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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하하 헛다리" 80여년전 高大 전신 보성전문 축구응원가 발견

송고시간2019-11-26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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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은 前 고려대 교우회 이사장 유품…아들이 교우회에 기증

보성전문학교 축구 응원가
보성전문학교 축구 응원가

고려대 농학과 63학번 출신인 김고영 씨가 선친인 김덕은(보성전문학교 상과 27회) 전 고려대 교우회 이사장의 유품을 정리하다 발견해 기증한 자료. 상단에 '축구 응원가'라는 글귀가 보인다. [고려대 제공]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우하하 헛다리 퉁방울 / 또또또 또 굴렀다 콩고물 / 그러면 그렇지 아무렴 그렇지 / 엇잔 말이야 젓(젖) 먹고 와".

경기 도중 헛다리를 짚은 상대를 향한 조롱과 놀림. 어디선가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이 노랫말은 지금으로부터 80여년 전 학생들이 부르던 '축구 응원가'다.

1905년 설립된 고등 교육기관이자 고려대의 전신이기도 한 보성전문학교에서 학생들이 당시 어떻게 학교생활을 했는지 엿볼 수 있는 다양한 자료가 고려대에 기증됐다.

26일 고려대에 따르면 이 학교 농학과 63학번 김고영씨는 최근 선친인 김덕은(보성전문 상과 27회) 전 고려대 교우회 이사장의 유품을 정리하다 보성전문 시절 자료 여러 건을 발견해 교우회에 기증했다.

기증된 자료에는 김 전 이사장이 재학하던 1931∼1934년 소장했던 것으로 보이는 교가와 학생회가, 축구 응원가, 결석에 관한 규정, 여행비에 관한 규정 등 등사기로 인쇄한 문서 5종이 포함됐다.

자료를 살펴보면 학교 규정 등 일부 자료는 한문으로 표기돼 있으나 교가, 학생회가, 축구 응원가 등은 대체로 한글로 가사가 적혀 있어 그 의미를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다.

가사 위에는 '1·1 / 4 4 6 6 2 / 1 - 6·6 1 6' 등과 같이 숫자와 점이 표기된 점이 눈에 띄는데, 이는 가사 위에 숫자로 악보를 표기한 것이라고 고려대 측은 설명했다.

류경선 고려대 교양교육원 교수는 "숫자 1은 '도', 2는 '레'와 같은 식으로 숫자보 형식을 이용해 악보를 표기한 것을 보면 이를 토대로 현대 악보로 옮기거나 노래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우회 측은 기증된 자료를 류 교수와 함께 검토해 음원 복원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축구 응원가의 의미도 남다르다. 지금의 '고연전·연고전'(고려대-연세대 친선 체육대회)에 해당하는 '보연전·연보전'(보성전문학교-연희전문학교)이 1920년대부터 시작됐기 때문이다.

보성전문 시절 축구 응원가가 발견된 건 처음이라 보연전에서 이 노래가 쓰였는지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다고 한다. 향후 학교 측은 당시 과거 신문이나 문헌 등을 검증해 이를 확인할 계획이다.

김고영씨가 기증한 보성전문 시절 자료
김고영씨가 기증한 보성전문 시절 자료

[고려대 제공]

기증 자료에는 1931년 보전학생회 회원 동연록(同硯錄·현재의 동창생 명부) 1권과 1931년 본과(本科)와 별과(別科) 입학 지원자 심득(心得·일종의 주의사항), 보성전문학교 제10회 졸업생 일람(1934년 3월 졸업)도 포함됐다.

김 전 이사장이 졸업한 1934년은 실제로는 '27회 졸업'이 맞지만, 1921년 재단법인 사립 보성전문학교가 설립된 이후 입학생 졸업 횟수 표기를 별도로 했던 관행에 따라 '10회'로 쓴 기록도 있다.

이밖에 1930년대 당시 학생들이 어떻게 시험을 치렀는지 보여주는 시험 답안지 3장 등 자료도 기증됐다. 교우회는 기증받은 자료를 고려대 박물관 기록자료실에 전달해 보존·보관하도록 했다.

박물관 관계자는 "보성전문 시절 학생회가·축구 응원가가 존재했음을 처음으로 확인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면서 "당시 학생 생활 자료로 유용하게 쓰일 것"이라고 말했다.

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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