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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선거개입 의혹' 어디까지…신중히 수사결과 지켜봐야

송고시간2019-12-20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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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지난해 6월 울산시장 선거와 관련한 '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 사건에 잠재된 폭발력이 날로 커지는 양상이다. 만에 하나 청와대가 선거에 적극 개입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정치적 파장을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아 보인다. 공정과 정의를 기치로 내건 문재인 정부로서는 충격파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검찰은 20일 기획재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을 압수수색했다. 특정 의도를 갖고 유권자들의 큰 관심사였던 주요 후보들의 지역발전 공약에 영향력을 행사함으로써 선거 판도를 흔들려는 시도가 있었는지 확인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경쟁후보였던 더불어민주당 송철호 현 시장과 자유한국당 김기현 전 시장은 일반 시민을 위한 공공병원 유치, 산업재해 모(母)병원 설립을 각각 공약으로 내걸었다가 희비가 엇갈렸다. 산재 모병원은 울산 지역 숙원사업으로 꼽혔으나 선거 16일 전 발표된 기재부의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탈락했고, 김 전 시장은 선거에서 송 시장에게 졌다. 반면, 송 시장의 공약은 규모가 약간 축소되긴 했지만 올해 1월 예타 면제 사업으로 선정됐다. 게다가 처음 목적과 달리 산재 전문 공공병원으로 바뀌었다.

이러니 예타 조사 등을 두고 정부의 일 처리가 과연 공정했는지 의문이 제기되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실제로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의 업무수첩에서 송 시장 쪽과 청와대가 공공병원 공약 관련 논의를 여러 차례 주고받은 정황이 나왔다고 한다. 업무수첩에는 선거캠프가 출범하기 전인 2017년 10월 청와대 관계자를 만난 뒤 '산재 모병원 추진을 보류하고 공공병원을 조기에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는 내용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송 부시장의 수첩에 'VIP 면담자료'라는 문구와 함께 기재된 외곽순환도로 건설도 예타를 면제받는 등 송 시장의 다른 공약사업에도 의심스러운 구석이 발견되고 있다.

송 시장이 민주당 후보 단독 공천을 받은 과정도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애초 3명이 경쟁하는 구조였는데 송 시장은 경선을 거치지 않고 후보자로 확정됐다. 이와 관련해 3명의 후보 중 한 명이었던 임동호 전 민주당 최고위원의 모호한 태도는 의혹을 더욱 키운다. 임 전 최고위원은 지난해 2월 한병도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이 고베 총영사 등을 권유했고,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김경수 경남지사 등도 비슷한 시기에 만났다고 일부 언론에 밝힌 바 있다. 이를 두고 청와대가 사실상 불출마를 조건으로 자리 제안을 했다는 지적이 인다. 자유한국당은 '후보 매수' 주장까지 펴면서 임 전 실장 등 8명을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임 전 최고위원은 "경선 포기를 전제로 한 자리 제안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부인했지만, 내년 총선 출마 예정인 그의 주장이 전적으로 사실이라고 믿기는 쉽지 않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30년 지기인 송 시장의 경쟁후보를 주저앉히려고 자리를 제안했다는 주장에 "수사 중인 사안이므로 입장을 밝히는 건 적절하지 않다"며 반응을 자제했다. 검찰의 수사 상황 보도 내용을 적극적으로 반박해 온 지금까지 태도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청와대는 지난 4일 김 전 시장 비위 첩보와 관련한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가 부실한 내용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안 하느니만 못한 해명을 내놨다가 역풍을 자초한 셈이다. 억울한 면이 없진 않겠지만 100% 정확한 진상이라고 확신할 수 없다면 어정쩡한 반박은 삼가는 게 낫다. 성급한 대응으로 불신과 의혹만 보태지 말고 담담하게 수사 결과를 지켜보는 게 현명하다. 의혹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도덕적 규탄과 법적 책임을 감수하겠다는 각오도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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