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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보는 광주·부에노스아이레스의 아픈 기억

송고시간2019-12-06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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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흥순 더페이지갤러리 개인전 '고스트 가이드'

임흥순 '좋은 빛 좋은 공기'
임흥순 '좋은 빛 좋은 공기'

[더페이지갤러리 제공]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대한민국 광주와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지구 반대편 두 도시는 닮은 아픔을 가졌다.

광주와 부에노스아이레스는 각각 1980년대와 1970년대에 군부 독재 아래서 집단 학살을 경험했다. 수많은 희생자와 실종자가 있고, 살아남았지만 끔찍한 그 날의 기억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5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더페이지갤러리에서 개막한 임흥순 개인전 '고스트 가이드'는 수십 년이 흐른 지금도 상처가 아물지 않은 두 도시를 이야기한다.

전시장 양쪽 벽면에 아르헨티나와 광주 그날의 기억을 담은 사진들이 마주 보고 걸렸다.

중앙 공간에는 재질도 색깔도 다른 약 20개의 돌이 놓였다. 아르헨티나 라플라타 경찰서 안, 옛 광주 505보안부대 터 등에서 작가가 주운 돌이나 건물잔해다.

아르헨티나 군사정권 시기 국가포격과 감금, 고문의 장소였거나 5·18 광주 민주화운동과 관련된 장소들이다. 역시 그곳에서 있었던 일에 대한 기억을 상징한다.

작가는 "흙과 건물 잔해 등을 보면서 우리가 어떻게 그 시간을 기억하고 찾아갈 수 있을까 생각했다"며 "돌과 흙처럼 남겨진 것들은 작고 사소하지만 그 시작점이 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술가이자 영화감독인 임흥순은 국가적 학살 피해자, 탈북자, 이주노동자, 여성노동자 등 주변부 집단에 주목해온 작가다.

옛 구로공단 여공부터 시작해 한국 여성 노동 연대기를 영상으로 그린 '위로공단'으로 2015년 베니스비엔날레에서 한국인 최초로 은사자상을 받았다.

2017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전시로 먼저 선보인 '우리를 갈라놓는 것들'을 영화로 제작해 최근 개봉하는 등 영화와 미술 작업을 통해 역사에서 소외된 이들의 이야기를 담아왔다.

이번에는 역사와 사회 속에서 유령 같은 존재로 살아가는 사람들 이야기를 불러내고, 그들에게 제 자리를 찾아주고자 한다.

지난해 소설가 한강과 함께 참여한 미국 비엔날레 카네기 인터내셔널에서 선보인 영상작업 '좋은 빛, 좋은 공기'도 이번 전시에서 소개된다.

부에노스아이레스는 좋은 공기라는 뜻이다. 광주는 빛고을이다. 작품명은 결국 광주와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말한다.

마주 보는 두 개 스크린에서는 각각 광주와 부에노스아이레스 참사를 잊지 못하고 사는 사람들의 영상이 나온다.

화면에는 다른 영상이 이어지지만, 한쪽 소리와 자막이 번갈아 나온다. 광주 화면 소리와 자막이 부에노스아이레스 화면에 흐르고, 반대로 부에노스아이레스가 광주 영상에 겹쳐진다.

이렇게 두 도시 이야기가 교차하며 하나로 모이지만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전시는 내년 1월 23일까지.

'고스트 가이드' 임흥순 작가
'고스트 가이드' 임흥순 작가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더페이지갤러리에서 개막한 개인전 '고스트 가이드' 전시장에 선 임흥순 작가.

doub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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