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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우산혁명' 미완과제 '행정장관 직선제' 목소리 커질듯(종합)

송고시간2019-11-25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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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승섭 기자
안승섭기자

구의원 몫 선거인단 117명 '싹쓸이'…행정장관 선거에 영향

내년 총선에도 여파…강력한 친중파 견제세력 부상 가능성

개표 작업 지켜보는 참관인들
개표 작업 지켜보는 참관인들

(홍콩=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홍콩 구의원 선거일인 24일 오후 홍콩 구룡공원 수영장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참관인들이 개표작업을 지켜보고 있다. 2019.11.25 yatoya@yna.co.kr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24일 홍콩 구의원 선거에서 범민주 진영이 압승을 거둔 것은 차기 행정장관 선거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며, '행정장관 직선제' 등 정치개혁 요구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관측된다.

25일 홍콩 현지 언론의 투표 결과 집계에 따르면 전날 치러진 452명 구의원 선거에 대한 개표 결과 범민주 진영은 400석 가까운 의석을 차지하는 압승을 거뒀다.

반면에 친중국 진영은 60석에도 못 미치는 참패를 거뒀다.

홍콩 '우산혁명' 미완과제 '행정장관 직선제' 목소리 커질듯(종합) - 2

현재 홍콩의 구의원은 친중파 진영이 327석의 절대적인 의석을 차지하며 18개 구의회 모두를 지배하고 있다. 반면에 범민주 진영의 의석 수는 118석으로 친중파 진영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홍콩선거 범민주 압승·친중파 참패…'사상 첫 과반' / 연합뉴스 (Yonhap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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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6ZxaJkyI5zg

◇압승한 범민주 진영, 117명 행정장관 선거인단 '싹쓸이'

홍콩의 정치 지형에서 구의원 선거가 중요한 이유는 452명 구의원 중 117명이 홍콩 행정장관을 선출하는 1천200명의 선거인단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홍콩 행정 수반인 행정장관은 유권자의 직접선거가 아닌, 1천200명 선거인단의 간접선거로 선출된다.

구의원 몫의 117명 선거인단을 선출하는 것은 진영 간 표 대결을 통해 이뤄진다. 구의원 선거에서 이긴 진영이 이를 싹쓸이한다는 얘기다.

지난 2015년 구의원 선거에서 친중파 진영이 승리했기 때문에 2016년 12월 이뤄진 행정장관 선거인단 선출 때 이 117명 선거인단을 친중파 진영이 독식했다.

당시 선출된 선거인단은 친중파 726명, 범민주파 325명이었다. 이에 따라 다음 해 행정장관 선거 때 친중파인 캐리 람(林鄭月娥) 현 행정장관이 무난히 당선될 수 있었다.

이번 선거에서 범민주 진영이 압승하면서 이 117명 선거인단을 모조리 가져갈 수 있게 됐다. 이는 차기 행정장관 선거에서 범민주 진영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홍콩 구의원 선거 개표작업 하는 관계자들
홍콩 구의원 선거 개표작업 하는 관계자들

(홍콩=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홍콩 구의원 선거일인 24일 오후 홍콩 구룡공원 수영장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관계자들이 개표작업을 하고 있다. 2019.11.25 yatoya@yna.co.kr

◇ 내년 총선도 영향…친중파 견제할 강력한 세력 부상 가능성

다만 구의원 선거에서 범민주 진영이 압승한다고 해서 친중파 후보가 선출될 수밖에 없는 현행 행정장관 선거 구조를 아예 뒤집을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행정장관 선거인단 1천200명은 금융, 유통, IT, 교육, 의료 등 38개에 이르는 직능별로 16∼60명씩 뽑는 직능별 선거인단과 입법회 대표 70명,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대표 60명, 종교계 대표 60명 등으로 이뤄진다.

홍콩의 상공업계나 전인대 대표 등을 친중파가 장악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홍콩 행정장관 선거는 친중파가 뽑힐 수밖에 없는 구조로 짜여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번 선거에서 범민주 진영의 압승을 과소평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무엇보다 이번 선거의 여파가 내년 9월 입법회 선거에까지 미칠 경우 입법회 의석 분포에서도 지각변동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홍콩 구의원은 의회인 입법회 의원으로도 활동할 수 있으며, 현재 입법회 의원 69명 중 24명이 구의원이다.

홍콩 입법회는 지역구 35석과 직능대표 35석으로 구성되는데, 지금은 총 70석 중 친중파가 넉넉한 과반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선거의 결과가 내년 9월 입법회 선거에서도 반복돼 범민주 진영이 지역구 35석 대부분을 차지한다면 범민주 진영은 입법회에서 친중파를 견제할 강력한 세력으로 떠오를 수 있다.

투표함 개봉하는 관계자
투표함 개봉하는 관계자

(홍콩=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홍콩 구의원 선거일인 24일 오후 홍콩 구룡공원 수영장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관계자들이 개표작업을 위해 투표함을 개봉하고 있다. 2019.11.25 yatoya@yna.co.kr

◇'행정장관 직선제' 요구 목소리도 거세질 듯

범민주 진영의 압승으로 향후 '행정장관 직선제' 등 정치개혁 요구도 한층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에서 당선된 지미 샴 민간인권전선 대표를 비롯해 범민주 진영 당선자들은 한결같이 정부가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시위대의 5대 요구 사항을 수용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홍콩 시위대의 5대 요구 사항은 ▲송환법 공식 철회 ▲경찰의 강경 진압에 관한 독립적 조사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 등이다.

지금까지는 이러한 요구에 별다른 반향이 없었지만, 앞으로 범민주 진영이 구의원 선거 압승을 기반으로 강력한 목소리를 내게 된다면2014년 '우산혁명'의 미완과제인 행정장관 직선제 등 정치개혁 요구에도 큰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과 영국은 홍콩 주권 반환 협정에서 2017년부터 '행정장관 직선제'를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홍콩 시민들의 뜨거운 염원에도 불구하고 중국 의회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는 지난 2014년 8월 31일 선거위원회를 통한 간접선거를 결정했다.

이에 반발해 홍콩에서는 같은 해 9월 28일부터 79일간 홍콩 도심을 점거한 채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인 우산혁명이 일어났다.

우산혁명은 중국 정부의 강경 대응과 시위 장기화에 따른 경제 악화를 우려하는 여론이 높아지면서 두 달 보름여 만에 막을 내렸다. 이에 따라 지금처럼 1천200명의 선거인단이 참여하는 간접선거를 통해 홍콩 행정장관을 선출하는 방식이 유지되고 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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