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연합뉴스 최신기사
뉴스 검색어 입력 양식

패션, 장애를 넘다…'배리어프리' 디자인 개척하는 청년들

송고시간2019-12-29 07:45

이 뉴스 공유하기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본문 글자 크기 조정

경희대 의상학과 학생 5명, 현장서 발로 뛰며 장애 유형별 의류 디자인

한손으로 입는 셔츠·뒤집어 입어도 같은 옷 등 '맞춤형' 아이디어

배리어프리 패션 디자인 프로젝트에 참여한 경희대 의상학과 김시내(22.왼쪽부터), 이정은(23), 정재웅(24)씨.[경희대 제공]

배리어프리 패션 디자인 프로젝트에 참여한 경희대 의상학과 김시내(22.왼쪽부터), 이정은(23), 정재웅(24)씨.[경희대 제공]

학생들이 디자인한 배리어프리 디자인
학생들이 디자인한 배리어프리 디자인

[정재웅씨 제공]

(서울=연합뉴스) 김철선 기자 = "휠체어 장애인은 바지 뒷주머니가 필요 없을뿐더러 주머니 단추 때문에 엉덩이가 아프다고 해요. 비장애인 기준으로 만든 기성복은 장애인이 입었을 때 불편하거나 옷맵시가 좋지 않죠."

대학에서 의상학을 공부하는 청년들이 장애인들을 위해 '배리어프리(barrier free) 패션'이라는, 아직은 생소한 패션디자인 영역을 개척하겠다며 뜻을 모았다.

29일 경희대에 따르면 이 대학 의상학과 정재웅(24)씨 등 5명은 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한 옷을 제작하는 '배리어 프리 패션 디자인'을 제안해 최근 고용노동부 주관 '2019년 청년취업아카데미 창작어워드' 대회에서 장관상을 받았다.

평범한 대학생이던 이들이 배리어프리 패션에 관심을 갖고 활동하게 된 것은 정씨의 특별한 경험 때문이었다.

정씨에게는 선천적으로 오른쪽 다리 혈관이 두드러지게 보이는 혈관 기형이 있다. 유년 시절 치료를 위해 흰색 압박스타킹을 신다 보니 불편함은 물론 주위 시선이 쏠리는 일까지 감내해야 했다.

정씨는 "주변 시선을 의식하며 불편한 옷을 입어야 하는 장애인의 고충에 자연스레 관심을 갖게 됐다"며 "함께 의상학을 전공하는 동기·후배들과 함께 장애인들이 예쁘면서도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옷을 디자인하는 프로젝트를 제안했다"고 말했다.

배리어프리 패션디자인 프로젝트에 참여한 경희대 의상학과 학생들. 왼쪽부터 곽민승(25) 정재웅(25) 이정은(23) 이영낭(23) 김시내(22)씨. [정재웅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배리어프리 패션디자인 프로젝트에 참여한 경희대 의상학과 학생들. 왼쪽부터 곽민승(25) 정재웅(25) 이정은(23) 이영낭(23) 김시내(22)씨. [정재웅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학생들은 여러 장애인복지관에서 장애인들을 만나 '수요자'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었다.

정씨는 "한쪽 팔·다리가 불편한 뇌병변 편마비 장애인은 한손으로 윗옷을 입으려고 누운 채 몇분 동안 사투를 벌인다"며 "발달장애나 시각장애인 등 장애 특성에 따라 디자인 수요가 다르다"고 말했다.

이런 '현장조사'를 거쳐 디자인한 배리어프리 패션은 장애 특성에 따라 '맞춤형'으로 디자인됐다.

뇌병변 편마비 장애인의 상의는 단추를 자석으로 대체하고, 다른 쪽 소매를 쉽게 가져와 한 손으로도 옷을 입을 수 있도록 옷 안에 밴드 형태의 디테일을 추가했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의 바지는 뒷주머니를 없애고 앞주머니의 편리성을 강화했다.

시각장애인의 상의는 '쌈솔'이라는 봉제법을 이용해 뒤집어 입더라도 같은 모양을 낼 수 있게 했다. 야간에 조명 등에 쉽게 비치도록 소매에는 반사 필름을 프린트했다. 의수나 의족을 착용하는 장애인의 옷은 보조기 탈착이 편하도록 해당 부위를 지퍼나 벨크로(찍찍이) 등으로 디자인했다.

학생들은 현장조사를 하면서 만난 한 20대 발달장애인에게는 실제로 자신들이 제작한 '배리어프리 패션' 의복을 성탄절 선물로 전달하기도 했다.

정씨는 "글로벌 의류 브랜드도 장애인의 옷에 큰 관심을 두지 않고 관련 창업도 잠깐 생겼다가 사라지곤 한다"며 "많은 사람이 배리어프리 패션 디자인에 관심을 두고 의류 품목 중 하나로 자리 잡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kcs@yna.co.kr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