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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같은 탈출' 곤 전 회장, 지난달 할리우드 인사 만나"

송고시간2020-01-03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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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곤, '버드맨' 제작자와 영화화 논의…'日 사법당국=악의 무리' 설정"

곤 지인 "곤, 결백 입증 의지 강했다…성탄절께 극적 태도 변화"

작년 4월 보석으로 풀려나는 곤 전 닛산·르노 얼라이언스 회장
작년 4월 보석으로 풀려나는 곤 전 닛산·르노 얼라이언스 회장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여러 나라 여권을 가진 도망자, 그를 태우고 추적의 눈을 피해 이륙하는 전용기, 작전을 돕는 비밀 요원들, 아무것도 모른다며 부인으로 일관하는 당국자들….

카를로스 곤 전 닛산·르노 얼라이언스 회장(65)의 일본 '탈출'은 '미션 임파서블' 같은 할리우드 액션 첩보물의 단골 요소를 고스란히 담았다.

곤 전 회장이 할리우드 영화로부터 얼마나 영감을 받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가 실제로 지난달 도쿄의 자택에서 유명 할리우드 제작자와 만나 자신의 이야기를 영화로 제작하는 문제에 관해 논의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곤 전 회장의 지인들을 인용해 2일(미국 동부 현지시간) 보도했다.

곤 전 회장은 오스카 수상작 '버드맨'(2014)을 제작한 존 레셔를 만나 일본 당국이 자신을 부당하게 구금했으며 자신은 그에 맞서 결백을 입증하고자 싸우고 있다는 식으로 자신의 '투쟁'을 묘사했다고 한다.

영화의 주제는 곤 전 회장의 구출이고, 일본 사법제도는 '악의 무리'에 해당하는 설정인 셈이다.

곤 전 회장은 레셔와의 만남에서 영화를 통해 자신에 대한 동정적 견해를 확산시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품기도 했다고 한다.

 2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 있는 곤 전 회장 소유 주택 밖에 모여든 취재진
2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 있는 곤 전 회장 소유 주택 밖에 모여든 취재진

[EPA=연합뉴스]

주변 인사들은 곤 전 회장이 지난달까지만 해도 재판을 통해 결백을 인정받겠다는 의지가 강했고, 법정에서 승리를 위해 애썼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 사법제도에 투쟁한 유명 사례를 파고들었으며, 전문가들의 의견을 구했다.

가상화폐 거래소 '곡스'(Mt. Gox) 설립자 마크 카펠레스에 관한 책을 출간한 언론인 제이크 애덜스타인과도 접촉한 것으로 전해졌다.

카펠레스는 데이터 조작, 횡령, 배임으로 2015년 기소된 후 올해 3월에야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애덜스타인은 "'일본 사법당국은 정의에는 신경을 안 쓴다, 카를로스. 그들은 이기는 데만 관심이 있다'라고 그에게 말했다"고 미국 매체 데일리비스트에 밝혔다.

이러한 노력 끝에 곤 전 회장은 '99% 유죄율'을 보이는 일본 사법제도와 싸움에 승산이 거의 없다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지인들은 짐작했다.

그의 심리를 잘 아는 지인은, 결백을 입증하겠다는 투지로 불타오르던 곤 전 회장의 태도가 급반전을 보인 건 성탄절 무렵이라고 NYT에 말했다.

지난달 일본 법원은 성탄 시즌에 아내와 휴일을 보내고 싶다는 곤 전 회장의 요청을 기각했다. 법원은 지난 몇 달간 곤 전 회장에게 두 차례 아내와 전화 통화를 허락했고, 그마저 변호인이 입회하게 했다. 그는 아내와 성탄절 휴가를 보내기는커녕 법원 심리에 출석해야 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곤 전 회장은 재판이 여러 단계를 거쳐 몇 년간 질질 끌 것이며, 그동안 일본은 그에게 '자백'을 강요하며 무기한 그를 붙잡아 두리라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한다.

곤 전 회장 변호인단의 고하라 노부오(鄕原 信郞) 변호사는 "곤의 처지를 보면 그의 행동은 절망에서 비롯된 것 같다"고 말했다.

 작년 4월 변호사 사무실을 나서는 곤 전 회장과 아내
작년 4월 변호사 사무실을 나서는 곤 전 회장과 아내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곤 전 회장이 언제 거사를 감행하기로 마음을 굳혔는지 알 수는 없지만,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외국 기업인과 접촉이나 영화 제작 논의 등이 탈출 직전의 행적들이라고 NYT는 설명했다.

NYT는 곤 전 회장과 레셔 사이의 영화 제작 논의는 예비단계 성격이고 진척은 없었다는 주변인들의 말을 전하면서, "어떻게 보면 곤 전 회장이 충격적 반전 설정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추측했다.

tr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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