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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진 솔레이마니는 이란 중동전략 설계자…美엔 '눈엣가시'

송고시간2020-01-03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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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제중추인 최정예군 사령관…중동 내 이란 세력유지 주도

미국과 대리전 기획하다 사망…트럼프 위협발언에 '맞짱' 뜬 전력도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 이란 군부의 실세인 거셈 솔레이마니(63) 장군이 3일 새벽(현지시간)이라크 바그다드에서 미군의 공습을 받아 사망하면서 중동 정세가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접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솔레이마니 장관은 이란 신정일치 체제의 중추인 혁명수비대의 정예부대 쿠드스군의 총사령관으로 이란 보수파의 핵심 인물로 추앙받아온 상징성이 큰 인물이기 때문이다.

미군의 폭격에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숨진 거셈 솔레이마니 이란 쿠드스군 총사령관 [AFP=연합뉴스]

미군의 폭격에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숨진 거셈 솔레이마니 이란 쿠드스군 총사령관 [AFP=연합뉴스]

가난한 소작농의 아들로 태어난 것으로 알려진 그는 1979년 이란 혁명 발발 당시 이슬람혁명수비대에 가담해 팔레비 왕조의 붕괴에 일조했다.

사담 후세인의 침공으로 시작된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혁혁한 공을 세워 명성을 얻은 뒤 쿠드스군 총사령관의 지위에 올랐다.

쿠드스군은 시리아, 레바논, 이라크 등 해외의 친이란 무장조직이나 정부군에 대한 혁명수비대의 지원, 지휘를 담당하는 조직이다.

특히 이라크 내 시아파 민병대가 이슬람국가(IS) 격퇴 작전을 벌일 때 전장에 직접 나가 진두지휘하기도 했다.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2017년 솔레이마니 사령관에게 보낸 서신에서 "암과 같은 악성 종양을 분쇄해 중동과 무슬림 국가뿐 아니라 전 세계와 인류에 크게 기여했다"고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벌어진 IS 격퇴전에서 혁명수비대의 역할을 강조하며, 그를 치하하기도 했다.

이란에선 영웅 대우를 받아온 솔레이마니 사령관은 반대로 미국과 이스라엘 등에는 '눈엣가시'였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혁명수비대 가운데서도 쿠드스군을 테러리즘 지원의 핵심으로 여기고 있다.

미국의 공습으로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사망한 것으로 전해지는 거셈 솔레이마니 이란 쿠드스군 총사령관[EPA=연합뉴스 자료사진]

미국의 공습으로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사망한 것으로 전해지는 거셈 솔레이마니 이란 쿠드스군 총사령관[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솔레이마니 사령관은 지난 15년 동안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이란의 존재감을 공고히 하고 중동 일대를 이란에 유리하게 재편하는 노력을 주도해온 실세로 꼽히고 있다.

특히 최근 이라크에서 미국과 이란의 대리군 격인 시아파 민병대의 충돌이 잦아진 배경에도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있었다는 관측도 제기돼왔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작년 5월 복수 소식통을 인용해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이라크 내 민병대 지도자들을 만나 이라크에서 미국과의 대리전 준비를 지시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 같은 이유를 들어 그를 자국의 이익과 안전을 위협하는 핵심 인물로 간주하며 제거를 노려왔다.

이란 당국은 지난해 10월에도 솔레이마니 소장에 대한 암살 시도를 적발했다고 발표하며, 그 배후로 아랍과 이스라엘의 정보기관을 지목했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앞서 지난해 5월 아랍에미리트(UAE) 방문 길에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과 거셈 솔레이마니가 이라크의 시아파 민병대를 사주해 간접적으로 이라크 주둔 미군을 공격하는 것을 매우 우려한다"며 "그런 공격이 벌어진다면 쿠드스군의 책임"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미 행정부는 혁명수비대 핵심 쿠드스군을 이끄는 솔레이마니 사령관 등 개인과 이 조직과 직·간접으로 관련된 법인을 테러리즘을 지원한다는 이유로 일찌감치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8년 11월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 복원을 경고하며 트위터 계정에 올린 포스터 형태 게시물 [트위터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8년 11월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 복원을 경고하며 트위터 계정에 올린 포스터 형태 게시물 [트위터 캡처]

솔레이마니 사령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설전도 마다하지 않는 등 이란과 미국의 대치 국면에서 존재감을 과시해 왔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맺었던 이란 핵 합의(JCPOA)를 '최악의 합의'라며 탈퇴하고 대이란 제재를 복원하면서, 이란에 대한 적대적인 발언을 쏟아내자 트럼프 대통령에 직접 '맞짱'을 떠 눈길을 끌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HBO의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을 차용해 '제재가 오고 있다'(Sanctions are coming)는 문구를 자신의 모습과 합성한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자, 솔레이마니 사령관은 곧바로 이를 패러디 해 "내가 당신과 맞서겠다'(I will stand against you)는 문구와 함께 비장한 자신의 옆모습을 합성한 포스터를 게시했다.

이란 쿠드스군 거셈 솔레이마니가 게시한 합성사진[인스타그램 캡처]

이란 쿠드스군 거셈 솔레이마니가 게시한 합성사진[인스타그램 캡처]

그러면서 "올 테면 오라, 기다리고 있다. 내가 당신을 막겠다. 쿠드스군이 당신을 막겠다. 전쟁은 당신이 시작했으나 끝내는 건 우리"라고 경고했다.

솔레이마니 사령관은 다른 연설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을 도박꾼으로 부르며 "당신 상대는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아니라 군인인 나 하나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가까운 곳에 있다"라고 위협성 발언을 남기기도 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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