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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문화결산] 100주년 3.1운동·임시정부 재조명

송고시간2019-12-1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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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일 종족주의'로 학계 시끌…의미있는 학술서 출간 잇따라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 걸린 임시의정원 태극기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 걸린 임시의정원 태극기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올해는 한국 독립운동사 흐름을 바꾼 결정적 전환점으로 평가되는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었다.

역사학계를 중심으로 3·1운동과 임시정부를 재조명하는 학술대회와 도서 출간이 일 년 내내 이어졌다. 특히 3·1절을 앞둔 1∼2월에 다양한 행사가 잇따라 열렸다.

역사 연구에 관한 사료를 조사·수집하는 국사편찬위원회는 3·1운동 정보를 집대성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국편은 소요사건관계서류, 일본 외무성 기록, 도(道) 장관 보고, 경성지법 검사국 문서, 3·1운동 관련 판결문, 재한 선교사 자료, 한일관계사료집에서 관련 정보를 추출해 통계 누리집 '삼일운동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었다. 누리집은 저항 유형, 시간, 행동 양상, 탄압 양상, 운동 매체, 운동 주체로 나눠 검색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한국역사연구회는 3·1운동을 민족 대 반민족, 수탈 대 저항으로 보는 전통적 틀을 벗어나 다양한 스펙트럼에서 분석한 5권짜리 총서를 펴내고 한국학중앙연구원과 함께 학술회의를 개최했다. 연구원은 3·1혁명을 프랑스혁명, 러시아혁명과 함께 세계사적 관점에서 고찰하는 학술 행사를 마련하기도 했다.

한국고전번역원은 임시정부 임시헌장과 건국강령 초안을 작성한 독립운동가 조소앙 문집인 '소앙집'과 그가 쓴 독립운동가 평전 '유방집'을 처음으로 번역했고, 역사학자들이 집필한 3·1운동 사진집과 교양서도 출간됐다.

3·1운동과 비교하면 임시정부에 대한 관심은 크지 않았다. 일부 학자는 임시정부를 우리 정부의 근간으로 보는 법통론을 비판하고, 상하이 임시정부보다는 통합임시정부를 높이 평가해야 한다는 견해를 내놓기도 했다. 이는 결국 현재는 냉각기로 접어들었지만,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일기 시작한 남북한 화해분위기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은 점이 원인으로 지적된다. 아무래도 북한에서는 임시정부수립에 그다지 의미를 두지 않는 까닭이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을 비롯한 국공립 박물관들은 앞다퉈 3·1운동과 임시정부 특별전을 열었고, 문화재청은 독립운동 관련 문화재 지정과 등록을 추진했다.

7월 23일 일본 사죄 촉구 기자회견에 등장한 김원봉 사진
7월 23일 일본 사죄 촉구 기자회견에 등장한 김원봉 사진

[연합뉴스 자료사진]

독립운동에 대한 관심이 커진 상황에서 1919년 의열단 조직을 주도한 인물인 김원봉은 서훈 문제로 논란에 휘말렸다.

국가보훈처 자문기구가 김원봉에 대한 독립유공자 포상을 권고한 뒤 일부 독립운동단체들이 서훈 서명운동 계획을 공개하자 보수 정치권과 언론은 1948년 월북한 김원봉이 이후 북한 정권에서 요직을 맡았다는 점을 언급하며 반발했다.

청와대가 북한 정권 수립에 기여하고 적극적으로 동조한 것으로 판단되면 포상에서 제외한다는 규정을 들어 김원봉 서훈이 불가능하다고 발표했으나, 김원봉을 재평가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꾸준히 나왔다.

김원봉과 함께 학계에서 화제가 된 단어는 '반일 종족주의'였다.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를 지낸 이영훈 이승만학당 교장과 학자, 언론인이 쓴 이 책은 일제강점기에 강제동원은 없었고 일본군 위안부를 성노예로 볼 근거가 부족하다는 파격적 주장을 담았다.

이 교장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구역질 나는 책'이라고 공격하자 공개 토론을 요구하며 설전을 벌였고, 공개 석상에서 자신의 견해가 분석과 고증에 따른 학문적 결과물임을 강조했다.

일제가 사실상 한국 근대화 기반을 닦았다는 식민지 근대화론과 강제동원·위안부 부정에 대해 역사학계의 조직적 움직임은 없었으나, 반일 종족주의 논지에 반대하는 여러 책이 발간됐다.

인문학계 토양을 비옥하게 할 눈에 띄는 노작들도 독자와 만났다. 국내 고대 그리스·로마 고전 번역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굳힌 천병희 단국대 명예교수가 플라톤 전집을 완역했고, 김동훈 박사는 미학 고전이라고 할 만한 책 3권을 우리말로 옮겼다.

장현근 용인대 교수가 번역한 '중국정치사상사', 조선이 통치의 근간으로 삼은 책인 '대명률직해' 번역본, 국립진주박물관이 임진왜란 자료 국역사업 첫 성과로 내놓은 '쇄미록' 완역본, 곽충구 서강대 명예교수가 23년간 조사한 성과를 촘촘하게 수록한 '두만강 유역의 조선어 방언사전'도 주목받았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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