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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맛뒷맛] 동백이네 대표 메뉴는 왜 하필 두루치기였을까

송고시간2019-12-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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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KBS 제공]

(서울=연합뉴스) 조성미 기자 = "내일 지구가 멸망한대도 두루치기는 팔아야 한다."

연고도 없는 낯선 지방 도시에서 '까멜리아'라는 술집을 운영하며 홀로 어린 아들을 키우는 KBS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속 동백의 주특기 음식은 두루치기다.

소주, 맥주, 막걸리를 파는 동백이네 안주 메뉴는 골뱅이무침, 계란찜, 뿔소라, 땅콩 등으로 여느 술집과 크게 다르지 않다.

가장 눈에 띄는 메뉴가 바로 두루치기. 주인장이 가장 자신 있게 내세우는 음식이기도 하다.

두루치기는 일반 술집에서 흔히 내놓는 메뉴는 아니다. 술집뿐 아니라 식당서도 파는 곳이 흔하진 않은 편이다.

좀 뜬금없어 보이는 두루치기를 동백이네 가게의 대표 메뉴로 설정한 작가의 의도는 뭘까. '까멜리아'가 가지는 '술집'으로서의 정체성을 희석하기 위해 두루치기를 사용한 것 아닐까 생각해볼 수 있다.

동백은 아들 필구와 먹고살기 위해 맥주와 소주가 나오는 술집을 하지만 딱 술만 판다. 안주보다는 식사에 가까운 두루치기를 대표 메뉴로 내세워 "술만 팔지 손목을 팔진 않는다"는 동백의 마음을 표현하려고 한 것 아닐까.

동백꽃 필 무렵 속 두루치기
동백꽃 필 무렵 속 두루치기

[KBS 캡처]

드라마 속 음식을 직접 먹어볼 순 없지만, 모양새만으로도 동백의 두루치기는 필구의 생부 강종렬의 호들갑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먹음직스럽다. 그는 국물까지 싹싹 긁어먹으면서 '세상 최고'라고 극찬한다.

두루치기란 음식의 정체성은 바로 이 국물에 있다.

돼지고기를 빨간 양념으로 볶는 요리에는 두루치기 외에도 더 대중적인 음식인 제육볶음이 있다. 주물럭도 비슷한 느낌의 음식이다.

두루치기와 제육볶음을 가르는 가장 큰 차이점은 국물의 유무다.

두루치기 쪽이 국물이 있고 제육볶음은 국물이 없다. 물론 제대로 요리했다고 전제할 경우다.

두루치기는 고기가 물론 주재료이지만 양파, 청경채, 버섯 등 채소가 상당량 들어간다. 두루치기라는 이름 자체가 여러 재료를 두루 넣는다는 데서 유래했다.

생채소가 많이 들어가다 보니 볶을 때 국물이 생길 수밖에 없다. 지역에 따라선 여기에 물을 더 붓고 전골처럼 자작자작 끓여 먹기도 한다.

제육볶음에도 양파나 양배추, 당근 등이 들어가지만 강한 불에서 빠르게 볶아 고기나 채소에서 물이 나오지 않게 해야 한다.

제육볶음
제육볶음

[촬영 김동철]

주물럭은 빨간 양념을 고기에 주물러서 배게 한다는 양념법에 기원한 명칭으로 불 위에서 구워 먹는 경우가 많다. 물론 팬에서 볶기도 한다.

지역별로, 또는 만들어 파는 곳 별로 이 세 가지 빨간 돼지고기볶음 요리는 버전이 다양해서 사실 명확하게 구분되지는 않는 편이다.

두루치기 또는 제육볶음이나 주물럭에 두루 쓸 수 있는 빨간 양념은 고추장, 고춧가루, 물엿, 소금, 후추, 간장, 맛술, 간 마늘, 매실액(또는 설탕)을 섞어 만든다. 배와 사과를 갈아 넣으면 금상첨화.

맛을 한 단계 올려줄 히든카드가 있다면 바로 마요네즈다. 양념장에 넣으면 고추장, 설탕 등 나름 센 맛의 밸런스를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양념장은 하루가량 냉장고에 숙성해서 고기를 버무리는 것이 좋다. 시간이 정 없으면 바로 쓸 수 있다.

고추장 양념한 돼지고기
고추장 양념한 돼지고기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고기는 돼지고기 앞다릿살(전지)을 주로 쓴다. 삼겹살보다 기름이 적고 육질에 탄력이 있어서다.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부위인 것도 두루치기나 제육볶음이 서민의 사랑을 받아온 이유.

양념에 잰 앞다릿살을 우선 기름을 둘러 달군 팬 위에서 중불 이상의 비교적 센 불로 볶는다. 불이 너무 세면 양념이 탈 수 있다.

고기가 어느 정도 익으면 미리 적당한 크기로 잘라둔 채소를 넣어 함께 볶는다.

고기와 채소를 함께 넣고 볶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경우 고기를 익히기 위해 채소가 불 위에 더 오래 노출되기 때문에 아삭한 식감이 사라진다.

국물이 많은 형태로 두루치기를 즐기려면 물이나 육수를 넣는다.

두루치기에 신김치를 넣어 볶으면 산미와 감칠맛이 더해진다. 주꾸미 등 제철 해산물을 넣을 수도 있다.

두부도 잘 어울리는 재료인데, 성심당 빵과 함께 대전이 자랑하는 음식으로 두부두루치기가 꼽힌다.

콩고기에 빨간 양념을 한 채식 두루치기도 있다. '비건 제육볶음'이라는 이름으로도 팔리지만, '육(肉)'자가 들어가지 않은 두루치기라는 이름이 채식인 사이에 거부감이 덜한 덕에 '비건 두루치기'라고 시판되는 경우가 더 많다.

cs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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