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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장에서도 문학은 꽃을 피워낸다…'렌트 콜렉터'

송고시간2019-12-06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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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 끝이 보이지 않는 절망 속에서도 희망은 어딘가 존재한다. 너무 흔해 진부하게 들리는 말이지만 경험을 바탕으로 축적된 인간사에서 이 금언은 진실이라는 걸 모두가 안다.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 외곽 쓰레기 매립장에 사는 실제 인물들 삶을 바탕으로 쓴 장편소설 '렌트 콜렉터'(카멜레온북스 펴냄)는 이런 메시지를 진한 감동과 함께 전한다.

부자든 가난한 이든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 있고 원하는 꿈이 있는 건 마찬가지다. 가장 밑바닥 삶에도 자기를 표현하려는 욕망과 예술적 욕구가 있다. 오히려 현실이 너무 힘들수록 마음 한편에선 자신의 비루한 현실과 상반된 아름다움과 이상향을 그려보고 싶은 욕망이 샘솟기도 한다. 이런 활동을 통해 새로운 희망을 발견하고 싶은 게 인간의 본성이라는 점을 소설은 강변한다.

소설 무대는 캄보디아 최대 규모의 쓰레기 매립장 '스퉁 민체이'.

이곳에는 쓸만한 쓰레기를 주워서 내다 팔며 하루살이처럼 연명하는 여자 상 리가 남편, 아이와 함께 산다. 게다가 아이까지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에 시달리지만, 가난 때문에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없다. 한 마디로 보고만 있어도 답답하고 한숨이 나오는 측은한 삶이다.

게다가 '암소'라고 불리는 여성 집세 수금원 소피프 신은 집세를 걷어가는 것만 아는 인정 없는 냉혈한과 같다.

문맹인 상 리는 그러던 어느 날 소피프가 글을 읽을 줄 안다는 사실을 알고 글 읽는 법을 가르쳐달라고 부탁한다. 두 여성의 길고 묘한 우정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쓰레기장에서도 문학은 꽃을 피워낸다…'렌트 콜렉터' - 1

사실 소피프는 명문 프놈펜국립대에서 문학을 가르쳤지만, 냉소적인 사람으로 변해버린 지금은 자신의 인생에서 문학이 사라졌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순진한 시골 여자 상 리의 부탁을 거절하기가 어렵다.

수업은 단순한 읽고 쓰기가 아니라 문학 수업으로 발전한다. 그러면서 두 여성은 서로를 이해하고 보듬는다. 문학은 배경과 현실이 달라 어울리지 않는 두 여성을 하나로 묶어내는 매개체가 된다.

현재 절망적인 상 리의 삶은 문학에 힘입어 생기를 얻고, 과거의 충격적 상처로 절망을 안고 살아온 소피프도 치유의 기회를 얻는다. 엘리트 여성 소피프를 그토록 어둡게 만들었던 것은 캄보디아 좌파 독재가 초래한 잔혹한 과거사였다.

좌파 전체주의 정권의 무자비한 대학살과 장기 독재는 두 여성을 포함한 많은 사람을 유무형의 고통과 가난에 빠뜨렸지만,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도 한 줄기 빛을 비추는 게 문학의 힘이라는 진실을 소설은 증명한다.

이 소설은 휘트니어워드에서 최우수소설상을 받았고 더블린문학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미국 유타주 출신인 지은이 캠론 라이트는 자비로 출간한 첫 장편소설 '에밀리에게 부치는 편지'가 세계적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이름을 알렸다. 렌트 콜렉터는 두 번째 장편이다. 이정민 옮김.

lesl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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