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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로 풀어낸 유언과 참회…최창학 '케모포트'

송고시간2019-12-12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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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부 판정받고 쓴 자전 소설…실명에 불륜 등 치부까지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 사람은 죽음이 머지않음을 느끼면 모든 일에 초연해지고 어린아이보다 더 솔직해지나 보다.

원로 작가 최창학(78)의 자전적 소설 '케모포트'(상상)를 읽고 든 생각이다.

최창학이 절필 22년 만에 내놓은 장편소설인데 대장암 등으로 내년을 넘기기가 힘들다는 시한부 판정을 받고 항암 주사를 맞아가며 쓴 회고록이나 유언장 같은 작품이다.

부제도 '죽어가면서 아내에게'다. 마치 죽음을 앞두고 아내에게 모든 것을 고해하고 용서를 구하는 듯하다.

표현과 내용이 사실적인 데다, 등장인물도 실존 인물들이고 심지어 대부분 실명을 그대로 썼다. 30년간 서울예대 문예창작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친 그는 제자들 이름까지도 그대로 써 다소 위험한 게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든다. 국내에서 이런 소설을 보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한때 국내 최고로 평가받은 소설가 신경숙을 포함한 제자들과 묘한 에피소드, 후배 시인과 불륜, 조울증을 앓던 여제자와 스캔들로 논란이 돼 교직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한 일까지 민망할 만큼 숨김없이 토로한다.

소설로 풀어낸 유언과 참회…최창학 '케모포트' - 1

소설에는 불륜 관계였던 후배 시인의 이름도 공개되고, 조울증을 앓던 제자 이름도 그대로 썼다. 이 제자가 자신을 흠모한 끝에 집으로 초대해 민망한 행위를 한 일까지도 적나라하게 묘사한다.

신경숙은 스승인 그에게 자주 편지를 보냈고, 유명 작가가 되기 전 그와의 술자리 에피소드를 소재로 콩트도 썼다고 한다.

낭만적 기질을 가진 문인들의 경우 동서고금을 불문하고 성적 스캔들이 일어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최창학도 본의 아니게 그런 일에 자주 휘말린 것으로 묘사됐다. 조울증 제자도 최창학이 없던 사이 집에 찾아와 난동을 부렸지만, 아내는 크게 동요하지 않고 성경책을 주며 진정시켰다고 한다.

소설은 그의 투병기와 아내에 대한 회고도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최창학은 작가의 말에서 "참회록이나 투병기, 가족일기 같은 거야 서술할 수 있다 치더라도 유명하지도 않은, 생존하는 주변 사람들의 실명을 그대로 써 당사자는 물론 읽는 사람들의 신경을 거스르게 한 것은 납득하기 힘들 것"이라며 "그러나 이것은 죽어가면서 머리에 떠오르는 사람들의 이름을 입속으로 되뇌어 보는 것쯤으로 가볍게 받아들여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최창학은 1968년 '창작과비평'에 단편 「창」을 발표하며 등단한 이래 윤리적인 삶이 왜곡되고 훼손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작품들을 주로 발표했다. '물을 수 없었던 물음들', 아우슈비츠' 등 작품을 남겼다.

lesl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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