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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에 마술까지…진화한 마당놀이 '춘풍이 온다'

송고시간2019-12-13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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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장 마당놀이 공연 리뷰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부유한 양반 집안 도련님 이춘풍. 어린 시절부터 남달리 여성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커서도 기생집을 출입하며 돈을 물 쓰듯 쓰고 다닌다. 친구들과 어울려 기생집에, 노름질까지 하다 보니 그 많던 재산도 결국 바닥나고, 급기야 빚쟁이로 전락하고 만다. 춘풍의 어머니 김씨 부인은 춘풍의 바람기를 잠재우고, 경제적 위기를 타결하기 위해 몸종이지만 강단 있고 수완 좋은 오목을 며느리로 맞이한다. 오목의 능력에 힘입어 기울던 가세는 다시 일어서고, 그와 함께 잠자고 있던 춘풍의 바람기도 다시 일어선다.

마당놀이 '춘풍이 온다'의 한 장면
마당놀이 '춘풍이 온다'의 한 장면

[국립극장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마당놀이는 국립극장 효자 상품이다. 지난 2014년부터 5년간 221회 무대를 통해 18만명이 관람했다. 지난해 객석점유율은 약 2달간 상영되면서 98.7%에 달했다. 인기의 원동력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일단 관객과의 교감이 한몫했을 것으로 보인다.

'춘풍이 온다'는 무대에서 지내는 '고사'(告祀)로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출연 배우들이 관객들의 참여를 유도한다. 앞에 앉아 있다가 얼결에 무대로 끌려나가는 '봉변'을 당할 수도 있다. 고사와 신나는 타악 공연과 창 등이 어우러진다. 본격적인 스토리가 시작되기도 전에 얼추 20분 가까운 시간이 훅 지나간다.

1980~90년대 유행한 마당놀이를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추억을 더듬는 시간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해학미가 깃든 말장난, 배우들의 우스운 동작과 표정 연기까지 볼만한 장면이 풍성하다. 여기에 국립극장 단원 등의 검증된 가창력은 다소 헐거운 이야기를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옛 추억을 회상할 수 있는 장면만 있는 건 아니다. 새로운 관객층을 흡수하기 위한 다각적인 시도도 엿보인다. 국악뿐 아니라 등장인물들은 힙합 음악에 맞춰서 '칼군무'를 선보이는가 하면, 속사포 같은 랩을 구사하며 관객들의 흥을 돋우기도 한다. 지루해질 만한 타임에 마술쇼가 등장해 관객들의 시선을 끌기도 한다.

마당놀이 '춘풍이 온다'의 한 장면
마당놀이 '춘풍이 온다'의 한 장면

[국립극장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지난해에 이어 김준수가 주인공 춘풍 역을 소화했다. 국악계에 떠오르는 스타답게, 시원하게 노래하고, 감정 연기도 풍부하다. 다만 공연 시간이 2시간 30분에 달하는 점은 부담스럽다. 뒤로 갈수록 이야기가 뻔한 데다가 '한계효용 체감 법칙'에 따라 여러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도 반감된다.

'춘풍이 온다'는 '심청이 온다'(2014, 2017) '춘향이 온다'(2015) '놀보가 온다'(2016)에 이은 국립극장 마당놀이 시리즈 네 번째 작품으로, 판소리계 소설 '이춘풍전'을 바탕으로 했다.

손진책이 연출을, 연희의 감독은 배우 겸 연출자 김성녀가 맡았다. 춘풍 역은 김준수와 국악 신동 출신 유태평양이 더블 캐스팅됐다. 오목이는 민은경과 서정금이, 꼭두쇠에는 정준태가 캐스팅됐다.

8세 이상 관람가. 전석 5만원. 2020년 1월26일까지 공연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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