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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에 없던 임신'…딸 학대치사 주부 항소심서 형량 늘어

송고시간2019-12-10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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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을 갓 넘긴 딸에게 풋고추 먹이고 침대서 떨어뜨려

1심서 징역 3년…항소심 재판부는 징역 4년 선고

아동학대·폭행(PG)
아동학대·폭행(PG)

[제작 정연주, 최자윤] 일러스트

(대구=연합뉴스) 이강일 기자 = 돌을 갓 넘긴 딸에게 풋고추를 강제로 먹이는 등 학대하고 침대에서 떨어뜨려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20대 주부가 항소심에서 1심보다 무거운 형량을 선고받았다.

대구고법 형사1부(김연우 부장판사)는 딸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아동학대치사 등)로 기소된 A(24)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하고 120시간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와 5년 동안 아동 관련 기관 취업제한을 명했다고 10일 밝혔다.

A씨는 대구지법 김천지원 형사부(김정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1심에서 징역 3년과 120시간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또 아내가 딸을 폭행·학대하는 것을 알고도 방치한 혐의(아동학대)로 기소된 남편 B(28)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80시간 아동학대 치료강의 수강과 3년간 아동 관련 취업제한도 명했다.

B씨는 1심에서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 및 80시간 아동학대 치료 강의 수강을 선고받았다.

1심 결과에 대해 검찰과 A씨만 항소했다.

법원 등에 따르면 A씨는 2016년에 첫째 딸을, 2017년 2월에 피해자인 둘째 딸을 출산했다.

A씨는 계획하지 않은 임신으로 둘째 딸을 출산한 뒤 그해 12월 다시 임신하자 첫째 딸보다 자신을 잘 따르지 않는 둘째 딸을 미워하기 시작했다.

그는 지난해 3∼7월 둘째 딸이 안아달라고 다가오거나 칭얼댈 때마다 강하게 뿌리쳐 수시로 넘어뜨렸다. 이 과정에서 둘째 딸은 가구 모서리나 방바닥 등에 많이 부딪혔다.

4월부터는 딸이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해 몸무게가 9㎏에서 6.9㎏으로 급격하게 줄어드는데도 병원에 데려가거나 밥을 제대로 챙겨주지 않아 '단백 결핍성 소아 영양 실조증'에 걸리게 하기도 했다.

그는 딸이 충격으로 밥을 잘 먹지 못하자 7월부터 여러 차례 풋고추를 강제로 먹이기도 했다.

급기야 그해 7월 25일 오후 12시께 자기에게 다가오는 딸을 침대 아래로 밀어뜨렸다. 딸이 머리를 다쳐 자꾸 앞으로 고꾸라져도 큰 소리로 꾸짖은 뒤 책상 옆에 기대게 해 놓고 빨래와 청소를 했다.

법정
법정

[연합뉴스 자료사진]

6시간이 지난 후 딸이 방바닥에 쓰러져 호흡이 곤란한 것을 보고서야 그는 남편에게 연락했다.

남편이 도착한 뒤에도 곧바로 병원으로 가면 아동학대 사실이 들통날까 봐 30분 가깝게 첫째 딸에게 옷을 입히고, 의식을 잃은 둘째 딸에게 숟가락으로 물을 떠먹이는 시늉을 하기도 했다.

A씨는 7시 40분이 지나 경북 구미의 집을 나섰고, 10시쯤 대구 한 대학병원 응급실에 도착했지만, 둘째 딸은 결국 외상성 두부 손상으로 숨졌다.

1심을 맡은 대구지법 김천지원 형사부는 "A씨 죄책의 무거움을 지적하고 엄중히 꾸짖어야 필요가 있어 실형을 선고하지만,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권고하는 최하한 형량(징역 4년)보다 가벼운 형을 선고해 피고인이 진정으로 자신을 되돌아보고 친어머니로서 건전한 삶을 회복하기를 기대한다"며 징역 3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언니와 비교할 때 피해자가 친어머니에게 지속적인 외면과 학대를 당하면서 짧은 생애에 받은 신체·정신적 고통이 상당했을 것으로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면서 "죄질이 매우 무겁고 반인륜 범행으로 엄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며 형량을 높였다.

남편 B씨에 대해서는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B씨에게 실형을 선고하면 남은 두 자녀의 정상적인 양육에 지장이 초래될 것으로 보여 형의 집행을 미룬다"고 밝혔다.

leek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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