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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보살, 조계종에 50억원 기부…종단 사상 최고액(종합)

송고시간2019-12-02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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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몸으로 왔다 빈몸으로 가는 것…인도 부다가야 사찰 짓는데 써달라"

37년 된 도반 사이로 지내…실명 비공개 고집하며 사진촬영만

조계종에 50억원 기부한 보살들
조계종에 50억원 기부한 보살들

(서울=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깊은 불심(佛心)으로 37년간을 도반(道伴)으로 지내온 두 여성이 인도 부다가야에 한국 사찰을 짓는 데 써달라며 대한불교조계종에 50억원을 기부했다. 왼쪽은 연취(67) 보살, 오른쪽은 설매(73) 보살이다. 2019.12.2 eddie@yna.co.kr

(서울=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깊은 불심(佛心)으로 37년간을 도반(道伴)으로 지내는 두 여성 불자가 인도 부다가야에 한국 사찰을 짓는 데 써달라며 대한불교조계종에 현금 50억원을 기부한다.

단체가 아닌 개인이 종단에 낸 기부금으로는 사상 최고액으로 꼽힌다.

법명(法名)이 설매(73)와 연취(67)인 두 보살은 2일 서울 종로구 조계종 총무원에서 50억원을 기부하는 전달식을 가졌다.

설매 보살은 전달식에 앞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는 잠시 돈을 가지고 사용하다가 빈몸으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며 "그것을 어디다 남겨둔다기보다 (돈은) 삶에 있어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기부 배경을 밝혔다.

이어 "나름대로 발원을 했는데, 뜻밖에 금년에 조계종에서 (인도 부다가야에) 한국 사찰을 세우겠다는 총무원장 스님의 원력을 듣고서 인연을 지어야겠다고 결정했다"고 떠올렸다.

설매 보살은 "그래서 한국 불교가 거듭나고, 2천600년 전에 부처가 성도(成道)하신 곳으로 되돌아가는 불심을 내고 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에 기부를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연취 보살도 "부처님의 업을 다시 펴는데 (기부금을) 쓸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조심히 바람을 전했다.

두 도반의 기부는 '비승비속(非僧非俗)'인 설매 보살이 먼저 1억원을 준비하며 시작됐다. 연취 보살은 본인 소유 건물를 판 돈으로 나머지 49억원을 마련했다.

두 보살은 1982년께 지인의 소개로 인연을 맺었다고 한다. 6살 위인 설매 보살이 연취 보살을 석가모니 가르침의 길로 본격 인도했다.

연취 보살은 "오늘이 있기까지는 부처님 가르침을 손수, 몸소 가르쳐 주신 (설매 보살) 덕분이 아닌가 하다. 제가 불자로서 귀의하게 됐고, 오늘의 이런 불사도 하게 됐다. 도반님에게 감사드린다"고 활짝 웃었다.

50억 기부한 보살들
50억 기부한 보살들

(서울=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깊은 불심(佛心)으로 37년간을 도반(道伴)으로 지내온 두 보살이 인도 부다가야에 한국 사찰을 짓는 데 써달라며 대한불교조계종에 50억원을 기부했다. 왼쪽부터 조계종 총무원 재무부장 탄하스님, 연취(67) 보살, 설매(73) 보살, 조계종 백년대계본부 사무총장 일감스님. 2019.12.2 eddie@yna.co.kr

두 보살은 내년 2월말까지 현금으로 50억원 기부를 완료하게 된다.

이들은 조계종이 인도 부다가야에 한국 사찰을 지을 때 건립비용으로 자신들이 낸 기부금을 활용해달라고 했다. 인도 부다가야는 석가모니가 고행 끝에 보리수 아래에서 깨달음을 얻은 곳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현지에 사찰을 건립하면 그 이름을 '분황사(芬皇寺)'로 짓고, 사찰 마당에는 경남 합천 영암사 터에 있는 쌍사자석등과 같은 소박한 석등을 세워줄 것을 조계종 측에 요청했다.

경북 경주에 있는 분황사는 신라 선덕여왕 3년인 634년에 창건한 절이다. 고승인 원효와 자장이 거쳐 간 절이다.

설매 보살은 "(인도에 지을 분황사 마당에) 우리 마음의 등불이 항상 켜져있기를 원한다"고 바랐다.

조계종은 향후 종단 불사위원회를 열어 기부금 활용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기부금을 낸 두 보살이 인도 부다가야에 한국 사찰 건립비로 써달라는 의향을 밝힌 만큼 기부금 상당액이 실제 사찰을 짓는 데 사용될 전망이다.

두 불자는 기자간담회 내내 자신들의 실명 대신 설매와 연취라는 법명만을 고집했다. 지금까지 여러 차례 기부를 했지만 단 한 번도 실명을 밝힌 적이 없고, 그렇게 하는 것이 맞다는 이유에서였다.

다만, 이름을 밝히지 않는 조건으로 사진 촬영에는 응했다.

edd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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