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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 작가 "젊은이들, 인생은 본래 고해라는 것 깨달아야"

송고시간2019-12-11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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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IBS서 북 콘서트…"어릴 적 내 꿈은 밥을 버는 것"

대전 IBS 과학문화센터에서 열린 북콘서트
대전 IBS 과학문화센터에서 열린 북콘서트

[촬영 박주영 기자]

(대전=연합뉴스) 박주영 기자 = "젊은이들은 인생은 고해라는 것을, 삶은 본래 스스로 그러한 것이라는 것을 깊이 깨달아야 합니다."

11일 대전 기초과학연구원(IBS) 과학문화센터에서 열린 북콘서트 행사에 참석한 김훈(71) 작가는 요즘 젊은 세대들에게 견딜 수 있는 힘을 달라는 당부에 이같이 말했다.

김 작가는 "행복이나 기쁨, 즐거움, 아늑함만을 추구하다 보면 고해는 끝이 없다"며 "고통을 떨쳐 버리고 가볍게 할 생각만 하면 짐은 점점 더 무거워질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 역시 인생은 고생스럽고 힘들다고 여기며 살았고, 그것이 건강한 삶의 태도라고 생각한다"며 "고난을 능동적으로 기꺼이 받아들이는 것이 고난 위에 올라타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대학을 중퇴하고 20년 넘게 기자 생활을 하다 소설가로 전향했는데 진짜 꿈은 무엇이었느냐는 질문에는 "어렸을 때 나의 꿈은 오로지 밥을 먹는 것이었다"고 답했다.

그는 "내 몸에 나이테처럼 둘러진 삶의 기억들을 돌이켜 보면 어렸을 땐 동네에 얼어 죽고 굶어 죽은 시체들이 즐비했던 생각이 난다"며 "내 청춘의 꿈은 밥을 버는 것이었고, 그것이 그 시대 청년들의 정당하고 건강한 소망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그 같은 소망은 인류 역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대성공을 이뤘고, 밥이 넘치는 세상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차별과 부조리가 만들어지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책을 읽는 것보다 사람을 배우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작가는 "공자는 한 번도 책을 읽으라고 말한 적이 없다"며 "공자 하면 늘 등장하는 '학이시습지'(學而時習之)라는 말도 전공과목이나 국·영·수를 공부하라는 말이 아니라 네 맘보를 똑바로 쓰고, 대인관계를 바르게 하라는 뜻"이라고 일침을 날렸다.

그는 "책에서 배우는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사람을 통해 배울 수 있다"며 "자전거로 태백산맥을 여행하고 다니면서 산간에 사는 농부들을 만났는데, 그들은 학교를 전혀 다니지 않고 신문도, 한글도 읽지 못했지만 세상의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그들은 이웃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마소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인간과 자연환경과의 관계는 어떠해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며 "이런 인간의 고귀함을 증명하는 것이 글 쓰는 자로서 나의 사명"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IBS 과학문화센터 개관을 기념해 열린 이날 북콘서트는 '소설가로 산다는 것, 그리고 과학자로 산다는 것'을 주제로 장석복 IBS 분자활성 촉매반응 연구단장과의 대담 형식으로 1시간30분 동안 진행됐다.

jyo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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