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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가 줬는데 교수가 뺏는 수상한 대학 장학금…경찰 수사

송고시간2019-12-05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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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의 학생 피해…"불이익받을까 교수 부탁 거절 못 해"

경찰 "통장 내역·참고인 조사 등 내사 진행…법리검토 중"

장학금(PG)
장학금(PG)

[이태호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부산 한 사립대학교에서 교수들이 수년간 학생들에게 지급된 장학금을 다시 돌려받아 다른 용도로 썼다는 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교수가 먼저 장학금을 줄 테니 다시 돌려달라고 제안했는데 학생들은 불이익을 받을까 봐 이유도 알지 못한 채 지시에 따라야 했다.

5일 부산 모 사립대학교 관계자와 졸업생 등에 따르면 이 대학 일본어 창의융합학부(일본어 학부) 교수들은 월급에서 월 1∼2만원씩 학부발전기금을 냈다.

해당 학부는 이 돈으로 학기마다 학생 1명에게 장학금 혜택을 주기로 결정했으며 대상자도 직접 선발해 학교 본부에 보고했다.

이렇게 학교는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줬지만 정작 학생들은 돈을 받지 못했다.

장학생으로 선발되기 전 교수의 수상한 제안 때문이다.

교수들은 장학금 250만원을 줄 테니 지정된 계좌로 수고비 2만원을 뺀 248만원을 입금하라고 제안했다.

알려진 것만 10년 가까이 17명의 학생이 이렇게 학교 본부에서 지급된 장학금을 받은 뒤 곧바로 학부 통장으로 넣었지만, 이 사실은 외부로 알려지지 않았다.

장학금 지급 명단에 이름을 올린 학생들 대부분은 이 대학 청해진 사업에 참여했던 학생들이다.

청해진 사업은 정부가 지원하는 청년 해외 취업 프로그램이다.

학생들은 해외 취업과 관련 일정 부분 결정권을 쥐고 있는 교수 부탁을 쉽게 거절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학교 구성원들은 증언한다.

장학금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도 실제 돈은 받지 못한 학생들은 학교에서 주는 다른 장학금을 받지 못할 수도 있었지만, 교수의 부탁을 쉽게 거절하지 못했다.

경찰은 최근 해당 사건에 대한 진정서를 접수해 사실관계 확인에 나섰다.

다시 반환된 장학금이 어디에 쓰였는지 통장 내역을 확인하고 참고인을 불러 조사하고 있다.

학교 측도 진상조사단을 꾸리고 자체 조사에 나섰다.

교수들은 학생들이 학교 발전을 위해 자발적으로 학교에 장학금을 돌려줬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대학 한 졸업생은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자발적으로 장학금을 돌려준 것은 절대 아니다"며 "교수 부탁을 거절하기 힘들어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다"고 말했다.

대학 본부 관계자는 "반납된 장학금을 학부에서 학생 J.TEST(실용 일본어 검정시험) 응시 비용 지원과 학생 일본 연수 탐방 교통비 등 자체 예산으로 쓴 것으로 파악된다"며 "또 일본어 학부가 교수들이 돈을 모아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고 있다는 것을 다른 과에 과시하기 위해 학교에는 장학금을 지급한다고 하고 그 돈을 학부 예산으로 써온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handbrothe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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