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연합뉴스 최신기사
뉴스 검색어 입력 양식

[김용균 1주기] ④ 태안화력 노동자 "열악한 작업환경 그대로"

송고시간2019-12-08 08:20

이 뉴스 공유하기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본문 글자 크기 조정

"여전히 어둠 속에서 뿌연 먼지 뒤집어 쓴 채 일해"

"특조위 권고안 휴짓조각 우려…위험의 외주화 논의 다시 해야"

"발전소 내 1급 발암물질 대책도 마련해야"

여전히 어두운 화력발전소 내부
여전히 어두운 화력발전소 내부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태안=연합뉴스) 이은파 기자 = "사람이 또 죽지 않았을 뿐 열악한 작업환경은 여전합니다."

산업재해로 숨진 고 김용균 씨 1주기를 나흘 앞둔 7일 저녁 충남 태안군 원북면 방갈리 태안화력발전소(태안화력) 인근 한 음식점.

태안화력에서 비정규직으로 근무하는 A씨는 "안전펜스 설치 등 작업환경이 대폭 개선됐다고 하지만 김용균 씨가 숨진 9∼10호기 중심"이라며 "환경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1∼8호기는 제대로 손을 대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작업환경이 많이 개선됐다고 하는 태안화력이 이 정도인데 다른 지역 발전소는 어떻겠냐"고 반문했다.

그는 "형식적이던 '2인 1조 근무제'가 김용균 씨 사망 이후 어느 정도 자리잡았지만, 여전히 어두운 환경에서 뿌연 먼지를 뒤집어 쓴 채 일하기는 마찬가지"라고 토로했다.

이런 상황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동조합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가 지난 4일 공개한 영상에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지난 5∼11월 촬영된 영상에는 노동자들이 손전등을 켜고 어두컴컴한 작업장을 둘러보는 장면이 생생하게 담겼다.

고 김용균 씨는 지난해 12월 11일 새벽 어두컴컴한 발전소 안에서 컨베이어벨트 밑에 쌓인 석탄을 긁어모으다 변을 당했다.

안전펜스 설치된 태안화력발전소 내부
안전펜스 설치된 태안화력발전소 내부

[한국서부발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태안화력을 운영하는 한국서부발전은 사고 직후 4개 안전 전담부서를 설치하고, 안전관리자 정원 52명을 추가 확보한 데 이어 200여억원을 들여 조명과 안전펜스 등 안전시설을 보강했다고 설명했다.

고위험작업 선정 및 표준안전 설계기준 제정과 안전작업 허가 절차 강화 등 안전 관련 제도도 대폭 개선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현장 노동자들은 이런 조치가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작업장 환경이 눈에 띄게 개선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다.

'보여주기식 땜질 처방'이란 지적도 나온다.

이태성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 간사는 "큰돈을 들여 설비와 제도를 개선했다고 하지만 아직도 미흡한 점이 많다"며 "발전소 측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특조위)가 지난 8월 말 내놓은 22개 권고안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것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A씨는 "특조위 권고안이 휴짓조각으로 전락할 상황에 놓였다"며 "정부는 '위험의 외주화'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다시 시작하라"고 촉구했다.

정부가 고 김용균 씨 장례 이전과 이후 7차례에 걸쳐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 구성을 통한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 수립을 약속했지만 지키지 않은 점도 지적했다.

또다른 노동자 B씨는 "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국무총리,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많은 약속을 했지만 모두 어겼다"며 "도대체 노동자들은 누구를 믿고 살아야 하느냐"고 하소연했다.

태안화력발전소 앞에 내걸린 플래카드
태안화력발전소 앞에 내걸린 플래카드

(태안=연합뉴스) 이은파 기자 = 산업 재해로 숨진 고 김용균 씨 1주기를 엿새 앞둔 5일 충남 태안군 원북면 방갈리 태안화력발전소를 찾은 한 주민이 발전소 앞에 내걸린 플래카드를 바라보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한국서부발전과 태안화력 주변에는 '약속을 지켜라', '책임자를 처벌하라', '차별받지 않게 하라', '특조위 권고사항 이행하라'는 등의 글귀가 적힌 플래카드가 여기저기 걸려 있다.

태안화력 노동자들은 발전소가 1급 발암물질에 노출된 것에 대해서 불안감을 감추지 못한다.

B씨는 "특조위 보고서와 국회 국정감사,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석탄화력발전소 노동자들이 결정형유리규산, 벤젠, 톨루엔, 고농도 일산화탄소 등 유독·발암물질에 노출돼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며 "특히 석탄재 처리작업 노동자들은 결정형유리규산에 기준치의 8∼16배나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하지만 서부발전은 이에 대해 아직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고, 작업환경 개선은커녕 제대로 된 보호구조차 지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김준수 전국플랜트건설노조 충남지부장은 "서부발전은 태안화력에서 일했던 김용균 씨의 죽음이 있었던 곳임에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음을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 김용균 씨 사망 책임자 처벌하라"
"고 김용균 씨 사망 책임자 처벌하라"

(태안=연합뉴스) 이은파 기자 = 산업재해로 숨진 고 김용균 씨 1주기를 엿새 앞둔 5일 충남 태안군 태안읍 한국서부발전 정문 앞에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플래카드를 걸려 있다.

경찰이 최근 고 김용균 씨 사망과 관련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받는 원·하청 관계자 일부만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것도 문제 삼았다.

B씨는 "몸통은 온데간데없이 깃털만 처벌한 것"이라며 "진짜 책임자인 한국서부발전과 한국발전기술 사장을 처벌하고 노동자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책임을 살인죄로 엄히 다스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sw21@yna.co.kr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