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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민변의 '공수처 장악', 현실성 있나?

송고시간2019-12-31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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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등서 민변 출신 공수처 검사 대거기용 가능성 제기

민변 "현재로선 공수처 검사 자격요건 갖춘 회원 드물다"

변호사 자격만으로 가능한 '공수처 수사관'엔 견제장치 미미

공수처 설치 요구하는 단체들 기자회견
공수처 설치 요구하는 단체들 기자회견

[연합뉴스 자료사진]시민단체들이 2019년 2월18일 오전 국회 앞에서 정치개혁 및 권력기관 개혁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참가자들은 선거제도 개혁, 공수처 설치, 국정원 개혁 등을 요구했다. 경실련, 민변, 참여연대 등이 참여했다. 2019.2.18 xyz@yna.co.kr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이지안 인턴기자 = 공수처가 실제로 이른바 '민변 검찰'이 될 수 있을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이 자유한국당 반대 속에 처리된 가운데, '검찰 개혁의 이정표'라는 지지의 목소리와 함께 '정권의 호위무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특히 비판 목소리 중에서는 정권과 '코드'가 맞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소속 변호사들이 공수처 검사직을 대거 차지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 자유한국당과 보수 논객들을 중심으로 나온다. 이런 주장은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이 대표발의한 '공수처 원안'이 공수처 검사 및 수사관의 자격 요건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막판 수정되자 더 거세졌다.

수정안이 발의된 다음날인 지난 25일 한국당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소속 권성동·이철규·송언석 의원은 성명을 통해 "특정 성향을 가진 변호사를 대거 공수처 검사로 임명해 '민변 검찰화' 하겠다는 의도"라고 했다.

민변은 이런 우려를 일축했다.

김준우 민변 사무차장은 31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자리에서 "(공수처) 검사는 현재 10년 이상의 변호사 경력이 있는 사람 중 5년 이상의 재판 혹은 조사 혹은 수사경력 있는 분들로 채워지도록 돼 있는데 일반적인 민변 변호사 같은 경우 조사나 수사경력이나 재판경력이 거의 없기 때문에 갈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어느 쪽 주장이 더 설득력 있는지 살피기 위해 우선 법에 규정된 공수처장과 차장, 검사와 수사관의 요건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장은 판·검사, 변호사, 법대교수(이하 변호사 자격 보유 전제), 국가기관이나 지자체, 공공기관 등의 법률 사무 종사자 자리에 15년 이상 경력을 가진 자 중 추천위원회가 2명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그 중 한 명을 지명해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하게 된다.

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호사협회장 등 당연직 3명과 여당 추천 2명, 야당 추천 2명 등 총 7명으로 구성되며, 안건은 6명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된다.

또 공수처 차장은 판·검사, 변호사, 법대교수(이하 변호사 자격 보유 전제), 국가기관이나 지자체, 공공기관 등의 법률 사무 종사자 직의 10년 이상 경력자 중 공수처장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게 돼 있다.

일단 공수처 수장인 '처장'은 추천위원 7명 중 6명 이상 찬성이라는 인선 요건이 있기 때문에 '편향성' 우려가 큰 인사에겐 진입 장벽이 비교적 높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

논란의 핵심인 '공수처 검사'의 경우 처장보다는 진입 장벽이 낮다.

변호사 자격을 10년 이상 보유한 자로서 재판, 수사 또는 수사처 규칙으로 정하는 조사업무의 실무를 5년 이상 수행한 경력이 있는 사람 중에서 공수처 인사위원회의 추천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게 돼 있다.

인사위원회는 공수처장과 차장, 공수처장이 위촉한 1인, 여당 측 추천자 2인, 야당 측 추천자 2인 등 7명으로 구성되며 재적위원 과반수(4명 이상) 찬성으로 안건을 의결한다.

공수처 검사는 처장, 차장을 제외하고 최대 23명까지 인선 가능한데,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공수처의 민변화'를 우려하며 가장 자주 거론하는 것도 바로 이 검사직이다.

이에 대해 김준우 민변 사무차장은 31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판검사 경력을 갖춘 회원들이 있지만 그 숫자가 많지 않다"며 "(판·검사 경력의 민변 회원 중) 60세 이상인 분이나 현역 국회의원들까지 감안하면 실제로 공수처에 갈만한 분들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공수처장은 정년이 65세이고 차장과 검사는 63세다.

또 '수사처 규칙으로 정하는 조사업무 경력자'의 경우 아직 규칙이 정해져 있지 않아 어떤 조사까지를 포함하는지 분명치 않지만 금융감독원·감사원·공정거래위원회 등 국가기관에서 5년 이상 근무한 민변 회원은 많아야 2명 정도라고 김 차장은 소개했다.

국가인권위원회, 과거사위원회,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 등에서 활동한 경력까지 인정된다고 해도 5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민변 회원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김 차장은 추정했다.

다시 말해 공수처 출범 시점에서 공수처 검사로 바로 임용될 수 있는 '스펙'을 갖춘 민변 소속 변호사는 드물다는 것이 민변 측 설명이다.

그런 반면 검사 아래의 '공수처 수사관'(40명 이내)은 처장이나 검사와는 상황이 달라 보인다.

원안(5년 이상 변호사 실무경력 또는 조사, 수사, 재판업무 5년 이상 종사)에 비해 요건이 완화되면서 공수처 수사관은 변호사 자격을 보유하고 있거나, 7급 이상 공무원으로서 조사, 수사 업무 종사했거나 수사처 규칙으로 정하는 조사 업무의 실무를 5년 이상 수행한 사람 중에서 처장이 임명토록 했다.

조사 실무 경험이 없더라도 변호사 자격이 있기만 하면 공수처 수사관으로 임명될 수 있는 것이다.

모든 변호사 자격자에게 다 문호가 열려 있어 특별히 민변 출신에게만 유리한 규정이라고 볼 근거는 없지만 정권과 코드가 맞는 변호사 단체 소속 변호사들이 해당 정권 하에서 대거 기용될 수 있는 리스크가 공수처 검사에 비해서는 수사관직에서 크다고 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하위 법령을 통한 제도적 견제 장치 마련과 국민 여론의 감시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 공수처 및 수사권 조정 태스크포스(TF) 위원으로 활동했던 조순열 변호사는 "보수 정권에서 극도로 보수적인 변호사가, 진보정권에서 극도로 진보적인 변호사가 정부에 진출하는 것이 큰 문제인데 공수처는 그렇게 은밀하게 특정세력 주도로 구성되도록 우리 언론이나 국민이 호락호락 놓아두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태훈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민변 회원들의 공수처 장악 우려에 대해 "마음먹기만 하면 어떤 제도하에서도 그런 위험성은 있기 마련"이라며 "공수처장으로 추천위원 7명 중 6명이 동의하는 인물을 추천할 수 있게 했기에 공수처 검사도 편향된 사람들만 임명하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신업 변호사는 "공수처법과 관련해서 앞으로 만들어야 할 하위 법령에 맡겨진 부분이 많다"며 "특히 공수처법상 공수처장 추천위원회 구성에서 여야 추천 몫이 2명씩으로 균형을 맞추게 돼 있으나 야당 몫이 여당과 가까운 야당에 갈 수 있는 여지가 있어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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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법 국회 본회의 통과…'檢 견제' 제도화 (C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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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TV 제공]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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