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연합뉴스 최신기사
뉴스 검색어 입력 양식

'1분 시차'로 도난당한 천사 성금…전주시민 희망 훔쳐갔다

송고시간2019-12-30 14:51

이 뉴스 공유하기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본문 글자 크기 조정

전주시민들 허탈한 심정…경찰, 계획 범죄에 무게두고 수사

작년 '전주 얼굴없는 천사'의 선행으로 모인 성금.
작년 '전주 얼굴없는 천사'의 선행으로 모인 성금.

[연합뉴스 자료사진]

(전주=연합뉴스) 임채두 기자 = 세밑 한파도 녹이며 기부 문화 확산에 일조했던 '전주 얼굴 없는 천사'의 성금이 도난당해 주변에서 허탈한 심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올해로 20년째 세밑 기부가 됐을 이 돈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전주 시민은 물론 전 국민의 희망마저 도둑질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전주 노송동주민센터와 경찰에 따르면 센터 직원이 얼굴 없는 천사의 전화를 받은 시간은 30일 오전 10시 3분께다. "주민센터 희망 사과나무 밑에 기부금을 놨으니 확인해보라"는 전언이었다.

지금껏 그래왔듯 해당 주민센터 직원은 기쁜 마음으로 그 장소로 갔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전화를 받고 곧바로 뛰어나간 점을 고려해볼 때 불과 '1분 차이'로 추정된다.

이후로도 얼굴 없는 천사는 두 차례나 더 전화를 해와 "성금을 찾았느냐. 못 찾을 리가 없다"고 물었고, 모든 동사무소 직원들이 동원되다시피 주변을 샅샅이 뒤졌지만, 성금은 없었다.

이처럼 도난에 무게가 실리면서 노송동주민센터 직원들은 이날 오전 10시 40분께 경찰에 "성금이 사라진 것 같다"고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은 일단 도난 사건으로 보고 있다. 주민센터 주변 폐쇄회로(CC)TV를 분석하며 용의자를 쫓고 있다. 경찰은 범행에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차량이 이전부터 주민센터 부근에 주차된 것으로 보고 있다.

연례행사처럼 얼굴 없는 천사가 세밑 기부를 해왔던 걸 노린 계획범죄일 가능성에 커 보인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전주 '얼굴 없는 천사' 기부금 절도 사건의 전말 / 연합뉴스 (Yonhapnews)

유튜브로 보기

https://youtu.be/U8iWEAe5vzg

전주 얼굴 없는 천사는 2000년 4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58만4천원을 놓고 간 것을 시작으로 매년 수천만 원에서 1억원씩을 몰래 놓고 가는 선행을 해왔다.

이 성금은 그간 전북도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노송동 지역의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쓰여왔다. 홀몸노인과 소년소녀가장, 조손가정 등 어려운 계층을 위해 써달라는 얼굴 없는 천사의 당부가 있어서다.

아울러 노송동의 초·중·고교에서 10여명의 '천사 장학생'을 선발, 대학 졸업 때까지 장학금도 지급해왔다.

매년 얼굴 없는 천사의 선행을 지켜본 시민은 허탈한 심경을 드러냈다.

조윤(36)씨는 "매년 빼놓지 않고 선행을 해 온 사람의 돈을 이렇게 훔쳐 갈 수 있느냐"며 "처벌은 물론이고 얼굴 없는 천사 선행의 의미를 퇴색시킨 책임까지 물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민 백종철(42)씨는 "훔쳐 갈 것이 없어 어려운 계층을 위해 쓰여온 이 돈까지 손대다니…"라며 "절도범은 소외된 이웃의 희망까지 훔쳐 간 셈이다"라고 비판했다.

doo@yna.co.kr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