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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 취객 제압했다 유죄 판결 소방관의 항변…"방어 수단 필요"

송고시간2019-12-24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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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측 "어느 선까지 대응할지 고민"…검찰 "과잉 행위 안 돼"

법조계 "매 맞는 소방관 속출, 정당방위 적정수위 고민해야 할 때"

(전주=연합뉴스) 임채두 기자 = "저희는 어느 선까지 대응해야 합니까. 팔만 잡아도 쌍방(폭행)입니다. 구급차 안에서는 도망갈 수도 없습니다."

폭력을 행사하려는 취객을 제압하다가 전치 6주의 상처를 입힌 혐의(상해)로 기소된 소방관이 24일 전주지법 제3형사부(방승만 부장판사)의 국민참여재판에서 한 최후진술이다.

전북 정읍소방서 소속 소방관 A(34)씨는 취객을 상대해야 하는 구급대원의 고충을 이같이 토로했지만, 재판부는 유죄 의견을 낸 배심원단의 평결을 인용해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이번 재판에서 검찰과 A씨 변호인 측은 정당방위 인정 범위를 두고 견해가 갈렸다.

지난 9월 19일 저녁 전북 정읍시 상동 한 도로에서 주먹을 휘두르려는 취객 B(68년생·사망)씨에게 발목 골절 등 전치 6주의 상처를 입힌 A씨의 행동이 정당방위였는지를 두고서 공방을 벌였다.

사건 당시 A씨를 포함해 출동 구급대원들은 1시간 거리의 전북대학교병원으로 이송을 원하는 B씨에게 "가까운 병원으로 데려다주겠다"고 하자, 그에 격분한 B씨가 때릴 듯이 위협했고, A씨가 행동에 나서 B씨의 부상으로 이어졌다.

A씨 변호인은 B씨 행동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면서 정당방위였음을 주장했다.

변호인은 "B씨는 A씨를 향해 주먹을 들며 수차례 욕설을 했고 당시 행인에게까지 위협적인 행동을 했다"며 "A씨도 자신의 신체에 부당한 침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해 제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이뤄진 소방관의 방어 과정에서 발생한 사건"이라며 "과연 A씨가 상당한 금액을 배상해야 하는지 깊이 고민해 달라"고 재판부와 배심원단에 요청했다.

형법상 정당방위가 성립되려면 사회통념에 비춰 자기 또는 타인을 방어하기 위한 타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며 정도가 지나친 경우는 인정되지 않는다.

검찰은 당시 사건 현장에 있었던 구급대원 2명의 반응을 분석해 "A씨가 정당방위를 넘어선 과잉 행위를 했다"고 봤다.

공판 검사는 "통상 주변인은 행동이 과격한 자의 행위를 말리기 마련"이라며 "사건 당시 2명의 구급대원은 B씨가 아닌 A씨의 양팔을 잡고 있었다. 이는 A씨의 행동이 정도를 지나쳤다는 방증"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뿐만 아니라 소방관의 바디캠 영상을 보면 A씨가 5차례 '피식' 웃는 소리가 들린다"며 "이는 유형력을 행사해야 할 정도로 급박한 상황이 아니었다는 증거다. 또 A씨가 두 손으로 B씨 목을 감싸고 넘어뜨린 행위는 자기방어가 아닌 반격, 과도한 폭력으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날 오전 11시부터 시작해 15시간 30분 동안 이어진 공방 끝에 배심원단은 A씨의 행위가 정당방위 수준을 넘어섰다고 보고 유죄 평결했으며, 재판부도 이를 수용했다.

이를 두고 법조계 의견도 갈렸다.

법무법인 모악 최영호 변호사는 "철저하게 방어에 입각한 수준만 허용하고 그를 넘어서는 행위는 용인하지 않는 게 한국 사회에서 통용되는 정당방위"라며 "재판부는 A씨 행동에 공격의 의사가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전북에서 활동하는 김기태 변호사는 "취객이 손을 올리며 달려드는 상황에서 반사적으로 나온 행동을 과잉 대응이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매 맞는 소방관, 경찰관이 속출하는 상황에서 정당방위의 적정 수위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d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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