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자연인' 구자경, 마지막 길도 소탈·겸손
송고시간2019-12-14 14:09
서울 한 병원 장례식장에 '비공개 빈소'…조문 없는 가족장
(서울=연합뉴스) 김준억 최재서 기자 = LG그룹 2대 회장으로 사반세기 동안 그룹을 이끌었던 구자경 LG 명예회장은 평소 몸소 실천한 소신대로 마지막 길도 소탈과 겸손을 보여줬다.
94세 일기로 14일 별세한 구 명예회장의 장례는 생전의 뜻에 따라 비공개 가족장으로 치러질 예정이다.
유족들은 이날 고인이 입원 중 마지막 숨을 거둔 것으로 알려진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 빈소를 마련했지만,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다.
LG그룹은 별도 부고 광고를 내지 않고 보도자료를 통해 "장례는 고인과 유족들의 뜻에 따라 가족장으로 최대한 조용하고 차분하게 치르기로 했다"며 "유족들이 온전히 고인을 추모할 수 있도록 조문과 조화를 정중히 사양한다"고 밝혔다.
구 명예회장의 장남인 고(故)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지난해 5월 타계했을 때도 LG그룹은 비공개 가족장을 치른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LG그룹은 "생전에 과한 의전과 복잡한 격식을 마다하고 소탈하고 겸손하게 살아온 고인의 뜻을 따르기 위한 것"이라며 조문을 사양했다.
다만, 그 직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장례식장에 빈소를 마련한 것이 외부에 알려지면서 외부 조문을 받은 바 있다.
구자경 명예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이후 철저하게 평범한 자연인으로서 살아온 것으로 전해진다.
고인이 은퇴하면서 결심한 것은 선친 고 구인회 창업회장이 생전에 강조한 '한번 믿으면 모두 맡겨라'라는 말에 따라 후진들의 영역을 확실히 지켜주는 것이었다고 한다.
이에 따라 구 명예회장은 충남 천안시 성환에 있는 연암대학교의 농장에 머물면서 은퇴 이후 버섯연구를 비롯해 자연과 어우러진 취미 활동에만 열성을 쏟으며 일상을 보냈다.
구 명예회장은 2008년 1월 66년간 함께 살아온 아내를 먼저 떠나보냈다. 부인 고 하정임 여사의 부고기사가 처음 실린 석간 신문을 받아들고는 눈물을 떨구면서 반려자를 잃은 아픔을 토하고, 다음날 하 여사 일생에 대한 조간 신문 기사를 손수 챙겼다.
당시 매일 밤 늦게까지 부인의 장례식장을 지켰을 뿐 아니라 휴식을 취하러 자리를 뜰 때는 빈소 앞에 멈춰 서서 영정을 한참 들여다보기도 했다.
지난해는 장남 구본무 회장을 잃었다. 당시 주변에서는 고령에 건강이 나빴던 구 명예회장의 상황을 고려해 부고를 나중에 전했다. 아내를 보낸 지 10년 만에 장남 부고를 듣고서 매우 깊은 비통에 빠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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