고시간2019-11-22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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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아닌 민간 결혼식 사상 첫 과반 점유…젊은층 탈종교화 현상 방증

베네치아 산마르코 광장의 신혼부부. [EPA=연합뉴스]

베네치아 산마르코 광장의 신혼부부. [EPA=연합뉴스]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세계 가톨릭의 본산 바티칸을 품은 이탈리아에서 종교의식이 배제된 민간 결혼식이 대중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천년 역사의 전통 가톨릭 국가 이탈리아도 세속화·다문화화하는 세계적인 추세에 거스르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탈리아 통계청(ISTAT) 등에 따르면 이탈리아에서 작년 한 해 이뤄진 19만5천778건의 결혼식 가운데 50.1%가 비종교적 성향의 민간 결혼식인 것으로 집계됐다고 dpa·ASNA 통신 등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공식 통계가 집계된 이래 민간 결혼식이 절반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민간 결혼식은 1970년대만 해도 2.3%에 불과했다. 당시에는 성당에서 가톨릭 예법과 절차에 따라 혼인 서약을 하는 것 외에 다른 방식의 결혼식을 상상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2008년엔 민간 결혼식 비율이 36.7%로 급증하더니 2017년에는 49.5%로 절반에 육박하는 상황이 됐다.

이러한 현상은 이탈리아도 다른 서부 유럽과 마찬가지로 젊은층의 '탈종교화' 성향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징후로 해석된다.

특히 결혼이 가족 행사가 아닌, 개인적인 일이라는 인식이 확산함에 따라 종교와 분리되는 추세가 강화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탈리아의 정신분석가 카테리나 다바소는 "결혼의 의미가 바뀌었다"며 "과거에는 결혼이 사람들의 삶을 지배한 종교적 통과의례 가운데 하나였지만 요즘은 더 개인적인 일로 인식되고 있고 그만큼 더 많은 자유가 주어졌다"고 말했다.

민간 결혼식 비율의 지역별 편차도 컸다. 산업화하고 부유한 북부에선 64%로 높게 나타난 반면에 경제적으로 낙후된 보수적 성향의 남부에서는 30%에 불과했다.

남부에서 북부로 갈수록 세속화하는 이탈리아의 특성이 그대로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초혼자보다는 재혼자들, 그리고 외국인들에게 민간 결혼식이 일반적이었다. 많은 외국인이 이탈리아에 정착해 살면서 다문화화가 진행되는 추세도 민간 결혼식 증가와 관련이 있어 보인다.

작년의 전체 결혼 건수는 10년 전 대비 무려 25% 이상 감소했는데 이는 대체로 젊은 세대의 수가 크게 준 영향 때문이라고 ISTAT는 분석했다. 이탈리아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심각한 인구 절벽 현상에 부닥친 상황이다.

평균 결혼 연령은 남성이 33.7세, 여성은 31.5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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