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연합뉴스 최신기사
뉴스 검색어 입력 양식

[팩트체크] 문희상案, '돈 받으면 소송 포기' 맞나?

송고시간2019-12-19 17:09

이 뉴스 공유하기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본문 글자 크기 조정

법안 '위자료 받으면 정신적 피해 재판청구권 포기' 적시는 사실

위자료 개념 설명 대목에 '反인도 불법행위에 대한 정신적피해' 적시

강제징용 배상 해법으로 나온 문희상案
강제징용 배상 해법으로 나온 문희상案

[장현경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이지안 인턴 기자 =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둘러싼 한일 갈등의 해법으로 발의된 이른바 '문희상 안(기억·화해·미래재단법안)'을 두고 찬반 양론이 교차하고 있다.

문희상 안은 한일 양국 기업과 국민 등의 자발적 기부금으로 강제징용 피해자(유족 포함)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는 것이 골자다.

작년 10월 한국 대법원이 일본 기업에 내린 강제징용 배상 판결의 이행, 판결 이후 조성된 최악의 한일갈등 완화 등 '양대 난제'를 동시에 풀기 위해 만든 안이다.

이에 대해 '불가피한 외교적·정치적 타협책'으로 보고 수용하는 견해도 있지만 '가해자에게 법적 책임을 물리는 측면에서 부족하다'는 견해가 적지 않게 나온다.

특히 네티즌 사이에서는 법안 내용이 '돈을 받으면 피해자들이 소송을 포기하게 되는 것'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연합뉴스가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통해 지난 18일 발의된 '기억·화해·미래재단법안'(문희상 의장 포함 14명 공동 발의) 내용을 확인한 결과, '위자료 수령=소송 포기' 지적은 틀리지 않았다.

법안 제19조는 '국외강제동원 피해자가 위자료를 지급받은 때에는 국외강제동원에 따른 정신적 피해에 대한 재판청구권을 포기한 것으로 본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국외강제동원 피해자가 위자료를 지급받을 때에 해당 피해자가 원고인 손해배상청구 사건 등이 법원에 계속 중인 경우에는 재단은 소의 취하를 조건으로 위자료를 지급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이를 놓고 법안이 일본 측에 '면죄부'를 주게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들이 나오는 것이다.

다만 법안은 '위자료'의 개념을 '만주사변(1931년) 이후 태평양전쟁에 이르는 시기에 국외강제동원이 되었던 기간 중에 있었던 반인도적인 불법행위에 대한 정신적 피해에 상응하는 금전'으로 규정함으로써 일본의 '반인도적 불법행위'에 따른 '배상금' 차원이라는 성격은 적시했다.

대법원 판결에 따라 일본 기업이 내게 돼 있는 '배상금' 성격의 위자료이지만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을 통해 그 문제가 해결됐다고 주장하는 일본 측의 반발 등 '현실적 제약'을 감안, '한일 기업 및 국민 등의 기부금'으로 대리 배상하는 정치적 타결책을 제시한 것이 문희상안의 요체다.

이 같은 법안 내용에 대해 김창록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9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대법원 판결의 취지는 일본 기업에 법적 책임, 즉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것인데, '문희상 안'에 따르면 일본 기업의 손해배상 책임이 사라져 버린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법안이 위자료의 재원을 '한일 기업 및 국민 등의 기부금'으로 규정한 것이 문제라면서 "기부금은 '선의'에 의해 나오는 돈이고, 위자료는 책임에 대해 지급하는 돈인데 기부금이 어떻게 위자료로 변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또 정구종 동서대 석좌교수는 "대법원 판결 취지와 배상청구권 포기는 상충하는 것"이라며 "피해자들이 이를 이해하고 수락하지 않는 이상 법적인 분쟁의 소지가 계속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하종문 한신대 일본학과 교수는 "국가로부터 변제받을 수 있는 피해 사실에 대한 위자료를 가해자가 아닌 쪽에서 대납한다는 것은 법의 취지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일 갈등 상황 속에 짜낸 '정치적 해법'으로서의 어쩔 수 없는 한계를 인정하는 견해도 있었다.

신희석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 법률분석관은 "몇 안 되는 피해자들이 살아있는 동안에 배상에 진전이 있기 위해서는 정치적 타협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라며 "2000년 독일의 (전쟁 시기 피해자 보상을 위한) 100억 마르크(당시 환율기준 한화 약 6조∼7조원) 기금도 법적 책임에 대한 언급없이 도덕적, 역사적 책임을 근거로 했다"고 말했다.

다만 신 분석관은 "독일의 기금으로 개별 생존자는 수십만, 수백만 원 정도의 보상금 밖에 못 받아 비판도 있었지만 법적 책임(accountability)의 구현을 위한 역사교육, 기념관 건립,수용소 책임자의 형사처벌 조치가 계속되고 있다"며 가해 사실에 대한 법적 책임을 분명히 하기 위한 중장기 정책 차원의 내용이 '문희상 안'에 없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팩트체크팀은 팩트체크 소재에 대한 독자들의 제안을 받고 있습니다. 이메일(jhcho@yna.co.kr)로 제안해 주시면 됩니다.>>

목포에 건립된 강제징용 노동자상
목포에 건립된 강제징용 노동자상

[연합뉴스 자료사진] 11월13일 오후 전남 목포시 근대역사2관 앞 소공원에서 열린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노동자상 제막 행사에서 징용 피해 당사자인 박정규 씨가 노동자상에 꽃다발을 걸어주고 있다. 도민의 성금으로 제작된 강제징용 노동자상은 전국에서 여덟번째다. 2019.11.13

jhcho@yna.co.kr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